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본질은 전인교육, 에듀테크 의존 지나치면 독”

2024.08.06 10:00:00

김현식 한국수석교사회 회장

 

‘선생님의 선생님’인 수석교사들이 지난 7월 한국교원대에서 제14회 수석교사의 날 기념 컨퍼런스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미래교육의 내비게이터, 대한민국 수석교사’라는 부제가 달렸다. 말 그대로 수석교사는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활동의 최첨단에서 방향성을 제시하는 내비게이터 역할에 충실해 왔다.

 

수석교사제는 1980년대 초에 논의만 되고 실시되지 않다가 2008년 처음으로 시범 운영된 후 2011년 6월 29일 법제화됐다. 이후 2012년부터 공식적으로 유·초·중등학교에 도입됐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수석교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AI 디지털교과서를 초·중·고에 적용하기로 하면서 에듀테크 활용 등 교육현장의 모습도 혁명적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현식 한국수석교사회 회장(사진)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비롯 에듀테크 도입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학교수업이 교육의 본질을 잃어서는 안 된다”며 “전인교육과 AI 교육이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석교사가 중심이 돼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교육의 균형을 잡아 나가겠다”라고 했다. 


올해로 교직경력 39년 차인 김 회장. 수석교사 경력만 13년째다. 현재 충북 제천 제일고에서 국어와 한문을 가르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7월 한국교원대에서 제14회 수석교사의 날 컨퍼런스가 열렸다. 수석교사의 날 제정 배경과 의미는 무엇인가.
“지난 2012년 3월 한국 교육사에 길이 남을 제1기 수석교사가 선발됐다. 이후 올해까지 13기 수석교사들이 선발돼 활동하고 있다. 교사에서 행정 관리직(교감·교장)으로의 일원적 구조에서 학생과 교사의 성장을 지원하고 연구하는 교수 연구직(수석교사)이 신설돼 이원화 구조를 이룬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컨퍼런스는 교실 수업개선을 위해 애쓰는 수석교사들의 열정이 잘 드러났다는 평가다. 특징을 꼽는다면.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학교현장은 에듀테크 기반 교육시스템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교육활동의 최첨단에서 내비게이터 역할을 수행하는 수석교사로서 기대가 크다. 반면 다른 한편으로 ‘과연 교육을 AI에게 맡길 수 있을까?’하는 우려 또한 깊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교육활동에 있어 AI는 도구나 수단일 뿐이지 목적이나 지향점이 결코 될 수 없다고 본다. 이럴 때 일수록 소홀해지기 쉬운 교육의 본질적 접근, 즉 사람다운 사람을 양성하는 ‘전인교육’에 방점을 찍고 교육활동의 균형을 잡고자 한다.”

 

최근 유·초·중등수석교사회가 집필 협력진으로 참여한 수석교사가 콕 짚어주는 <핵심 교직실무>와 교사가 묻고 수석교사가 답하는 <해법 교직실무> 두 권을 발간했는데 간단히 소개한다면?
“두 권 모두 수석교사로서 쌓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 졌다. 예비교사와 후배교사들에게 실용적인 조언과 더불어 미래의 교육환경에서 필요한 관점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예비교사와 현직교사 모두의 필독서라고 할 수 있는  <핵심 교직실무>는 교육의 본질과 교육자가 향할 궁극의 목표를 다루면서 올바른 교육실무에 초점을 맞춰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했다. <해법 교직실무>는 현직교사부터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예비교사까지 모두에게 유용한 활동지침과 업무수행에 필요한 교육법 및 현장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문제상황에 대한 구체적 대처법을 질의와 응답방식으로 다루었다.”

 

수석교사는 최고의 수업전문가이다. 수석교사들은 우리의 교실수업이 달라져야 한다면 무엇부터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올바른 교육활동이 이뤄지려면 학생들의 심리·정서적 안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교사-학생, 학생-학생, 학생-학부모, 교사-학부모, 교사-교사, 교사-교육당국 등의 연결은 반드시 신뢰를 바탕으로 묶여야 한다. 아울러 교육본질과 기본을 소홀히 한다면, 수업혁신은 사상누각이 될 것이다. 미래를 향한 에듀테크나 최첨단 과학 등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전인교육과의 균형 있는 운영과 실천이 강력히 요구된다.”

 

 

내년부터 AI 디지털교과서가 초·중·고교에 적용된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면서 논쟁이 뜨겁다. 어떤 입장인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는 누구에게든 두려운 법이다. 그렇다고 현장의 우려를 단순히 두려움이나 저항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현장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의 필요성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기대하는 바 또한 크다. 다만 도입의 절차와 방법 그리고 준비과정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안착을 위한 다양한 부분을 세심히 준비하고 차근차근 보완해 교사와 학부모들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AI 디지털교과서 등장에 따라 수석교사 역할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는데.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수석교사로서 어깨가 무겁다. 교사의 교수·연구활동을 지원하고 학생의 학습 및 성장을 돕는 수석교사가 학교현장에서 맡은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전문성 함양을 위한 역량강화, 수석교사 선발 확대 등과 같은 교육당국의 소신 있는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린다면 수석교사에게 만능을 요구하는 식의 접근은 유의해야 한다. 학생의 인성 및 생활지도, 교사의 삶의 고충에 관한 상담에 이르기까지 수석교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다양하고 폭이 넓다.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수석교사 개개인의 개성과 특기를 살려 학교현장에서 필요한 전문가로서의 역할 분담을 할 수 있도록 풍부한 인력풀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석교사제가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여기는지.
“할 말이 참 많다. 무엇보다 학교 행정 관리직도 중요하지만, 교육의 본질인 교수직이 확실하게 우대받는 교직풍토와 제도 확립에 방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석교사에 대한 직급정원제가 부활돼야 한다. 수석교사제 도입 이후 1년 남짓 적용하다 폐지된 것인데 이제라도 다시 직급정원제를 부활, 수석교사를 정원 외로 배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유독 수석교사만 없는 ‘직급수당’을 신설하고 수석교사 선발 확대도 필요하다.”

 

교육부가 교사 자격 개편을 통해 선임교사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미래 교육환경과 교사의 생애주기별 전문성 발달을 위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는 수석교사제 도입 당시의 법제화 취지인 교수 연구직과 행정 관리직 이원화의 정립에도 부합한다고 여긴다.”

장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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