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민·형사상 책임과 교원

2022.10.05 10:00:00

불법행위에 대해 법적분쟁을 시작하거나 경고할 때, 우리는 흔히 상대방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라는 말을 쓴다. 그리고 이러한 법적분쟁을 마무리할 때에도 합의문에 ‘민·형사상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라고 적는다. 법을 잘 몰라도 이를 보면 불법행위에는 크게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 불법행위자는 자신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고(민사책임), 그 행위가 범죄인 경우에는 국가로부터 형벌을 받을 수 있다(형사책임). 

 

얼마 전 건물 8층에서 소화기 두 개가 연달아 아래로 떨어져 건물 앞에 서 있던 고등학생과 50대 행인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3.3kg와 1.5kg의 소화기를 건물 밖으로 던진 범인은 놀랍게도 만 12세의 초등학생이었다. 피해자 가족들은 이 같은 사실에 매우 황당해했다. 가해자가 초등학생이므로 제대로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이렇듯 연소자로부터 불법행위를 당하면 피해자는 난감하다. 아무리 가해자가 연소자라도 손해배상은 받아야 할 터인데, 피해자는 누구에게 어떻게 민사책임을 물어야 할까? 이는 학생을 보호·감독하는 교원과도 관련될 수 있으므로 이번 호에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미성년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사책임

 

사람이 태어나 온전한 권리·의무의 주체로 성장하기까지는 오랜 성장시간이 필요하다. 그때까지 미성숙한 연소자를 미성년자라고 하며 보호한다. 민사상 미성년자는 만 19세 미만의 자로 정하고 있다. 「민법」은 불법행위를 한 미성년자에 대한 민사책임을 제한한다(제753조).

「민법」 제753조(미성년자의 책임능력)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그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때에는 배상의 책임이 없다.

 

● 미성년자가 불법행위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경우 
특정 행위의 책임을 분별하여 알 수 있는 지능이 없는 미성년자는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즉, 민사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때 그 행위의 책임을 분별하여 알 수 있는 지능을 갖추었는지는 해당 미성년자를 두고 개별적으로 판단하므로 일률적인 연령 기준을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무적으로는 대개 만 13~14세 전후에서 나눠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만약 위 규정에 의해 미성년자에게 배상책임이 없다면, 피해자는 누구에게 손해를 배상받아야 하는가? 「민법」은 이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미성년자의 법정 감독의무자 책임을 인정한다(「민법」 제755조).

「민법」제755조(감독자의 책임) 
제1항 다른 자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이 제753조 또는 제754조에 따라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여기서 법정 감독의무자는 일반적으로 미성년자의 친권자, 즉 부모를 말한다. 그러므로 미성년자가 「민법」 제753조에 따라 민사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하면 미성년자의 부모가 미성년자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는 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때 부모의 감독의무는 미성년자의 생활 전반에 대한 것이므로 부모가 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기는 어렵다.


만약 학교에서 학생에 의한 불법행위가 발생한 경우에는 학교장·교사에게도 민사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학교장과 교사는 학교에서 부모를 대신하여 학생을 감독하는 지위에 있는데, 「민법」 제755조 제2항은 이와 같이 법정 감독의무자를 대신하여 미성년자를 감독하는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755조(감독자의 책임) 
제2항 감독의무자를 갈음하여 제753조 또는 제754조에 따라 책임이 없는 사람을 감독하는 자도 제1항의 책임이 있다.

 

관련 사례를 살펴본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학생들 간에 집단괴롭힘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학생은 가해학생들로부터 수개월 동안 이유 없이 폭행 등 괴롭힘을 당했고, 스트레스 장애 등의 증상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가해학생들은 당시 만 12세의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로서 자신의 행위로 인한 법률상 책임을 변식할 능력이 없는 자로 판단되었다.

