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뉴스에 내 고장 수원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교통사고 사망소식을 보았다. 차량 통행이 잦은 칠보로와 호매실로가 교차하는 사거리다. 지난 10일 학교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가 호매실주민복지센터 앞 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신호를 무시하고 우회전하던 시내버스에 치인 것.
50대 시내버스 운전사는 우회전 정지신호를 미처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때 횡단보도 녹색등을 보고 건너던 어린이가 사고를 당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아들의 귀가를 횡단보도 너머에서 기다리던 어린이의 부모가 이 광경을 그대로 목격한 것이다. 자식의 참사 장면을 어찌하지도 못하고 발을 구르며 망연자실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부모로서 얼마나 애통할까?
다음날 언론에 어린이 부모는 자식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했다. 더 이상 이러한 교통사고가 반복되어서는 아니 되겠다는 생각으로 공개를 결심했다 한다. 사진을 보니 티없이 맑고 명랑한 표정이다. 바로 8살 조은결 어린이. 초등학교 2학년이다. 그러니까 학교에 입학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 귀가길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집으로 가는 길이 다시 못 올 길로 떠난 것이다.
필자는 교육자 출신이다. 초등학교와 중등학교에서 39년간 학생을 가르쳤다.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등하교하는 학생들을 보면 모두 내 제자 같다.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에 가서 더 이상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교통사고 발생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 이젠 그만 거두어야 한다.
이번 사고, 온전히 어른의 잘못이다. 이 어린이는 횡단보도를 건너도 좋다는 녹색등을 믿고 보도에서 차도로 내려섰다. 운전자는 우회전 적색신호를 무시하고 그대로 돌진했다. 횡단보도에서 서행만 하였어도 상황은 달라졌다.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면 보행자가 보인다. 더구나 스쿨존은 어린이 보호구역이다. 이 구역을 지날 때는 전방주시를 태만히 해서는 안 된다. 적색등은 멈추라는 신호다. 우리들의 약속, 반드시 지켜야 한다.
흔히들 자동차를 문명의 이기(利器)라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교통규칙이라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운행을 한다면 자동차는 달리는 흉기(凶器)다. 자동차를 문명의 이기로 활용해야지 사람을 죽이는 도구가 되어서는 절대 아니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은 차량 이용이 생활화되었다. 출퇴근에 차량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가용은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다. 그만치 교통사고의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와 같이 사고 현장을 찾았다. 평일 6시인데 차량 통행이 많다. 사거리에 횡단보도가 무려 여섯 곳이다. 사거리 대각선 두 곳을 포함한 것이다. 교통경찰관 두 명이 경광등을 들고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경찰관이 보이니 운행하는 차량들은 서행을 한다. 조심하는 기색이 보인다. 양심이 있는 운전자라면 교통경찰관 유무와 상관 없이 교차로에서의 서행과 신호준수는 기본이 아닐까?
30분 이상을 지켜보니 이상한 광경도 목격되었다. 직진하는 차량이 사거리 한복판을 지나 다음 나타나는 횡단보도 앞에서 멈추는 것을 보았다. 또 신호를 받아 좌회전하는 차량이 횡단보도 앞에서 정지하는 것도 보았다. 횡단보도 녹색등을 보고 건너는 사람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혹시 교통신호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담당 경찰부서에서는 이곳 시스템을 세심히 점검해 주었으면 한다.
사고 발생 이후 수원시에서는 운수업체 대표자와 간담회를 열고 버스 종사자들이 교통 법규를 철저하게 준수하고 안전 운행 교육을 지속적으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사고 재발 방지대책을 함께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운수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반복교육으로 교통안전에 대한 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공감했다고 한다. 수원시는 우선 경찰부서에 우회전 전용신호등 추가 설치를 요청하고 현재 35개 학교 50명인 보행안전지도사 인력을 60개 학교 100명으로 확충한다는 대책도 내놓았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SNS를 통해 “차량 중심인 교통 체계에서 사람 중심으로 재편되어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스쿨존 신호위반자 엄중 처벌, 스쿨존 우회전 차로에 대한 차단기 설치, 사거리 동시신호 확대 도입, 우회전 신호위반 단속카메라 설치 등의 대안을 제시한다”고 했다.
필자는 스쿨존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시내버스 자체 안내방송 활용 아이디어를 제시하고자 한다. 버스가 어린이 보호구역에 들어서기 전에 운전자에게 주의와 경고 방송이 자동으로 나왔으면 하는 것이다. “잠시 후 이 차량은 어린이 보호구역에 들어섭니다. 운전자는 서행을 하시고 신호를 준수해 어린이 교통안전에 각별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