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하향평준화 땐 노후생활 보장 못 해

2023.01.05 10:30:00

공적연금개혁의 필요성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한국의 인구구조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하였고, 2026년에는 21%를 넘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통계청, 2021). 이와 같은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노인의 사회복지 수요도 매우 가파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노년기 질환에 대한 의료와 장기요양과 같은 수요의 증가와 더불어 고령인구의 소득보장이 가장 큰 정책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 고령인구의 빈곤은 43%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이처럼 고령인구의 빈곤이 높게 나타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노인들에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공적연금제도 등 사회복지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을 수급하는 사람은 45% 수준에 불과하다. 65세 이상 인구의 약 70%가 기초연금을 수급하고 있지만, 노년기의 빈곤을 크게 감소시키지 못하는 현실이다.


반면에 우리나라 공적연금제도가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적연금의 재정이 고갈되어 “1990년대생 이후 세대는 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면서 연금 재정수지 악화를 강조하는 지적도 있다(서울경제, 2022). 실제로 2022년 9월 기준 896조 원의 적립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2038년까지 증가하다가 2055년 이후 소진될 것이란 예측이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공무원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많은 우려가 존재한다. 공무원연금은 15조 원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지만, 연금보험료 수입으로 당해 연도 연금지출에 드는 재정을 충당하지 못해 2020년 기준으로 약 2조 1천억 원의 보전금을 정부로부터 이전받았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의 공적연금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개혁과제는 연금 수급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연금의 적정성 확보, 연금재정의 지속가능성 제고, 공적연금의 사각지대 해소 등 크게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공적연금개혁의 과제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통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과는 별개로 공무원연금을 운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으로, 공적연금 통합을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근본적으로 공적연금제도를 통해 모든 국민이 고령으로 인한 소득감소에 대응하여 일정한 수준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은 타당한 지적이다. 노년기의 소득보장에 있어서 보편성의 실현은 복지국가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이 서로 다른 문제점에 직면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공적연금의 통합을 목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이글에서는 이와 같은 논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이 각각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형평성에 부합한다는 주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적절한 개혁방향
지난 60년간 경제발전 추진과정에서 발전한 우리나라 공적연금제도는 일반 국민을 가입자로 하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직역연금인 공무원연금으로 분리하여 운영되는 독특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특수직역연금에는 사립학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사학연금과 군인을 대상으로 하는 군인연금이 있는데, 이글에서 대표적인 특수직역연금인 공무원연금을 중심으로 논의를 하고자 한다. 공무원연금은 1960년 도입되어 개발연대에 공무원이 낮은 봉급에도 불구하고 공직업무에 몰입하게 하고, 직무수행에 있어서 청렴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로 활용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공무원연금제도는 민간에서 별도로 존재하는 퇴직금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공무원제도를 운용하기 위한 인사정책적 수단의 성격을 가진 공무원연금을 인위적으로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를 초래한다. 

 

첫째, 공적연금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연금이 수행하던 인사정책적 요소를 가려내어 별도의 제도로 수립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공무원연금에 포함된 퇴직금 부분을 분리하고, 정부가 그에 필요한 별도의 기금을 마련하여 퇴직하는 공무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한 현재 공무원연금이 수행하고 있는 공무원의 청렴과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도를 추가로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와 더불어 이미 퇴직하여 공무원연금 수급권을 확보한 사람들의 연금을 지급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이것은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과 통합되면 공무원이 보험료를 국민연금에 납부하는 형식이 된다. 이처럼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하는 구조개혁이 원칙적이고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타당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막대한 재정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현재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공무원에 대한 인사정책적 수단을 폐지하고 불확실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심각한 한계를 가지게 된다. 

 

둘째,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하여 보험료와 연금지급 수준을 국민연금에 맞추는 것은 국민의 노후 소득을 적정하게 보장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 현재 국민연금이 가진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낮아 노후생활을 적정하게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공적연금의 근본적인 목적이 노후에 일정한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보장임을 감안할 때 공적연금의 구조개혁을 위해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에 맞추어 하향평준화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이처럼 인위적인 통합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이 현재 직면한 각각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에 적절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여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훨씬 더 타당한 정책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각각의 제도 모두가 연금의 적정성과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게 된다면 제도 간의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두 제도를 인위적으로 통합하여 똑같이 만드는 것은 형평성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명하지도 않은 정책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공무원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개혁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가입자인 공무원과 고용주로서 정부가 부담하는 보험료 수입으로 연금지출에 필요한 재정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부분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것이 공무원연금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근본적 원인도 공무원연금제도가 자체적으로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국가 재정으로부터 보전금의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표 1>은 공무원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입자로서 공무원과 고용주로서의 정부의 부담을 단계적으로 인상하여 2050년까지 정부보전금을 10% 수준에서 통제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공무원연금이 연금뿐만 아니라 퇴직금의 기능과 공무원의 청렴성 유지 및 정치적 중립을 위한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적정한 수준의 정부보전금은 인정되어야 한다는 기본적 전제에 근거하고 있다.

 

 

한편 재정수입 측면에서 공무원연금의 재정 안정화를 위한 노력과 함께, 지출 측면에서의 안정화 노력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연금 수급자들도 일정한 재정부담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연금개혁을 통해 5년 동안 물가상승에 따른 인상을 동결한 것도 연금 수급자가 고통을 분담한 중요한 사례다. 기대수명의 상승으로 장기간 연금을 수급하는 수급자가 늘어나 재정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10년 미만, 10년 이상, 20년 이상 연금을 수급한 사람들에게 차등적으로 물가상승에 따른 인상률을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에는 연금 소득대체율이 낮아 노후의 생활수준 유지라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연금 보험료율이 9%(본인 부담 4.5%와 고용주 부담 4.5%) 수준으로 매우 낮아 필요한 재정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여, 2055년 정도에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국민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인상하고, 연금 수준을 적정하게 인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국민연금의 기금이 증가하고 있는 상태여서 급격히 보험료율과 연금 수준을 인상하기 보다는 단계적으로 인상하면서 재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같은 연금의 적정성과 재정 안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과 함께 거론되는 개선책의 하나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의 상향 조정이다. 건강하고 능력이 있는 고령자가 좀 더 경제활동을 하고, 그에 따라 연금수급을 늦추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재정 안정화 방안이다. 그러나 연금 개시 연령을 상향 조정하려면 65세 이상이 노동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개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근로 능력과 근로 의지가 높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면 공적연금의 재정 안정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사회적 합의를 통한 공적연금개혁
공적연금개혁을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에도 특별위원회가 설치되어 개혁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공적연금개혁은 보험료를 내는 근로자와 고용주 그리고 공무원과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관련되어 있다. 이와 더불어 현재 연금을 받는 수급자와 연금 보험료를 내야 하는 젊은 세대 등 세대 간 상반된 이해관계의 충돌도 있다. 이처럼 복잡한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연금개혁을 추진하려면 서로의 입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타협점을 찾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권혁주, 2022). 이를 위해서는 공적연금개혁에 관한 논의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폭넓게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권혁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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