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3] 미래대비도 기초과학이 먼저다

2024.04.05 10:00:00

 

보통 사람들은 행동을 하면 빠른 결과를 얻어내고 싶어 합니다. 예를 들면 조금만 운동을 해도 살이 빠지기를 바랍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대부분 사람은 투입하는 자원은 최소한으로 하되, 결과는 빠르고 확실하게 얻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초과학은 매우 비효율적인 분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초과학은 현대 사회의 발전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만, 그 가치가 세상에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기초과학 분야 ‘최고의 상’이라고 알려진 ‘노벨상’ 역시 당대의 뜨거운 감자로 피어오르는 부분에 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현시점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연구 주제를 가장 먼저 실시한 사람에게 상을 줍니다. 즉 오랜 시간 동안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며, 꾸준히 탐구를 해낸 사람을 찾고자 하고 그것이 기초과학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기초과학의 본질은 오랜 시간 꾸준히 탐구하며 연구하는 것
몇 년 전 중국에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투유유 박사 역시 장기간 말라리아 치료제 하나만 연구하며, 개똥쑥이 말라리아 치료제의 핵심 물질이라는 것을 최초로 발견했기에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기초과학의 본질은 오랜 시간 탐구하되 그 결과값이 바로 등장하지 않더라도 인내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중·고등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며 생각한 제 나름의 기초과학이란, 자연현상과 그러한 현상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기반이 되는 과학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물리학·화학·생물학·지구과학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육적 맥락에서 기초과학이 왜 중요할까요?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만, 핵심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기초과학은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을 제공하며, 이를 토대로 혁신적인 기술과 새로운 발견을 이루어 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자연현상에 대해서 분석적인 시선을 가지고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합니다. 둘째로 우리 삶을 바꾸는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에는 기초과학이 반드시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전자공학과 컴퓨터 과학은 물리학의 원리와 수학적 개념을 기반으로 합니다. 셋째로 자연현상을 해석하는데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것은 바로 문제해결능력입니다.

 

누구도 자연현상을 명확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두 극히 제한된 정보 속에서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문제를 분석하고 실험적인 접근으로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복잡한 현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환경문제, 에너지 고갈, 인구 증가 등의 현대 사회적 문제는 기초과학의 지식과 기술을 통해 해결될 수 있습니다. 생명과학의 발전을 통해 바이오 연료나 친환경 에너지의 개발, 화학적인 방법을 통한 환경오염물질 제거 등이 그 예시입니다.


이에 따라 학교교육은 기초과학을 강화하고 교육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는 변화하는 사회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자신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설계해 나가는 인재를 길러내야 하기에 기초과학은 더욱 중요합니다. 실례로 2022년 과학기술 국민인식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고등학생들이 사회발전에 가장 중요한 직업으로 선택한 것이 ‘과학기술인’과 ‘의료인’이었습니다. 이로 미루어볼 때, 학생들 역시 기초과학 분야가 미래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교육을 통해 과학적 탐구과정을 깊이 인지하는 것이 중요
그러므로 학교교육에서 기초과학을 경험하고 이를 내면화하여 학생의 진로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업을 꾸리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 학생들이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과 같은 기초과학의 본질을 깨닫고 이를 과학적 탐구과정을 통해 깊이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가능하게 되려면 학생들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자연현상과 관련된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실제 문제해결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프로젝트 기반학습이나 협력적 학습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로만 보면 이런 수업이 가능할까?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과거 과학수업을 떠올려보면 수업진도를 빨리 나가야 하고, 강의식 수업이 주를 이루던 것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고교학점제가 전 교육과정에 도입됨에 따라 프로젝트 수업이 가능해졌습니다. 즉 자연현상을 탐구하며 이를 해결해나가는 기초과학 분야의 탐구과정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고교학점제 기조하에서 진로선택 분야의 과학교과를 1~9등급으로 빽빽하게 성적을 나누기보다는 성취여부를 판단하도록 합니다. 학생의 입장에서는 과도한 성적 부담 없이 기초과학 분야의 핵심인 과학탐구를 해볼 수 있습니다. 


저도 이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 기초과학 분야 중 지구과학 분야를 충분히 탐색하는 수업을 꾸린 사례가 있습니다. 대주제는 지구온난화 특별 보고서를 바탕으로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미래의 기후변화 양상을 예측하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이 단순히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매체로 간접적으로만 느끼는 것을 넘어서 실제 지구온난화라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과거의 기후변화 데이터 추이를 분석하고, 앞으로 어떻게 지구 평균 기온이 변화할지 인공지능을 통해 예측하는 모델링을 실시하였습니다.

 

실제 연구를 하는 것처럼 수업에 임하니 학생들도 지구온난화가 정말 심각하고, 앞으로 내가 무슨 일을 해낼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되었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그러므로 학교는 학생들이 기초과학에 대한 흥미와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실험실 체험, 과학캠프, 과학경시대회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기초과학에 대한 경험을 쌓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만큼 분명합니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들이 미래의 과학적 도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풍부한 기초과학교육을 제공하는데 더욱 힘써야 합니다.

정혜심 경기 소하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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