 

이에 피해학생의 부모는 가해학생들의 부모 외에도 학교장과 교사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지방자치단체의 패소였다(대법원 2005다24318 판결). 폭행이 대부분 학교 내에서 이뤄진 점, 담임교사가 평소 학생들의 동향 등을 면밀히 파악하지 않은 점, 폭행이 적발된 후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한 점, 이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이 인정된 결과였다.

 

다만 학생에 대한 교사 등의 보호·감독책임은 학교 내에서 학생의 모든 생활관계에 미치는 것이 아니고, 학교 교육활동 및 이와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생활관계로 한정하였다. 나아가 그 의무범위 내의 생활관계라고 하더라도 사고가 학교생활에서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었거나 예측할 수 있었던 경우에만 책임을 진다. 그러므로 학교 내 집단따돌림으로 인한 학생 자살사고가 발생하였고, 교사에게 집단따돌림을 감독하지 못한 과실이 있더라도 교사가 자살을 예견할 수 없었다면 자살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대법원 2005다16034 판결).

 

● 미성년자가 불법행위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있는 경우
미성년자가 그 행위의 책임을 분별하여 알 수 있는 지능이 있는 경우(이하, 책임능력이 있는 경우라고 함)에는 미성년자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따라서 보통 고등학생 정도가 되면 자신의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문제는 미성년자의 대부분이 스스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로서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 그 감독자에게 민사책임을 묻고자 할 것이다.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는 경우에 「민법」 제755조의 감독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자칫 피해자 구제의 공백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법원은 이 문제를 감독자에게 일반 불법행위 책임(「민법」 제750조)이 인정될 수 있는 것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적용법조와 법리가 달라지면서 차이가 발생한다.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없는 경우(제755조)에는 감독자 측에서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지만,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는 경우(제750조)에는 피해자가 부모나 교사의 보호·감독의무위반 사실과 사건 발생과의 인과관계를 증명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민사소송에서 증명은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여야 하고, 이에 이르지 못한 경우 증명책임이 있는 자의 불이익으로 돌아가므로 이러한 차이는 재판의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형사책임이 없는 형사미성년자
형사상 미성년자의 나이는 민사상 미성년자의 나이(만 19세 미만)와 다르다. 「형법」 제9조는 형사미성년자를 만 14세 미만의 자로 규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자는 형사처벌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만 19세 미만의 소년에 대해서는 일반 형사절차와 다른 특별한 절차를 두고 있는데, 바로  「소년법」에 의한 소년심판이다. 「소년법」은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기 위한 것으로  「소년법」상 보호처분은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물론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 만 10세 미만
행위 시를 기준으로 만 10세 미만은 소년심판 대상도 아니다. 따라서 만 10세 미만의 교화는 사법적 기능이 아닌 교육적 기능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다.
 
●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 이른바 촉법소년
행위 시를 기준으로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자는 형사미성년자로서 형벌 대상은 아니나, 소년심판의 대상은 되므로 이 점에서 만 10세 미만과 구별된다. 이른바 촉법소년이다. 「소년법」상 보호처분은 다음과 같다.


● 행위 시 만 14세 이상, 보호처분 시 만 19세 미만
행위 시 만 14세 이상, 보호처분 시 만 19세 미만의 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도 가능하고,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도 가능하다(택일). 

 

마치며
연소자는 자신의 불법행위 책임을 분별하여 알 수 있는 지능이 있는지에 따라 민사책임(손해배상)을 지고, 만 14세에 이르렀는지에 따라 형사책임을 진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부당할 수도 있다. 특히 형사책임과 관련해서는 형사미성년자의 나이를 낮추자는 목소리가 거세다. 아이들의 범죄가 끔찍해지고 잔인해졌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먼저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아마 아이들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과거보다 아이들의 지적·신체적 능력이 훨씬 향상되었다고 하지만, 해체된 가정이 많아지고, 저급한 사회문화가 확산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연소자의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원인에 대한 해결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지산 울산시교육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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