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것을 하는 교육, 경기도가 선도할 것”

2022.09.16 13:14:43

[초대석]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인터뷰

 

6·1지방선거가 끝난 후 교육계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행보에 촉각을 세웠다. 그동안 경기도 발 교육정책은 진보 교육의 핵심으로 인식됐는데, 임 교육감의 당선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있다. 새로 빚은 술을 낡은 가죽 부대에 넣으면 부대는 터지고 술이 쏟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14일 임 교육감을 만나고 나서 이 말이 떠올랐다. 인터뷰 내내 그는 새 교육감이 그리는 새 경기교육은 새로운 원칙과 새로운 방식으로 펼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대담=엄성용 편집국장

정리=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취임 후 ‘자율’과 ‘균형’, ‘미래’를 경기교육의 원칙으로 내세웠다.

“우리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 시대는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 배운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시대이다. 처음 맞닥뜨린 문제를 파악해 스스로 해결하는 문제해결력과 자율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율의 힘을 바탕으로 기본 인성과 기초 역량을 갖춘 미래 인재를 키우는 것이 교육의 책무성이자 경기교육의 목표다. 탄탄한 기본 위에 기초 역량이 쌓이고, 각자 전문 역량의 토대 위에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유연한 교육과정, 학생 선택권을 확대하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겠다. 자율과 균형을 원칙으로 현장이 공감하는 정책을 실천할 것이다.”

 

-자율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자율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미래 인재에게 요구되는 자율성은 스스로 뭔가를 결정하고 실천하는 역량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길러내는 학교와 교사, 교육 시스템도 자율성을 가져야 하는 게 아닌가. 등교 시간조차 학교가 결정하지 못하는데, 자유로운 교육이 어떻게 가능한가. 다만, 자율에도 선은 필요하다. 교사가 지켜야 하는 선, 학생이 지켜야 하는 선, 그 선을 지키는 게 규율이다. 학교가 현실에 맞게 결정하고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나가겠다.”

 

-교권이 무너졌다. 학생 지도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입은 물론 학생의 학습권도 보장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학생은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학생을 존중한다는 것이 무제한의 자유를 준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의 자유를 존중하고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 학생인권조례는 이런 맥락에서 균형이 잡혀 있지 않다. 학생인권조례를 보완할 계획이다. 학생 인권과 교육활동 보호의 균형을 위해 책임과 의무에 대한 부분을 명시하려고 한다.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학생 학습권과 교사 수업권을 보장하는 데서 교권이 지켜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교권 보호를 위한 조례를 만들자는 의견도 있다.

“교실 안 문제는 법이 아닌 교육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조례와 조례, 교권과 학생 인권이 충돌하는 건 교육적이지 않다. 법률적인 해결보다는 학생인권조례를 균형 있게 정리하는 방향을 우선해야 한다. 서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학생과 교사의 상호존중 문화가 형성되면 오히려 조례는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라고 본다.”

 

 

존중, 무제한 자유 아냐… 학생인권조례 보완 추진

교권 망가지면 미래 없어, 존경 문화 자리 잡아야

학생 수요 예측 모델로 학급당 학생 수 단계적 감축

 

“바람직한 방향 향하게 하는 것이 교육의 역할

자율·균형 원칙으로 현장 공감 정책 실현하겠다”

 

 

-교직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교사를 장래 희망 1순위로 꼽던 건 옛말이 됐다. 교권 하락, 교원 처우 등 현실적인 문제가 영향을 미친 듯한데.

“공감한다. 교권이 망가지면 교육이 망가진다. 교권이 망가진 나라에 미래는 없다.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여러 나라가 있겠지만, 선진국의 필요충분조건에는 교사에 대한 인식이 포함돼 있다. 유럽 선진국에 가면 교육자를 사회적으로 존경한다. 교직을 명예롭고 보람 있는 일로 인식한다. GDP가 높다고 해서 선진국이 아니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선진국은 소득도 높지만, 기본적으로 소셜 인프라로 불리는 교육과 정치제도가 제대로 자리를 잡은 나라다.”

 

-현재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지역교육 현안은 무엇인가.

“경기도 전체 초·중·고교(2468곳) 가운데 학급당 학생 수가 28명 이상인 과밀학급 학교가 45%(1116곳)에 이른다. 제3기 신도시와 개발사업으로 인구 유입은 지속되고 있다. 2028년까지 학령인구 추이를 보면, 초등학생 수는 감소, 중학생은 유지, 고등학생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과밀학급 문제를 해소하려면 학교 신설을 위한 학교 용지 확보, 학급증축을 위한 재정 지원, 교원정원 확보, 중앙투자심사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기존 학교를 이전해 신설하거나 신도시에 최초 개교할 때 중앙투자심사를 면제하고 소규모 학교 설립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 최근 담당 직원들과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 간담회를 실시했다. 우선 학생 수요 예측 모델을 개발해 초등학교 1학년부터 학급당 학생 수를 단계적으로 감축해 나가려고 한다.”

 

-경기교육청이 펼치는 정책은 타 시·도의 교육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혁신학교가 대표적이다.

“해야 할 것을 하는 게 교육이다. 즐겁기만 하고 힘들이지 않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건 오락이다. 교육 문제를 학생들의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해서는 안 된다. 과제를 내는 게 좋으냐, 아니냐를 묻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가 예방주사를 맞을 때 예방주사를 맞을래, 말래, 묻지 않지 않나. 올바른 방향이라면 힘들더라도 해야 한다. 교육의 역할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경기교육청이 이를 선도하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

 

-국제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 도입을 약속했다.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학교는 학생들의 미래를 살아가는 역량을 갖추고 각자의 재능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 IB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의 본질을 회복하고 창의적 역량을 갖춘 글로컬 융합인재를 키우고자 한다. 지난 15일 미래 교육 IB 포럼 개최, IB 본부와 의향서 체결을 시작으로 교육 현장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미래교육의 방향을 함께 그려 나갈 것이다. 하반기에는 교원 대상 연수와 설명회를 실시해 IB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IB 국제 공인 전문 강사를 양성할 계획이다. 학교가 자발적으로 IB 프로그램을 활용해 수업과 평가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국가가 돌봄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0세부터 초등학교까지 국가가 돌봄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범국가적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 정부 부처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 지자체와 협력해 책임 돌봄을 확대해야 한다. 지자체가 돌봄 운영과 관리를 책임지고, 지역사회의 인력풀을 활용해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학교는 공간과 시설 이용을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돼야 한다. 이미 경기도 내 일부 지역에서는 지자체와 협력한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향후 지자체 협력 모델을 확대할 예정이다.”

 

-교원들에게 전할 이야기가 있다면.

“교육은 교사가 가장 중요하다. 교권은 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학생들을 책임 있게 가르치는 것도 교권이 작동할 때 가능하다. 교사 업무의 본질인 교육에 충실하도록 잡무 등 그 외의 것들을 줄일 생각이다. 교육지원청별로 매뉴얼을 만들고 학교 현장에 맞게 바꿔서 적용할 수 있게 지원할 계획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를 존경하고, 교사는 학생을 존중하는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잘못된 건 바로잡을 것이다.”

 

◆임태희 교육감

△1956년 출생 △서울대 경영학 학사 △동대학원 경영학 석사 △영산대 경영학 명예박사 △제24회 행정고시 합격 △청와대 경제비서실 금융 담당 행정관 △제16·17·18대 국회의원 △고용노동부 장관 △대통령실 실장 △한국정책재단 이사장 △제7대 국립 한경대 총장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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