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모든 걸 할 자유 몰디브

2022.09.05 10:30:00

하나의 섬에 하나의 리조트가 들어선 곳. 완전한 자유, 온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곳.
천국이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 그곳은 바로 몰디브다.

 

몰디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푸른 바다 위 신기루처럼 떠 있는 섬. 그리고 그 섬 하나를 온전히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리조트. 우리가 생각하는 낙원의 풍경에 가장 가까운 곳. 하지만 멀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거쳐 몰디브 말레공항에 도착하기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다.

 

말레공항에 도착하기도 쉽지 않았다. 활주로에 착륙하기 직전 비행기는 급상승했다. 폭우와 거센 바람으로 복행 지시를 받은 것. 할 수 없이 하늘을 약 1시간 30분 동안 맴돌아야 했다. 말레공항 대기실에 발이 묶여 기다리길 또 두 시간. 마침내 우여곡절 끝에 리조트로 가는 수상비행기가 출발했다. 몰디브는 대부분 섬 하나를 리조트 하나가 통째로 차지하는데 여행자들은 스피드보트와 수상비행기 등을 이용해 목적지 리조트로 간다. 이번 일정에 머무르기로 한 리조트는 수상비행기로 약 25분 거리에 떨어진 콘스탄스호텔 체인의 ‘할라베리’와 ‘무푸시’ 두 곳이다.

 

몰디브는 엄격한 이슬람 국가다. 인구의 99%가 무슬림이다. 「헌법」은 ‘무슬림이 아니면 몰디브 시민이 안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몰디브인은 성경책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극형에 처해질 수 있다. 관광객 역시 성경책을 갖고 다닐 수 없다. 돼지고기와 술은 당연히 금지. 수영복을 입을 수도 없다. 하지만 리조트 내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수영복을 입고 돼지고기 요리에 와인을 마셔도 된다.

 

 

여행자를 압도하는 아름다운 풍경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도착한 콘스탄스 할라베리 리조트는 그간의 수고를 모두 날려 버릴 만큼 압도적인 풍광을 자랑했다. 너무나 찬란해서 눈 뜨기가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바다는 지금까지의 지독한 20시간 여정을 2초 만에 포맷시켜 버렸다. 배에서 내려 에메랄드빛 라군 위로 지어진 워터빌라로 가는 나무 데크 길을 걷고 있으니, 몰디브에 왜 진작 오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세상에는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 많은데 나는 서울에서 단지 살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고 있었구나. 역시 인생의 목적은 일이 아니라 놀기 위한 데 있다.

 

일찍이 아시아를 탐험했던 마르코 폴로는 몰디브를 ‘인도양의 꽃’이라고 칭했다. 그냥 흔한 섬나라가 아니다. 해마다 백만 명이 코발트블루의 지상낙원을 경험하기 위해 몰려든다. 몰디브는 스리랑카 남서쪽으로 650km 지점 인도양 한가운데 뿌려진 산호섬 1,192개로 이루어져 있다. 몰디브를 ‘꽃의 섬’이라고 하는데 이는 몰디브 구역을 나누는 ‘아톨(Atol)’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고리모양의 산호초 때문이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반지 고리모양의 산호초 섬을 상상하면 된다. 이 거대한 산호초를 이정표 삼아 몰디브는 총 26개, 행정구역상으로는 19개 지역으로 구분한다. 몰디브는 섬 하나를 하나의 리조트로 개발하는 ‘1 아일랜드 1 리조트’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모두 100여 개의 섬에 리조트가 들어서 있다. 콘스탄스 할라베리 리조트도 그중 하나다.

 

리조트에서는 오직 ‘놀고, 먹고, 쉬는 일’ 외에는 할 일이 없다. 마을도 없고 시장도 없다. 여행객과 리조트 직원 딱 두 종류의 사람만이 있다. 하루 세끼 모두를 리조트에서 먹고, 리조트 내에서 놀아야 한다. 스노클링과 윈드서핑 등 해양레포츠를 즐기거나, 온종일 백사장에 누워 책을 읽어도 좋다.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 돌고래 워칭을 해도 된다. 와인 테이스팅을 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 지루하지 않다. 시간이 가는 게 아까울 정도다. 하루만 더 있고 싶다는 마음이 날이 갈수록 커진다.

