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의 교훈, 군중밀집지역 안전교육 어떻게?

2022.12.05 10:30:00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에 또 하나의 깊은 상처를 남겼다. 세월호 참사,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 우리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사고들은 희생자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았던 이들에게 아직까지도 상처로 남아있다. 이러한 참사의 발생으로 국가 조직과 제도가 변화하고, 사회적 인식 전환 등이 이루어지며, 해당 부분에 대한 안전은 강조된다. 하지만 이에 더하여 사고의 교훈을 되새기고 이를 전달하는 일이 필요하다. 

 

 

다중밀집지역에서 발생한 사고
대규모 군중이 집중된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는 이태원 참사 이전에도 국내외에서 여러 번 발생했다. 국내의 경우 1959년 부산공설운동장 시민위안잔치 때 3만 관중이 좁은 출구로 밀리며 67명이 압사한 사고부터, 2005년 10월 경북 상주 시민운동장 콘서트에 5천여 명이 일시에 몰리며 11명이 숨지는 사고 등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다. 외국에서 최근 발생한 사고로는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미나(mina)에서 열린 하즈 순례기간 중 발생한 압사사고가 있다. AP통신에 의하면 2,41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21년 11월 5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NRG 파크에서 발생한 아스트로 월드 페스티벌 압사사고에서는 10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10·29 참사가 발생하기 직전인 2022년 10월 1일 인도네시아 칸주루한 스타디움에서 축구경기 후 관중 난동 및 진압 과정에서 132명이 사망하고 100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압사사고의 원인과 대책
다수의 군중이 모이는 경우 발생하는 압사사고는 군중압착(crowd crush)이라고 하며, 군중이 몰리는 상황은 인간몰림( human stampedes)·군중몰림(crowd surge) 등으로 불린다. 좁은 공간 또는 폐쇄된 출구에 사람이 급격히 몰리면서 사람들이 수평밀기와 함께 수직으로 쌓여지는 현상도 발생한다. 군중압착사고를 보면 현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수직으로 쌓여져있는 피해자들을 힘으로 빼내려 하지만 가해지고 있는 힘으로 인해 포기하게 된다. 
또 서 있는 상태나 다른 사람들에게 깔려있는 상황에서 가슴과 복부 등 신체가 압착되면 폐 기능이 떨어지고 혈액순환이 되지 못하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하게 되는 데 이를 압착성 질식사(compression asphyxia)라고 한다. 이태원 참사에서 보면 질식이외에 장기파열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압사사고의 발생 위험이 감지된다면 즉각적으로 추가적인 인원의 진입차단, 기존 인원의 타지역 이동 및 배출 등을 수행하여 밀도를 감소시켜야 한다. 또한 비상대응 요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통제는 훈련된 책임 있는 실무자 또는 군중관리 전문가(crowd manager)등의 판단에 의해 실시간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또한 군중의 이동에 대한 군중역학(crowd dynamics)과 군중 시뮬레이션(crowd modeling or crowd simulation) 등의 수단을 통하여 상황을 검토해보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군중밀집지역 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은
이태원 참사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 여러 압사사고 대처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다중밀집지역 사고 예방을 위한 체계적이고 세부적인 교육내용이 필요하다면 호주에서 제공하고 있는 호주재난복구핸드북(AUSTRALIAN DISASTER RESILIENCE HANDBOOK COLLECTION) 중 <안전하고 위생적인 군중 밀집장소(Safe and Healthy Crowded Places)>와 미국연방재난관리청(FMEA)에서 제공하고 있는 <특별 이벤트 비상계획(Special Events Contingency Planning)> 등을 참고하면 된다. 


먼저 호주재난복구핸드북은 2018년도에 발간 된 것으로 행사에서 붐비는 장소와 대규모 모임에서의 안전과 위생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다. 행사 주최 조직, 장소 관리 주체, 지방정부, 기업, 그리고 안전·응급서비스 분야에서 대규모 군중밀집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전문가·현장관리자·경찰·소방관이 사용하도록 작성되었다. 이 핸드북은 관리계획의 수립, 커뮤니케이션, 안전조치사항, 군중관리, 군중질서유지를 위한 수단, 응급의료에 대한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연방재난관리청의 매뉴얼은 2005년에 발간된 것으로 행사의 계획, 행사 운영 시 고려사항, 사고의 지휘와 통제, 행사 이후 조치사항 등을 다루고 있다. 두 문서는 행사에 대한 안전관리를 수행해야 할 관계자들이 알아야 할 전반적인 관점에서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분량이 많고 전체적인 지침이기 때문에 단시간 동안 수행되는 안전교육에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만약 교육준비에 긴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고, 교육대상에게 생존에 필요한 지식들만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국내 언론에서 많이 인용된 미국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의 ‘군중압착상황에서의 생존방법과 치명적인 이유(How to survive a crowd crush and why they can become deadly)’라는 기사내용을 참고할 수 있다. 타라 파커 포프(Tara Parker Pope) 기자에 의해 작성된 이 기사는 영국서포크대학교의 키스 스틸(G. Keith Still) 교수, 영국 노섬브리아대학교의 마틴 에이머스(Martyn Amos) 교수, 로스엔젤리스 군중안전컨설팅서비스의 군중안전전문가 폴 웨이트하이머(Paul Wertheimer) 등 이 분야 최고수준의 전문가들에 의해 제시된 의견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어서 참고할 만하다.

