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음담패설 교권침해일까? 아닐까?

2023.03.06 10:30:00

작년 한 중학생이 휴대전화를 충전하며 교단에서 수업 중인 교사의 옆에 누워있는 동영상이 커다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영상 속 학생은 수업에 참여하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무례하기 그지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데, 교사는 이를 제지하지도 못하고 애써 무시하며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교사가 느꼈을 무력감에 모두 공분하며, 교육활동 침해의 심각성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었다. 당연하게도 직접적인 당사자인 교육계와 교사들에게 가장 큰 반향이 있었다. 필자 역시 이 사건 이후 교육활동 침해와 관련된 내용, 교권보호위원회의 절차에 관한 문의가 부쩍 늘어난 것이 체감되었다.


일선 학교현장에서 교육활동 침해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 관리자와 업무담당자는 어떤 내용들을 궁금해 했을까? 피해교원은 어떤 점을 힘들어했을까? 이번 호에서는 여러 질문 중에서 교육현장에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지만 보급된 매뉴얼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질문, 법률전문가로서도 판단하기가 곤란했던 사례들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준비해보았다.

 

사례 _ ‘방과 후’에 이뤄진 교육활동 침해행위

방과 후 학생들이 SNS 단체 대화방에서 선생님에 대한 심각한 수준의 음담패설을 하였다. 대화방에 있던 학생 중 한 명의 제보로 이런 사실이 알려졌는데, 당사자인 선생님의 충격이 너무 심했다. 이에 학교에서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하려고 하던 중, 학교 자문변호사에게 사안을 설명하였더니,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아닐 수 있다고 하여 혼란스럽다. 어째서 그런 건지, 학교교권보호위원회를 진행해도 되는지 궁금하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에서는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소속 학교의 학생 또는 그 보호자 등이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 대하여 하는 특정 위법행위’로 한정하고 있다. 이는 교육활동과 무관하게 이루어진 사적인 영역에서의 교원에 대한 위법행위는 「교원지위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위 ‘사례❶’과 같이 ‘방과 후’에 이루어진 학생들의 행동들은 어떤가? 교원에 대한 것이기는 하지만 ‘교육활동 중’에 벌어진 것이 아니므로 교육활동 침해에 관한 절차로 진행할 수는 없는 것 아닐까? ‘교육활동 중인 교원’의 의미에 관하여 교육부의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2022.1.)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교육활동 중인 교원’의 의미
• ‌‘교육활동 중인 교원’과 ‘교육활동 중이 아닌 교원’은 「교원지위법」 적용에서 구별(「교원지위법」 적용 가부)
①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행위: 「교원지위법」이 적용되는 행위
② ‌‘교육활동 중이 아닌 교원’에 대한 권리 침해행위: 「교원지위법」이 적용되지 않는 행위이며, 이 경우 「초·중등교육법」이 적용(학생지도·징계)될 수 있음

 

• ‘교육활동 중’의 예시
① ‌학교의 교육과정 또는 학교의 장이 정하는 교육계획 및 교육방침에 따라 학교의 안팎에서 학교장의 관리·감독 하에 행하여지는 수업·특별활동·재량활동·과외활동·수련활동·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활동 또는 체육대회 등의 활동
② 학생의 등·하교시간에 행하는 생활지도
③ 학교장이 인정하는 각종 행사 또는 대회 등에 참가하여 행하는 활동
④ 휴식시간 및 교육활동 전후의 통상적인 근무시간에 행하는 생활지도나 상담
⑤ 학교장의 지시에 의하여 학교에 있는 시간에 행하는 생활지도나 상담
⑥ ‌학교장이 인정하는 직업체험·직장견학 및 현장실습 등의 시간,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시간에 행하는 생활지도나 상담
⑦ ‌학교 외의 장소에서 교육활동이 실시될 경우 집합 및 해산 장소와 집 또는 기숙사 간의 합리적 경로와 방법에 의한 왕복시간의 시간 중 임장 시 행하는 활동
⑧ ‌통상의 근무시간이 아닌 출근시간 전 또는 퇴근시간 후 학생 또는 보호자 등의 상황·요청에 의해 진행되는 학생교육에 관한 상담

 

