[현장이슈1] 내가 받을 연금 어떻게 달라지나

2022.07.05 10:30:00

지난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들은 연금개혁에 대한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였다. 어떤 후보는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을 국민연금으로 통합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기도 하였고, 또 어떤 후보는 연금개혁을 구체적인 공약으로 제시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영역임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이는 기금고갈로 인해 미래에 약속된 급여를 못 받을 수 있다는 국민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후 국민들은 새로운 윤석열 정부가 공적연금개혁에서 어떠한 청사진을 그려낼지 무척 궁금해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공적연금은 국민연금의 낮은 보장률, 기초연금의 역할,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관계, 퇴직연금의 제도화 등 굵직한 이슈에 대한 매듭을 짓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 모든 이슈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란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통합 논의는 수년 동안 매듭짓지 못한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일부로 남아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금급여를 제공하는 공무원연금의 재정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방안으로 오랫동안 두 연금의 통합이 논의되어왔다. 이러한 통합에 대하여 사회구성원의 노후소득보장이라는 공적연금의 가장 근본적인 목표를 간과하고, 공적연금의 하향평준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4차례의 공무원연금개혁은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한국의 공무원연금은 1960년부터 퇴직공무원에게 연금소득을 제공하여 유능한 인력이 공직에서 몰입하도록 하는 인사정책수단으로 활용되어왔다. 민간부문에 비해 급여가 낮은 대신, 퇴직 이후의 노후소득을 보장해줌으로써 재직기간 동안에 직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1960~70년대 국가주도 발전을 위한 공무원·교사·군인 등 특수직역의 유능한 인재풀을 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공무원연금의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면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더 많이 내고, 덜 받는’ 개혁을 단행하였다. 이러한 개혁은 1995년 1차 개혁, 2000년 2차 개혁, 2009년 3차 개혁, 2015년 4차 개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도적 기제들을 마련함으로써 공무원연금의 급여적정성과 재정안정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동시에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를 보완하는 노력을 경주해왔다. 낮은 공무원 임금을 보완하는 차원의 관대한 연금을 지급하는 특혜는 지난 4차례의 개혁으로 대부분 사라졌다(김연명, 2022). 4차례 진행된 공무원연금개혁을 통해 공무원연금 가입자의 기여율과 정부 부담률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연금지급개시연령의 단계적 연장, 연금액 조정방법의 변경(물가연동제), 연금산정 기준보수 개정, 유족연금 지급률 인하, 기준소득월액 상한, 연금지급정지 등의 장치들을 도입하였다. 이러한 개혁으로 단기적으로 공무원연금의 재정건전성이 개선되었지만, 동시에 노후소득보장 기능은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4차 개혁으로 공무원연금의 지급률은 2016년부터 1.9%에서 매해 0.022%씩 단계적으로 인하되어 2035년까지 1.7%가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혁으로 인해 연금수급자들이 급여 수준의 감소뿐만 아니라, 소득 공백과 수급자격의 엄격화 등 더 많은 제약에 직면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면, 공무원연금개혁으로 공무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이후 유능한 신규인력의 공직 진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통합 논의