 


또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제시된 여행자 안전부분의 ‘대규모 집회로의 여행(Travel to Mass Gatherings)’ 내용을 참고할 수 있겠다. 이 두 문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정리하고, 필자의 의견을 추가하면 다음과 같은 지침을 제시할 수 있다. 

 

1. 대규모 군중이 모이는 장소에 가게 된다면, 다음 사항을 준비해본다.
•‌참여하고자 하는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 또는 관할 행정기관의 안전관리에 대한 준비상황과 제시하고 있는 안전사항을 확인한다.
•‌행사지역(실내행사·야외행사 또는 경기장처럼 복합적인 형태)의 지형적 특성을 미리 점검하여 대피경로를 파악하고, 막다른 골목(dead-end)·병목구간(bottle neck)·경사구간·장애물 구간 등을 미리 인지한다. 군중이 몰리기 전 조금 일찍 도착하여 미리 검토해보는 것도 좋다.
•‌현장에서 비상시 응급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알아둔다.
•‌군중 속에서 가족 및 동반자와 헤어질 경우에 대비, 만날 장소를 미리 지정한다.
•‌소지품은 쉽게 몸에서 이탈하여 떨어뜨리거나 분실하지 않도록 몸에 밀착되는 가방 등에 보관한다.
•‌신발은 쉽게 벗겨지지 않고, 부상 방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선택한다.

 

2. 대규모 군중밀집 행사에 참석하게 된 경우,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신속하게 그 장소를 벗어나야 한다.
•‌군중 흐름 속에서 이동하다 느려지기 시작하면 위험신호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소리가 들리면 통제불능 상황에 도달하고 있다.
•‌군중밀도가 1㎡당 5명을 초과하면 상황이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3. 군중 속에 있게 된다면 다음에 주의해야 한다.
•‌대규모 군중이 모이면 군중의 앞쪽이나 중간보다는 뒤쪽이나 주변에 있는 것이 좋다.
•‌군중의 흐름이 생긴다면 이에 맞서기보다 군중과 함께 움직이며 따라가야 한다.
•‌아동은 군중 속에 데려가지 말아야 한다. 만약 동반하고 있다면, 어깨에 메거나 안고 다리로 허리를 감싸도록 해야 하며, 손을 잡거나 팔로 끌지 말아야 한다.
•‌물건이 떨어진 경우 이를 주우려 하지 말아야 한다. 몸을 굽히면 일어나기 어렵게 된다.
•‌다른 사람이 넘어지면 최대한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 서로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4. 군중압착이 시작될 조짐이 보인다면 다음과 같이 행동해야 한다.
•‌소리 지르는 것으로 에너지와 산소를 낭비하지 말고, 최대한 머리를 높여 공기흡입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일어선 자세에서 팔이 옆구리에 고정되지 않도록 하여 가슴을 보호하고 호흡하기 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권투선수와 같은 자세도 좋다. 한쪽 손으로 반대쪽 팔뚝을 잡는다. 그러면 일정한 보호막이 만들어진다.
•‌넘어지거나 군중압착으로 깔리게 되면 눕거나 엎드리는 것보다 왼쪽으로, 머리를 보호하는 태아자세(fetal position)를 취하는 것이 가장 생존확률이 높은 자세이다. 군중압착에서의 생존자세로 추천된 태아자세는 2003년 2월 20일 발생한 로드아일랜드 스테이션나이트클럽 화재(100명 사망, 230명 부상)에서의 생존자 마이크 바르가스(Mike Vargas)가 2003년 2월 25일 미국 NBC에서 방영된 인터뷰에서 군중압착 상태에서 태아처럼 웅크린 자세로 있다가 화재와 압력 속에서 살아남았다고 증언한 자세이다.

 

위의 내용에 더하여 사고 발생 시 압착사고 희생자들을 회생시키기 위한 CPR이나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등과 같은 심폐소생교육도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너무나 충격적인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적 측면에서 다중밀집지역 안전을 위한 장기적 조치는 군중관리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지만, 교육현장에서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안전교육방안은 위에서 서술한 군중압착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내용을 잘 전달하는 것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에서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는 늘 대비의 사각지대에서 예상치 못한 시점에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각 개인의 안전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현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안전의식을 형성시키고 유지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하며, 재난발생 시 대응방안을 알려주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김종훈 오산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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