 

가장 즐거운 경험은 스노클링이다. 굳이 배를 타고 나갈 필요가 없다. 방문을 열고 나무 계단 몇 개를 내려가면 된다. 워터빌라 앞에서 조금만 헤엄쳐 나가면 라군이 끝나고 리프가 시작되는 경계점. 리프는 해저 지면이 낭떠러지처럼 급격히 깊어지는 곳을 일컫는다. 멀리서 보면 갑자기 바다색이 짙푸르게 변하는 곳이 바로 리프가 시작되는 곳이다. 이곳에 접어들면 산호 군락 속에 숨어 사는 작은 열대어와 리프 너머에 모여 있는 물고기 떼가 다가온다. 바다거북과 직접 눈을 맞출 수도 있다. 지켜야 할 수칙들도 있다. 산호초 밟기, 침전물 휘젓기, 해양생물 만지거나 뒤쫓기, 물고기 먹이 등이 금지된다. 모두 한글로 안내된다. 리조트에서 무료로 빌릴 수 있는 스노클링 장비를 갖추고 있다. 가서 방 번호와 이름만 대면 아무 때나 빌릴 수 있다.

 

그마저도 귀찮으면 방 앞에 위치한 테라스에 있는 프라이빗 인피니티 풀에 들어가면 된다. 혼자서도 넉넉하게 즐길 만큼 넓어 굳이 리조트 메인 수영장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이 가는 게 아깝게 느껴지는 곳

콘스탄스 무푸시에서 스피드보트로 약 20분 떨어진 ‘콘스탄스 무푸시’는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조트다. 술을 포함해 각종 음료·스낵·음식이 무료로 제공된다. 콘스탄스 할라베리와 같은 호텔사이지만, 조금은 젊고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선착장에 내리면 입구의 작은 팻말이 시선을 잡아끈다. ‘No News, No Shoes’라고 적혀있다. 천국으로 안내하는 표지판으로 이보다 적합한 말은 없는 것 같다. 리셉션에 도착하면 직원들이 신발 담을 주머니와 슬리퍼를 갖다 준다. 리조트 매니저는 슬리퍼도 번거롭다고 말한다. “맨발로 다니는 것이 제일 편하고 자유로워요. 천국은 신발을 신지 않아도 되는 곳이죠.” 실제로 몇 시간만 맨발로 다니다 보면 신발이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발에 밟히는 것은 모래의 감각이 오히려 편하다. 뛸 일도 빨리 걸을 일도 없다. 햇살에 달궈진 길바닥이 뜨겁다면 곳곳에 놓인 물대야에서 바가지로 발에 물을 뿌리면 된다.

 

객실은 할라베리와 크게 다를 것 없다. 바다 위 떠 있는 수상 방갈로 형태의 워터빌라다. 할라베리보다는 작지만 그만큼 아늑하다. 테라스에 딸린 계단으로 내려가면 바로 바다로 이어진다.

 

할라베리와는 또 다른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오후 6시면 해변에 자리한 바에서 칵테일 클래스가 열린다. 바텐더가 자리를 세팅하면 누구나 가서 칵테일을 만들어 마실 수 있다. ‘명예 바텐더 증명서’까지 발급해 준다. 각각 만든 칵테일을 비교하며 마시는 재미가 있다. 밤에는 신나는 음악과 함께 파티가 열린다. 아찔한 불쇼도 볼거리.

 

무푸시 리조트에서는 한층 더 짜릿한 스노클링을 해볼 수 있다. 리조트에서 배를 타고 약 20분가량 떨어진 섬으로 간다. 배가 멈추면 참여객들은 일제히 스노클링 장비를 갖춰 입고, 깊이가 가늠 안 되는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눈앞에는 영화 <니모를 찾아서>보다 더한 장면이 펼쳐진다. 산호초 사이를 다니는 니모(흰동가리)와 도리(블루 탱)는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물고기. 어느새 바다거북이 눈앞에 다가온다. 1m 가까이 되는 거북이 헤엄치는 모습은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하지만 거북에 손을 대는 것은 금물이다.

 

돌고래 워칭도 해볼 수 있다. 돌고래는 몰디브에선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이지만, 서울의 콘크리트 숲에서 온 여행자들에겐 탄성을 불러일으키는 신비한 존재다. 배 옆구리를 따라 함께 달리는 돌고래를 보며 여행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른다.

 

몰디브에서의 하루 일과는 이랬다. 새벽 6시 30분 일어난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붉은 아침빛이 눈을 뜨게 만든다. 차가운 생수를 마시고 발코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발코니 앞은 바다. 발코니 끝에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계단에 앉아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해가 뜨는 걸 지켜본다. 이마가 붉게 물들 때쯤이면 작은 상어 몇 마리가 다가와 놀다 간다. 그리고 다시 침대로 돌아와 잔다. 아침 아홉 시면 아침을 먹고 오전 내내 스노클링을 한다. 점심을 먹고 낮잠. 오후에는 다시 스노클링을 하든지 마사지를 받는다. 늦은 오후에는 잘 구워진 오징어와 참치를 먹으며 샴페인을 마신다. 그러다 보면 해가 진다. 저녁이 와서 해변이 보랏빛으로 물들고, 차가운 맥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살면서 이런 날도 며칠쯤은 있어야지. 어쩌면 여행은 생을 잊는 그리고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지도 모른다.

최갑수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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