4차에 걸친 개혁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보다 급역가 높다는 이유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두 연금은 공적연금을 구성하는 서로 다른 목적과 기능을 가진 상이한 제도이지만, 같은 공적연금이라는 이유만으로 동일 기준에 근거하여 평가받고 있다. 지급률과 기금고갈 등의 측면에서 오랫동안 비교 대상이 되어오면서 일부 연구들은 공무원연금이 모수개혁이 아닌 구조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거나(김태일, 2004), 국민연금과 통합하여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장한다(이용하·김원섭, 2015; 김대철·박승준, 2016; 전창환, 2016). 반면 두 연금제도는 도입배경·목표·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통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권혁주·박영원·곽효경, 2005; 김린, 2014; 정철, 2015, 전광석, 2018). 특히 후발 산업국가인 한국의 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한 공무원의 조직몰입 수단으로 도입된 맥락을 고려하면 공무원연금의 특수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이정우·김희년, 2018; 전광석, 2018). 공무원연금의 인사 정책적 특성을 고려하여 미국·일본·독일·프랑스 등 많은 사회보장 선진국에서도 일반 국민을 위한 연금과 별도로 직업공무원을 위한 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개인이 부담하는 보험료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혜택을 받는 것은 불공평한 것이 아니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9%(개인 4.5%, 사용주 4.5%)이지만, 공무원연금은 18%(개인 9%, 사용주인 정부 9%)이며, 2020년 말 기준 공무원연금의 월평균 본인 보험료는 48.5만 원, 국민연금은 12.7만 원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현재의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금급여 차이가 2007년에 이루어진 국민연금개혁으로 국민연금 소득보장 수준이 급격히 낮아진 것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불공평하게 공무원연금의 급여가 높다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서로 다른 제도 간 기계적 형평성을 위해 두 연금제도를 통합하여 공무원연금의 소득 보장성을 낮추는 것은 공적연금의 노후소득보장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새로운 정부의 공적연금개혁은 ‘사회적 합의’를 강조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전 공적연금의 개혁에 대하여 보험료율은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낮추는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구조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통합에 대해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구성하여 임기 내 해당 이슈를 포함한 연금개혁에 관한 그랜드플랜을 제시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주었다. 취임 후 가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하여 오랜 난제였던 연금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것을 공식화하였다. 해당 기구를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는 차치하더라도, 해당 기구를 통해 진행될 공적연금개혁 방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아직까지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연금개혁에서 사회적 합의를 강조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역대 정부들이 연금개혁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연금개혁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음을 고려하여, 윤석열 정부의 공적연금개혁에서 사회적 합의를 효과적으로 도출하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공적연금개혁에서 사회적 합의는 그 내용뿐만 아니라 절차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2015년에 이루어진 공무원연금 4차 개혁은 당시 박근혜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한 것으로, 국회에 국민대타협기구를 설치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 기구를 통해 도출된 합의안은 정부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하였고, 이후 국회의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와 특별위원회는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고려했을 때, 새 정부에서 도출하는 사회적 합의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 절차에서도 철저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합의는 정부안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되고,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여 진행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공무원연금개혁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는 어떠한 방향으로, 어떠한 내용을 담아야 할까. 우선은 연금의 수지균형을 맞추기 위해 적자를 정부가 보전하는 ‘정부보전금’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야 한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이 서로 다른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비교 대상이 되는 이유는 연금급여 수준보다 정부보전금의 존재 및 규모 때문이다. 연이은 개혁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연금의 수지적자율은 2020년 기준 약 0.11%, 2040년 약 0.44%, 2075년 약 0.70%, 2090년 약 0.77%로 지속적 증가가 예상된다. 만약 이를 지금처럼 정부 예산으로 충당한다면 국민들은 퇴직공무원의 노후보장을 온전히 정부가 책임진다고 인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정부보전금 축소는 공무원연금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전제조건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정부보전금은 과거 공무원의 낮은 처우를 고려했을 때 사회적으로 충분히 용인될 수 있었지만, 오늘날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공무원의 연금재정을 위해 증가하는 보전금을 정부가 기존처럼 부담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한편 이러한 보전금 축소는 필연적으로 기여율 증가를 가져오는데, 이를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즉 현재 공무원연금에 대한 기여율 9%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공무원과 정부가 동등하게 부담할 것인가, 아니면 차등적으로 부담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동등비율로 적용할 경우 연금기여자인 공무원의 반발이 예상되고, 수혜자(퇴직자)와 기여자 간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세부사항은 제도개혁의 수용성을 감안하여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권혁주·유자영·최낙혁, 2022).

 

이러한 구체적인 사항들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는 매우 중요하지만, 그 기저에는 국민들이 공무원연금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공무원연금은 인사정책수단으로서 특수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동시에 공적연금의 일환으로 재정안정성뿐만 아니라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공무원연금개혁은 재정안정성 측면에서만 논의되어 온 경향이 크다. 공무원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개혁으로 인해 훼손되지는 않는지, 이는 국민연금과의 단순비교를 통해서가 아닌, 해당 제도의 목표와 기능의 맥락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실제 연금급여를 통해 실현할 수 있는 후생의 수준, 즉 소비지출 규모를 고려한 평가를 통해 해당 연금급여 수준이 실질적인 노후를 보장하고 있는지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평가는 공무원연금뿐만 아니라 낮은 노후보장기능으로 비판받고 있는 국민연금에도 동시에 적용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유자영 서울대 글로벌행정발전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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