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재테크] 빚내서 투자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2024.07.22 09:00:58

 

“선생님이 작성해 주신 재무 고민을 살펴보면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투자와 관련된 부분이었습니다. 이 부분이 앓는 이처럼 선생님의 감정을 괴롭히고 있다는 느낌도 들어 우선은 이 부분에 대해서 먼저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어떤 상황인지 판단하여 재무 정리정돈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교직원공제회 일반대여 및 시중은행 신용대출을 이용해 주식에 빚투를 했다가 재무적으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던 선생님 상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재무 목표와 설계는 단기간에 많은 돈을 모으기 위함도 아니라 장기간에 돈과 관련된 내 삶을 건강하고 안정되게 꾸려나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10년, 20년 길게 보면 2000만 원이 뼈아픈 돈이긴 하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큰돈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얼마를 잃었다는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현재 선생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판단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자산시장이 크게 상승하면 주변에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의 얘기, 너도나도 투자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만 투자를 하지 않는 것 같아 불안합니다. 더 나아가 자산시장 상승기에는 돈이 돈을 벌기 때문에 하락할 때를 생각하지 못하고 빚내서 투자하고 싶은 욕심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기 때문에 하락기에는 투자를 위해 낸 빚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옵니다. 빚내서 투자할 때는 항상 신중해야 합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돈 복사’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자산시장 상승기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인데 말 그대로 자산시장 상승에 힘 입어 마치 눈덩이가 굴러가면서 점점 커지듯이 내 자산이 점점 커지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빚내서 투자하는 것을 다른 말로 ‘레버리지 투자’라고도 합니다. 마치 지렛대를 사용해 적은 힘으로 큰 바위를 드는 것처럼 자기자본이 적더라도 빚을 내서 큰 자산 투자를 가능하게 해서 레버리지 투자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만큼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할 방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레버리지, 즉 빚을 내서 잘 투자하면 더 빨리, 더 크게 자산을 증식시킬 수 있습니다.

 

투자 서적 최고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투자의 네 기둥(윌리엄 번스타인 저)’을 보면 투자자가 꼭 알아야 할 투자 원리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 첫 번째가 바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입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선박 저당 차입’이라는 사업이 성행했다고 합니다. 항해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돈을 빌려주고 자신이 돈을 빌려준 선박이 무사히 항해를 마치고 무역에 성공하면 22.5%의 이자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10%가량의 선박은 항해 중 침몰했다고 하는데, 리스크 때문에 수익률이 높았던 것입니다. 특히 전시 상황이 되면 항해 리스크가 더 커지기 때문에 이자율은 30%까지 치솟았습니다.

빚이라는 레버리지를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더 큰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의미이므로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절대 없다는 말처럼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만큼 손실의 위험성도 커지게 됩니다.

 

빚 등을 통해 전체 투자금 규모가 1억2000만원 가량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20%의 투자수익이 발생하면 2400만 원이 불어 1억4400만 원까지 전체 투자금이 늘게 되지만, 반대로 20%의 손실이 발생하면 2400만 원의 손실이 발생해 투자금이 9600만 원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특히 주가 하락이 무서운 것은 같은 비율로 오르고 내리더라도 최종 투자금은 더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억2000만 원을 투자해 50% 수익이 났다면 투자금은 총 1억8000만 원으로 늘게 됩니다. 그리고 50% 손실이 나면 투자금은 9000만 원으로 쪼그라들어 원금 손실까지 발생하게 됩니다.

 

만약 처음 투자금 1억2000만 원 중 자기자본은 3000만 원이고 나머지 9000만 원이 빚이었다면 50% 손실 발생으로 투자금이 9000만 원으로 줄어들면 사실상 자기자본 3000만 원을 모두 날린 것이므로 투자 수익률은 -100%가 되는 것입니다.

 

50%보다 손실이 더 커지면 투자수익률은 -100%보다 더 떨어질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빚 9000만 원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매달 꼬박꼬박 9000만 원에 대한 대출이자도 갚아야 합니다.

 

주식시장이 하락기로 접어들면 주가는 큰 하락과 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전의 주가를 회복하는 데 꽤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몇 달이 걸릴 수도, 몇 년이 걸릴 수도, 종목에 따라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주식시장이 조정받고 있는 상황에 중요한 개인 재무 이벤트가 발생하면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선생님의 경우에도 1년 후 전셋집 이사라는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대출 등을 통해서 전세보증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미 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 대출이 어려운 상황이고 1년 후가 되면 주가가 회복되든 되지 않든 영락없이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하락과 조정이 더 뼈 아프고 두려움이 컸던 것입니다.

 

빚투 시 유의할 점

 

빚투를 계획하고 있다면 다음 유의 사항을 고려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자신의 투자 성향을 파악해야 합니다. 앞서도 얘기한 것처럼 빚투를 한다는 것, 레버리지를 쓴다는 것은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리스크도 키우는 것입니다. 투자 수익률의 등락이 커지는 것입니다. 만약 자신이 안전 추구의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주가 하락기를 버티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결국은 주가 하락 시 손절매를 통해 손실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빚투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감수할 정도의 위험 추구의 투자 성향을 가진 경우에만 도전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투자 성향은 많은 증권사들이 분석 문항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으므로 꼭 한 번 체크해보길 바랍니다.

 

또 유의해야 할 것은 향후 몇 년 내 중요한 재무 이벤트가 있을지 판단해 보는 것입니다. 전셋집 마련뿐만 아니라 차량 구입, 내 집 마련, 결혼 등 중요한 재무 이벤트가 향후 몇 년 내 발생할 확률이 높다면 빚투는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칫 목돈이 들어 가야 할 상황에 주식시장이 조정되면 울며 겨자 먹기로 주식을 처분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만 덧붙이자면 빚투 시에는 주식이 오르는 장밋빛 미래뿐만 아니라 반대로 주식 가격이 급락해 손실이 큰 상황도 가정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는 몇 달, 아니 며칠 내에도 수십% 상승과 하락이 모두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40% 손실이 발생했을 때 내가 심리적으로, 재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아 주식에 투자합니다. 물론 -40%가 과도할 수 있겠지만 -30%든 -20%든 꼭 부정적인 시나리오도 생각하고 투자하길 추천합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 중에서 실제 빚을 내서 주식 투자를 하시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빚을 내서 주식 투자를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직접적으로 주식 투자를 위해서 빚을 낸 것은 아니지만 주택 구입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사용하고 있거나 다른 이유로 신용대출 등을 사용하고 있다면 간접적 빚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기자본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는 대신 주식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간접적 빚투 역시 직접적 빚투와 마찬가지로 대출 상환 시 절약하게 할 수 있는 대출이자라는 기회비용을 추가로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앞서 설명한 빚투의 유의 사항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의 가능성과 최악의 상황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음을 가정하여 그 상황을 자신의 멘탈과 재무상황이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향후 자신에게 일어날 생애 이벤트를 미리 계획하여 투자에도 신중을 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넌다는 속담처럼 항상 신중하게 투자하고, 무엇보다 시간을 자기의 편으로 만들어 모두 성공적인 투자로 행복한 부자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천상희 경제금융교육연구회 회장·‘선생님의 돈 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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