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민원처리반’, 장학사도 괴로워

2022.12.05 10:30:00

2010년 9월 1일, 교육과학기술부는 기존 관리·감독 위주의 지역교육청을 현장 지원 기관으로 역할을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교육지원청으로 개편을 단행했다. 개편 내용 중 하나가 학교별로 장학사를 지정하여 학교운영 전반을 점검·감독해 오던 행정적 성격의 담임장학을 폐지하고, 교사와 학교가 요청하는 경우 전문가를 연결해 주는 컨설팅장학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이후 시·도교육청별로 담임장학이 폐지되고 컨설팅장학이 진행되다가 최근에는 지원장학·동행장학 등 다양한 명칭으로 장학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사와 장학사의 동상이몽
과거에는 장학의 목적을 학교에 대한 지도·감독에 초점을 두고 관 주도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업개선, 교사전문성 신장, 학교교육 개선 등에 초점을 두고 단위학교 교내 자율장학과 교육지원청의 지원활동을 기반으로 장학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는 추세이다. 교육지원청은 학교와의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교내 자율장학을 지원하는 장학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지원청의 담임장학 활동에 대한 현황 파악을 위해 경기도교육연구원에서 경기도 교육지원청 소속 교육전문직원 및 교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교육전문직원은 131명, 교원 2,764명(초 1,427명, 중 814명, 고 52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장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교원의 응답이 61.9%로 나타났다. 학교가 요청하는 장학의 주된 안건이 교육과정 운영, 수업 및 학생생활지도 등과 관련된 내용보다는 시설 정비 및 확충, 예산 등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러한 학교 요구사항에 대한 해결 정도가 낮아 담임장학이 학교에 미치는 영향력이 낮은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담당장학사가 자주 교체되는 교육지원청의 경우, 장학이 학교에 대한 이해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으로 인식하기도 하였다. 


교원들은 장학이 교육지원청 또는 관리자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장학활동의 일정을 학교와 조율하기는 하지만 이미 정해진 기간 내에서 날짜를 선택하고, 학교 방문 간담회 방식으로 이루어져 학교의 의견수렴을 토대로 장학활동이 이루어진다고 보고 있지 않았다. 장학의 주제 선정, 참여 구성원 결정 등 장학 관련 의사결정 과정 역시 주로 관리자(교감·교장) 중심으로 이루어져 관리자를 제외한 일반교사들의 장학 불필요 응답이 과반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학에 대한 교원의 만족도 역시 일반교사가 34.8%, 보직교사가 42.7%, 관리자가 65.1%로 나타나 관리자 집단에서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장학사들은 장학활동이 일반행정직과 구분되는 장학사 본연의 업무로 인식하고 있었다. 장학을 수행함으로써 학교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이를 지역교육을 위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보았다. 일부 장학사는 장학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수업컨설팅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답변하기도 하였다. 과거에는 장학활동 중에 수업참관 등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A 교육지원청 소속 장학사는 학교에 장학을 나갔다가 “장학사가 왜 수업을 보러 왔나요?”라며 학교로부터 민원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교원에게 장학사와의 협력적 관계를 묻는 문항에 77.8%가 긍정적으로 응답했고, 과거에 비해 장학사와 비교적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응답이 있었지만, 여전히 장학사는 부담스러운 존재, 장학은 외부인에 의한 관리·감독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장학이 학교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는 반응
장학사들은 자신의 정체성이 장학활동 수행임을 인식하고 있지만, 장학에 깊이 있게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규모가 큰 교육지원청은 초등 장학사 한 명이 담당하는 학교가 20교 정도에 달한다. 특히 초등 장학사는 중등에 비해 평균 1.5배 정도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현상은 학교현황 파악에 대한 전문성으로 이어져 규모가 큰 지역일수록 장학사의 학교현황에 대한 파악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국민 신문고를 비롯한 민원업무 등 과도한 행정업무로 인해 장학을 우선순위에 놓기 어렵다고 하였다. 


이와 더불어 최근 장학의 주 내용이 학교의 민원해결 비중이 큰 만큼 장학의 본질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학교의 모든 민원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장학이 학교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장학에 대한 학교현장의 만족도가 낮은 것과 같은 맥락이며 장학이 학교의 민원이나 일반적인 학교운영에 치우친 경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담임장학이 폐지되던 10여년 전, 학교현장이 부담스러워하는 장학을 학교가 요구하는 장학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장학의 명칭도 바뀌고, 형태도 바뀌었지만 장학은 여전히 학교현장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학교는 장학을 수행하는 장학사를 부담스러운 외부인으로 바라보고 있다. 혹시라도 학교의 내부 문제를 교육지원청에 전달하게 되어 불편한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조심스럽고 염려스럽게 대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교육지원청 장학의 목적은 학교 자율장학을 지원하여 단위학교 구성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현장도, 교육지원청도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학교 안에서는 전문적학습공동체 등을 통한 자율적 역량 강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교사들은 장학이 교육지원청, 관리자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단위학교를 지원하는 장학의 목적에 부합할 수 있도록 장학시기나 운영방법 등 다양한 변화를 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교내 자율장학과 교육지원청 장학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학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교육전문직원의 업무 재구조화나 경감 및 학교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 수준의 교육전문직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도 아울러 필요하다.
 

김현미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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