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의 교단춘추] 수업 중 생성 AI 활용은 보수적으로

2024.09.05 10:00:00

 

2024년 5월 스승의 날에 <생성 AI 시대 최고의 교수법>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이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생성 AI가 교육발전에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는 최대화하고, 부정적인 효과는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향후 몇 번의 글을 연재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생성 AI를 수업 중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찬반론을 바탕으로 초·중·고에서의 수업 중 사용에 대한 내 생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들어가며
생성 AI가 학교교육에 미치고 있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교사들에게는 수업준비, 학생평가, 생활지도 및 학부모 경영을 포함한 제반 학급경영, 학교행정업무 등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점점 많은 학생이 생성 AI에 의존하여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등 기대 효과보다 활용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가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미국의 절반에 가까운 교육구에서는 학교 기기와 네트워크에서 AI 및 기타 다중모드 대규모 언어모델(LLM)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다.

 

시애틀 교육구 대변인 팀 로빈슨(Tim Robinson)은 ChatGPT-4를 제한하는 이유에 대해서 ‘학생들이 기계에 의존하는 대신 스스로 독창적인 작업과 사고를 하기 바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부 호주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에세이 작성에 챗봇을 사용한 것이 적발되자, 펜과 종이로 시험을 치르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물론 뉴욕교육청처럼 사용금지령을 내렸다가 이를 해제한 경우도 있다. 이 글은 네이처 리서치 커스텀 미디어(Nature Research Custom Media, 2023)가 정리한 ‘ChatGPT가 교육에 줄 수 있는 교훈’에서 얻은 전문가 견해에, 내 생각을 더하여 정리한 것이다. 이하 내용의 핵심 부분은 에듀프레스(박남기, 2023.10.15.)에 정리하여 싣기도 했다. 

 

사용 옹호론
학교에서 사용을 금지하더라도 학생들의 개인적 사용까지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교육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의 타마라 테이트(Tamara Tate)가 강조하는 AI 활용 효과의 하나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즉각적인 학습 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계가 제시한 답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그 답을 평가하도록 하는 등의 활동을 시킨다면 학생들의 분석력·비판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장점이 언급되고 있다. 수업 중 사용하는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학생과 다문화 학생들 교육에 보탬이 된다는 것이 테이트의 주장이다. ChatGPT-4는 실생활에 사용되는 어휘를 적절하게 구사하고 문장 구성력도 뛰어나, 기본 어휘력과 문장 생성력이 미흡한 외국인 학생들의 학습에 크게 보탬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실에서 사용하는 데에는 아직 한계가 많다.

 

한국어로 질문하면 영어로 번역하여 답을 영어로 한 후, 이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여 제시하다 보니, 오역이 자주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문맥이나 사용하는 단어 역시 부적합한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더라도 다문화 학생들 입장에서는 크게 보탬이 될 것 같다. 다만 ChatGPT는 학생들의 의존성을 높이는 속성이 있으므로 실력이 향상되면 차츰 활용 빈도를 줄이도록 지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어 역량 강화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테이트와 다른 전문가들은 생성 AI가 제시하는 답에는 오류가 많기 때문에 학생들이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관련된 정보검색을 통해 제시된 답을 평가해 보고, 학생들의 생각을 더 해 제시된 답을 수정·보완하게 하면 분석력과 비판력도 향상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생성 AI를 활용하여 질문을 만들어내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도록 교사가 가르칠 수 있다면 기대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가 축적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AI를 활용하여 수업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교육적 성장 결과 비교 분석, 학생 특성별 효과 비교 분석 등등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하지 않은 채 단순히 기대하는 효과만 믿고 수업에 활용한다면 생성 AI가 가지고 있는 중독성과 의존성으로 인해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예외가 있다. 지적으로 뛰어나며 자기통제력도 강한 학생들의 경우 의존성과 중독성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숙지시키면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면 긍정적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수업 중에, 그리고 과제를 수행할 때 어떻게 사용하면 생성 AI가 ‘아이언 맨 슈트’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를 가르치고 연습기회를 제공한다면, 이들은 더욱 뛰어난 인재로 성장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사용 신중론 
생성 AI가 제시한 답에는 오류가 섞여 있을 수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카비어(Kabir 등, 2024)의 연구에 따르면 프로그래밍 요청에 대한 답변 중 절반 이상(52%)에 잘못된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은 잘못된 답이 포함되어 있을 비율이 생각보다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생성 AI가 제시한 답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추도록 학생들을 연습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후속 질문을 할 수 있는 역량도 함께 길러줄 필요가 있다.


