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고] 학폭전담조사관제도 현장에 안착하려면

2024.07.01 09:10:00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제도가 도입된 지 5개월이 흘렀다. 학폭처리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학교와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에 온전히 전념할 수 있도록 새롭게 시행된 이 제도에 대해 현장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긍정적·부정적 평가 공존해

먼저 긍정적인 의견으로는 교사들의 업무 부담과 심적 부담이 어느 정도 줄었다는 것이다. 조사관이 조사 업무를 담당하고, 학교 업무담당자는 절차를 안내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학교가 은폐나 축소, 또는 편파적으로 판단한다는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최근 학폭사안을 처리한 교사를 인터뷰했는데, 조사관이 조사할 때, 관련 학부모들이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태도를 갖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전담조사관을 외부 전문가로 인식하면서 ‘안정적인 거리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사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다양한 어려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제도를 반기는 교사들 입장이다.

 

반면 지역별로 운영 방식에 차이가 크다는 부정적 의견이 있다. 사안 발생 시 조사관을 필수로 신청해야 하는 지역이 있는 반면, 선택할 수 있는 지역도 있다. 또한 조사 시 교사 동석이 지역에 따라 필수인 곳도 있고, 권장이나 학교장 재량인 곳도 있어 혼란이 크다. 지역 특수성을 고려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같은 제도가 지역별로 행정 처리 및 운영 방식에 차이가 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조사관과 학생, 학부모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새로운 업무 부담으로 다가왔으며, 부족한 인원으로 인해 조사가 지연된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에 조사관이 직접 일정을 조율하게 하고, 충분한 인원 확보를 통해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큰 문제는 전담조사관 개별 역량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보고서 작성이 미흡하거나 조사관의 개별 판단이나 주관이 개입된 경우도 있고, 개별적으로 교사에게 동석을 요구하거나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다. 조사관의 공통된 역량 관리를 위해 전문적·체계적 연수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이처럼 현장에서는 제도의 취지와 방향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운영방식 개선과 전담조사관 역량 관리 등 보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다양한 소통 통해 문제 보완해야

정책이나 제도를 만드는 사람과 실제 업무를 하는 사람이 다르므로 처음부터 현장에 딱 들어맞는 정책을 세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정책과 제도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힘들다.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제도 역시 취지와 방향이 좋아도 꾸준한 숙의 및 개선을 거치지 않으면 현장 안착에 혼란과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정책을 제대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현장과 소통하며 ‘정책의 이상’과 ‘현장의 현실’의 간극을 좁혀 나가려는 세심한 노력이 중요하다. 학생,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과정을 거치고 자유로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소통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충분한 소통과 다각도의 노력,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학교와 교사가 본래 업무인 교육력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학폭처리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제도의 바람직한 현장 안착을 기대해 본다.

 

김경애 서울목동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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