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책은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

2023.09.05 10:24:56

지난 주말 교사들의 집회에  30만명(주최측 추산)이 왔다고 한다. 대부분 전국의 교사와 그 가족들이 참여한 규모일 것이다. 그들은 외치고 또 외쳤다. 다시는 교사들이 목숨을 끊는 일이 없도록 학부모의 악성민원을 해결해 달라고 했다. 교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엄단하겠다던 교육부는 9월 1일부터 시행한다는 학생생활지도 고시만 내놓고 어떤 일이 있어도 학생들 곁에는 교사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만 펼치고 있다.

 

필자는 고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문제를 제기해 왔다.  오늘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에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공포 및 학칙에 관한 특례 운영 안내'라는 공문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10월 31일까지 각급 학교의 학칙을 개정하라고 한다. 학칙 반영이 안되면 특례 운영도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이 공문을 보면서 어쩌면 과거 체벌금지 조치가 내려졌을때의 혼란한 상황에서 제시되었던 방안들이 또다시 제시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마디로 새로운 것이 전혀 없고 그 당시의 논란이 개선되지 않은채 고시 공포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학생이 수업시간에  교육활동을 방해하여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수업시간 중 교실 내 다른 좌석으로 분리, 수업시간 중 교실 내 지정된 위치로의 분리, 수업시간 중 교실 밖 지정된 장소로의 분리, 정규수업 외의 시간에 특정 장소로의 분리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분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명시했지만 어떻게 분리해야 하느냐의 문제는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고 한다. 또한 분리 장소, 시간 및 학습지원 등의 세부 사항은 학칙으로 정하라고 한다.

 

제시된 예시로 분리장소는 학생을 지도감독할 수 있는 개방된 교실 앞문 밖 복도(수업시간내 일부), 수업중 학생 간 물리적 다툼으로 수업을 방해하는 경우에는 교무실 등 교감 지정장소(수업 종료 시까지)로 제시하고 있다. 학생간 물리적 다툼이 발생할 경우 그 학생들을 수업중인 교사가 어떻게 분리를 할 수 있으며, 어떻게 교무실에 학생 인계 요청을 하고, 교직원이 인계 하여 학생을 지정장소로 이동한다고 하는데, 교직원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가. 복도의 학생은 어떻게 교사가 지도하면서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더구나 교실에서 교무실로 인계요청 하는 동안 물리적 다툼을 한 학생은 누가 어떻게 지도를 해야 할까. 화도 많이 난 상태일 것이 분명한데, 교무실 다녀오고 교직원 기다리고 교무실로 인계하고 이것이 과연 가능한 시나리오인지 묻고 싶다. 이 문제는 체벌금지 조치 직후 똑같은 대책이 나왔었다. 성찰 교실도 그중 한 가지다. 효과가 전혀 없었을 뿐 아니라 필자는 이런 방안을 사용해 본 경험이 없다. 어떻게 하든지 교실 내에서 지도를 해야 했다.

 

결국 체벌 대신 분리를 하도록 한 방안은 현재의 교실 상태를 만드는데 일조했을 뿐 전혀 효과가 없었다. 교사들도 이런 방안을 믿지 않는다. 더구나 교육부는 엄단한다고 하면서 그들이 한 일은 거의 없다. 체벌 금지 규정 시행 때 잘못해 놓은 방안이 지금의 현실을 만든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교육부의 고시대로 학교에서 학칙을 개정하여 운영한다면 결국은 체벌금지로 인한 혼란을 또 한번 겪을 것이다.  이 부분은 명확하게 인원을 충원하고, 학교에서 분리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교실마다 긴급 호촐이 가능한 장치를 설치 해서 담당 교직원에게 바로 호출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사가 수업하다 말고 해당학생을 진정시키고, 인계 요청하기 위해 교직원을 찾아 다니는 것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들을 분리만 할 뿐 분리 후에 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다. 분리하여 전문가가 상담 등을 통하여 학생들을 지도해야 한다. 분리된 학생의 학습권을 부여하기 위해 교과서 요약 등 과제를 부여하라는 것이 옳은 방향인가 싶다. 심리 정서적 안정을 위한 별도의 지도시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번의 공문에서 더 많은 문제점이 있다. 돈 안들이고 학교에 떠넘기면서 교원들의 업무경감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는 교육부의 논리가 맞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교원의 업무경감을 수시로 천명한 것이 교육부이다. 학생 생활지도에 별도의 인력이나 방안없이 학교내에서 교원들이 해결하라는 것은 업무가중을 가져올 뿐이다. 더구나 내년도에 교사의 수를 학급 수 기준으로 배치하여 초과 배치되지 않도록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이 당장 필요하다. 고시 만들어서 나머지는 학교에서 다 하라고 하면서 현실적인 예시도 없다. 

 

참담한 현실을 겪으면서 외치고 또 외쳐도 변하는 것은 없으니, 어디에 호소를 해야 할 지 정말 알수 없는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안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한다.

 

 

이창희 서울대방중 교감 hanmaeem@hanmail.net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