신중론을 펼치는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의존성과 중독성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급역량이 제대로 길러지지 못한 어린 학생들이 생성 AI에 노출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중독성과 의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그 프로그램이 성공적임이 입증될 때까지는 제한된 범위에서 소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가들은 특히 학습동기가 낮은 학생, 그리고 기초역량이 부족한 학생들은 굳이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는 대신 생성 AI가 제시한 답에 의존하고자 하는 경향이 커서 오히려 이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미 상당수 학생은 프로젝트를 비롯한 글쓰기 과제가 제시되면,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자료를 검색한 후 이를 복사하여 붙여넣기를 하는 방식으로 처리해 왔다. 생성 AI 시대의 학생들은 검색과 복붙 과정마저 필요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의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및 학습기술 부교수인 파울로 블릭스타인(Paulo Blikstein)도 학생들이 손쉬운 길을 택할 위험성이 과거보다 훨씬 커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일부 AI 전문가들은 이를 스테로이드 혹은 마약에 비유하기도 한다. 내 생각에는 늘 우리를 유혹하는 값싼 패스트푸드에 비유하는 것이 더 적절한 것 같다. 패스트푸드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아이들은 비만뿐만이 아니라 소아당뇨·고혈압 등 다양한 성인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이 패스트푸드에 접근할 수 없게 하기 어렵다면, 그 위험성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 그리고 야채 등 비가공식품과 함께 섭취해야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가공음식을 비롯한 다양한 식품 과다 때문에 모든 사람이 비만인 것은 아니다. 충분한 음식이 제공되는 상황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은 과거보다 더욱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어린이가 스스로 입에 달라붙는 패스트푸드를 멀리하기는 어렵다. 학교에서의 교육과 함께 가정에서 부모의 지속적인 지도가 필요하다. 생성 AI 활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도 부모가 그러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학생과 교사만이 아니라 부모에게도 ‘디지털기기 및 생성 AI 활용 기대 효과’와 더불어 ‘활용 시에 나타날 부작용’과 ‘비의존적 활용역량’ 강화 연수를 실시해야 하는 이유이다. 

 

수업 중 사용은 보수적으로 
교육자들은 ChatGPT를 비롯한 생성 AI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문제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교육계에서는 생성 AI를 활용한 수업사례를 공유하면서 수업 중 활용을 권장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수업 중 사용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로서는 학생들이 ChatGPT를 비롯한 생성 AI를 활용한 과제 수행을 막을 방법이 없다.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AI가 나와 있기는 하지만, 신빙성이 떨어져 미국 피츠버그대학을 비롯한 많은 대학에서는 교수들에게 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과제를 집에서 해오도록 할 경우, 제출한 보고서를 철저히 검증하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최근 교사들의 업무가 증가하고 삶이 더욱 복잡해지면서 학생들이 제출한 보고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할 시간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학생이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서 어떻게 자료를 수집했는지, 특정 문단의 내용을 왜 포함시켰는지, 전체 주장의 핵심은 무엇인지 등등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구두평가를 반드시 해야 한다. 주제를 잘 이해하고 있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도 잘 해낸다면, ChatGPT 도움을 받으며 보고서를 작성하고 공부한 것을 문제 삼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물론 ChatGPT 사용을 명시적으로 금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제 교사들은 생성 AI에 대해 더 많은 연수를 해야 하고, 기술발전 상황에 부합하는 평가전략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생성 AI의 답변에 아직은 오류가 많고, 학생들의 의존과 중독 가능성 또한 높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중학교 이하 단계에서는 수업 중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ChatGPT 회사가 13세 이하 아동의 가입을 금하는 이유도 그러한 문제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서도 굳이 사용하고 싶다면 5학년 이상에서 ‘모의실험 기반 학습’ 등 극히 제한적 범위에서만 사용하길 권한다. 물론 교사의 지도 및 감독 역량, 과목의 특성에 따라 사용 학년에는 융통성이 있을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도 수업 중에 사용하고자 할 때에는 문제점을 충분히 알리고,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계속적인 훈련을 시키면서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대학에서는 관련 문제를 적시하고, 학생들이 그러한 문제에 대해 책임져야 함을 알리면서, 적극적으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활용 효과와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관련 연구가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이뤄지고는 있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 교수자들은 이 점을 명심하며 수업 중 사용 여부를 결정하기 바란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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