위 매뉴얼에 따르면 ‘교육활동 중인 교원’이 반드시 정규수업 중인 교원을 말하는 것은 아니므로 근무 외 시간도 포함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학생이나 보호자에 대한 상담 등 지도가 이루어지는 상황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보여 이와 무관해 보이는 ‘사례❶’과 같은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위 매뉴얼의 설명과 같이 교육활동 침해는 아니지만, 학생을 징계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생에 대한 징계(학교생활교육위원회 절차)를 진행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에 따른 학생에 대한 징계에서는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전학·학급교체처럼 피해교원과 침해학생의 분리를 목적에 두는 조치를 내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특히 피해교원에 대한 보호조치를 내릴 수 없다는 점에서 커다란 한계가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보면 결국 현재로서는 ‘사례❶’과 유사한 사안들은 피해교원의 보호라는 측면에 중심을 두어 「교원지위법」에 따른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절차에 따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피해교원이 교원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함으로 인해서 학생들과 관계가 형성되었다는 점이나 앞으로도 피해교원이 침해학생들을 직접 교육하게 될 가능성이 큰 것을 고려하면 사례와 유사한 피해들을 단순히 교원의 사적인 영역에서 발생한 피해라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교원지위법」이 교육활동 보호를 강화한다는 목적을 가진 점에 비추면 ‘교육활동 중’의 범위를 현행 매뉴얼 상의 예시로 한정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일선 교육현장에서 유사한 사례에 대한 문의가 많지만, 이러한 쟁점이 직접적으로 문제된 판례나 행정심판례를 확인할 수는 없었고, 향후 법원이나 행정심판위원회에서 위 해석과 다른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학교의 관리자와 업무담당자의 혼란과 부담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원지위법」 개정이 필요하다. 온라인을 통한 교사에 대한 공격이 이루어지는 등 변화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과연 현재의 「교원지위법」과 같이 교육활동 침해의 범위를 ‘교육활동 중’으로 한정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례 _ 성관련 교육활동 침해 사실의 고지 의무와 범위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학생이 있어서 사용을 중지하도록 하고 수거하였다. 그런데 켜져 있는 휴대전화 화면에 이상한 부분이 있어 확인해보니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한 영상이었다. 이에 학생에 대한 사안조사를 하다가 해당 영상이 수업 중인 교원을 대상으로 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피해교원은 저경력 교사로 특히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던 침해학생에 대한 지도에 커다란 열의가 있던 촉망되는 후배이다. 사실을 알게 되면 여성으로서 수치스러울 것이고, 침해학생에 대한 배신감도 매우 클 것 같다. 더 나아가 교직에 대한 회의감이 들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피해교원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 타당할까?


「교원지위법」에 따르면 학교가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알게 된 경우, 즉시 피해교원에게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며, 이를 학교로부터 보고 받은 관할청은 교원이 요청하는 경우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형사처벌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수사기관에 고발하여야 한다.

 

이러한 절차의 진행을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피해교원의 의사가 어떤지에 관한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매뉴얼에 따르더라도 피해교원의 상태 확인, 사안처리절차 안내, 피해교원 의견 확인(관련자에 대한 조치 여부 및 정도) 등이 이루어져야 하며, 학교교권보호위원회에서 피해교원에게 진술기회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규정과 매뉴얼의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피해교원에게 교육활동 침해와 관련한 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두텁게 보장되어야 하고, 이러한 권리 행사가 방해된다면 학교교권보호위원회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사례❷’에서 피해교원에 대해 교육활동 침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에 대해 안내가 이루어져야 함이 타당하다.

 

물론 학교의 관리자나 업무담당자가 피해교원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아무리 비밀유지에 힘쓰더라도 해당 사실을 학생들의 소문으로 나중에서야 피해교원이 알게 되는 일, 침해학생이 다시금 유사한 침해행위를 반복하다가 피해교원에게 발각되는 일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이때 피해교원은 침해학생에 대한 배신감을 넘어 과거 있었던 일을 알리지 않은 학교에 대해 커다란 원망을 품을 수밖에 없다. 피해교원으로서는 당연하게도 향후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학교행정을 일절 신뢰하지 못할 것이고, 나아가 피해교원과 학교의 분쟁으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박종민 서울동부교육지원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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