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튜터는 보조재, 교육의 본질은 교사

2023.02.03 10:30:00

AI 시대를 맞아 교육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2025년부터 AI 튜터를 교육에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AI 튜터의 기능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영상합성기술을 활용한 가상교사, 둘째, 학습과 학습 습관 관리를 돕는 AI 튜터, 셋째, AI 상담교사다. 구체적인 세부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정부의 계획엔 가장 기본적인 교육부터 학습 습관, 상담까지 모두 AI에게 맡기겠다는 뜻이 담겼다.

 

고차 사고력 교육과 교사의 역할
학교현장에 실제 적용될 경우 문제점은 없을까. 정부 발표에 담긴 기대와 현장교사들의 목소리는 사뭇 달랐다. 교사들은 대체로 ‘교육의 모든 영역을 AI 튜터에게 맡기는 것은 어렵다’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교육의 주체는 교사이며, AI 튜터는 일부 영역에서 교사를 도와주는 방향으로 개발돼야 한다는 뜻이다. 주위 동료교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먼저 교사들은 AI 튜터가 낮은 수준의 인지적 영역을 교육할 때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교사들은 공통적으로 학생의 수준별 학습 진단, 적절한 학습콘텐츠와 피드백 제공에 있어서는 교사보다 AI 튜터가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학생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주기 어려운 경우, AI 튜터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국내 에듀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 기반의 지식 추적(Knowledge Tracing)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학생의 현재 지식상태를 진단하고 적절한 문제나 콘텐츠를 추천하는 맞춤형 학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AI 튜터가 고차 사고력을 교육하는 경우에는 도움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고차 사고력 교육을 위해서는 강의식 수업이 아닌 다양한 교수·학습방법과 이론을 적용한 수업과 학습환경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를 활용한 문제해결능력 학습, 문제해결 경험에 기반해 고차 사고력을 기르는 프로젝트 기반학습, 액션러닝의 교수학습 등이 그 예시다. 고차 사고력 교육은 아직까지 AI가 아닌 교사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현장교사들이 AI 튜터에게 기대하는 것  
그렇다면 현장교사들이 AI 튜터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현장교사들의 요구는 크게 학습지원·업무지원·학생심리이해지원의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었다. 교사들은 학생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학생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확인하고 도와줄 수 있는 능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또 학교 행정업무를 빠르게 처리해 주는 능력과 학생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에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외에도 다양한 요구가 있겠지만, 교사들은 AI 튜터가 직접 모든 내용을 지도하는 것보다는 교사의 교육과 업무를 보조하는 형태로 개발되길 원했다. 현장교사들의 의견을 고려하여, AI 튜터 개발방향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교사의 역할과 AI 튜터의 역할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앞선 현장교사들의 주장처럼 교사가 교육주체가 되고 AI 튜터는 낮은 수준의 인지적 영역 학습과 업무를 지원하는 보조적 역할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현재 AI 기술 수준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연어 생성 분야에서 가장 최신의 기술(state-of-the-art)이라 평가받는 ChatGPT는 기사문 쓰기, 소설 쓰기, 프로그래밍, 주제에 맞는 문서 생성에서 놀라운 성능을 보이며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ChatGPT도 기존의 자연어 생성 인공지능처럼 사실이 아닌 말을 그럴듯하게 하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나 답변의 비일관성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는 높은 수준의 인지적인 영역에 대한 학습용도로 인공지능을 사용하기에는 아직까지 기술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정의적인 영역에 대한 지도는 높은 수준의 인지적 영역에 대한 교육보다 훨씬 복잡하다. 정의적 영역에 대한 지도 및 학생과의 래포 형성 및 상담 등 정서적 지원은 교사가 담당할 수밖에 없는 고유 영역이다.

 

둘째로 교사들은 낮은 수준의 인지적 영역은 AI 튜터가 지원하되 높은 수준의 인지적 영역은 교사가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AI 튜터는 교사들이 고차적 사고력을 지도할 때 간접 지원하는 용도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사는 AI 튜터가 제공하는 학생별 학업성취 리포트를 확인하고, 각 학생의 특성을 고려하여 적합한 피드백을 제공하거나 다음 수업을 설계할 때 유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셋째로 AI 튜터의 개발 범위는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하여 정해야 한다. AI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네이버의 딥러닝 기반 대형 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인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는 총 1,024개의 그래픽카드(GPU)를 이용하여 13.4일간 학습됐다(AI타임스, 2021). 클라우드 서비스(Cloud Service)의 그래픽카드 1개의 시간당 이용금액을 평균가를 고려해 약 2,000원이라고 계산하면 총 6억 5천여만 원 이상 필요하다. 물론 이는 해당 모델을 개발하는데 들어간 인건비와 시설투자비 등의 경비를 제외한 비용이다. OpenAI의 대형 언어모델인 GPT-3도 정확한 개발 비용은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GPT-3 개발을 위해 최소 1,000만 달러가량 투자됐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AI를 활용하지 않고도 적은 비용으로 교사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앞서 교사들의 요구사항 중 하나였던 행정업무지원은 AI 개발보다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가 훨씬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다. RPA는 규칙기반(rule-based)의 자동화기술로, 반복적인 작업을 컴퓨터가 자동으로 처리하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넷째로 AI 튜터 개발과정에 민간 에듀테크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2021년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0년 8월 기준으로 각 시·도교육청이 자체 개발한 공공 애플리케이션 346개 중 128개가 폐기대상이었다. 해당 애플리케이션 제작에 투입된 세금은 총 30억 원이 넘었다(경향신문, 2021). 정부 주도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경우 유지·보수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교사들의 AI 리터러시 능력 향상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교사들은 AI를 학생의 수준에 맞게 가르치거나 AI를 활용한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AI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많은 교육청에서 교사들의 AI 리터러시 능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AI 관련 연수 프로그램은 비용 및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AI에 대한 대략적인 이해 및 도구 사용법 정도에 머물러있어 한계가 있다.


<Artificial Intelligence In Education: Promises and Implications for Teaching and Learning(교육에서의 인공지능: 교수와 학습에 대한 약속과 시사점)>의 저자 Fadel, Holms 그리고 Bialik(2019)는 인공지능교육을 크게 인공지능을 배우는 것(Learning with AI)과 인공지능에 대해서 배우는 것(Learning about AI)으로 분류한다. 대부분의 연구 프로그램은 인공지능 자체를 가르치는 전자에 집중한다. AI 튜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후자에 대한 연수 프로그램도 강화가 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AI 리터러시 향상을 위해 교사 대상 연수를 확대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동안 교사 대상 소프트웨어 연수가 많이 있었지만, 일부 관심 있는 교사들의 소프트웨어 교육역량만 강화하는데 그쳤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교사들의 목소리와 수많은 연구결과가 뒷받침하는 것처럼, AI는 교사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교육핵심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다. AI 튜터는 교사를 보조하는 형태로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늘 ‘본질’보다는 ‘기술’에 치우친다.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교육’인지 수많은 예산을 들인 ‘신기술’의 적용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웅기 전 충남내포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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