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들의 ‘마음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진단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교원들이 경험하는 마음 건강의 문제와 원인, 요구도 등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이를 토대로 한 실효적인 대책이 세워지길 바랍니다.”
김장회(사진) 한국상담학회장(경상국립대 교수)은 최근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교총이 지난해 실시한 교원 대상 설문조사를 근거로 들며, “교원들의 마음 건강 문제에 대한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꾸준히 제기됐지만, 제대로 된 대책이 없었다”며 체계적인 실태조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초등교사 12년의 근무 경력을 갖고 있으며, 국비 유학 프로그램에 선발돼 미국 유학, 서울대 박사학위 취득 후 인제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현재 경상국립대 교수로 교수학습센터장, 교육연구원장, 학생상담센터장 등을, 대외적으로는 한국교류분석상담학회, 한국대학상담학회, 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 등 상담 관련 주요 학술단체의 수장을 맡은 바 있다. 지난 1월부터 한국상담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 회장을 만나 교원의 마음 건강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원들이 늘고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2020년 조사에서는 교사의 약 15%가 우을증을, 약 20%는 불안 증세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총의 2024년 조사에서도 교사의 80% 이상이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마음 건강 문제를 경험했고, 이 중 40%는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관련 자료만 봐도 교사들의 마음 건강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환경적 요인과 심리 내적 요인의 두 차원에서 볼 수 있다. 환경적 요인은 과중한 업무, 학생과의 갈등, 학부모의 기대 등이 문제로 보인다. 특히 최근 교원에 대한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 제기, 교실을 통제 불능의 상황에 빠트리는 문제 사례 증가 등은 교직 수행 자체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작용한다. 개인의 심리 내적 요인은 교사라는 직업 특성상 나타난다. 교원은 화가 나거나 마음이 힘들 때 참고 견디는 억압과 회피의 방어기제를 사용하기 쉽다. 우울, 불안, 감정 소진, 무기력 등의 각종 문제 상황이 교원들에게 특별히 높게 나타나는 것은 마음속에 담아두면서 홀로 사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자라난 것으로 보인다. 교사 홀로 문제에 맞서도록 내모는 교직 문화가 문제를 더 키운다.”
-해결 방안은.
“외부요인은 정부의 예산 지원, 행정 조치, 입법 등의 노력을 통해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심리적 영향에 대한 것은 쉽지 않다. 익히 알려진 회복 탄력성, 자아개념, 자아 분화 등의 개인적 수준에는 차이가 있고, 그에 따른 충격이나 상처에 대한 반응과 내적 경험의 내용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음 건강을 지키거나 회복하는 방안으로 ‘심리적 자율성’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외부 문제를 대하는 관점, 즉 해석의 방향을 달리하거나 적절한 방식의 표현을 통해 힘든 마음과 부정적 감정을 해소해야 한다. 필요하면 전문 상담의 도움을 받아 보시길 권한다.”
-상담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상담은 문제 있는 사람이 받는 것’이라는 거부반응이 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이 당연하듯 마음이 아프면 언제든 당당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위클래스를 경험한 세대는 대학상담센터를 자연스럽게 방문한다. 상담은 호소 문제 혹은 증상을 유발하는 내면의 본질적인 작동 기제를 이해하고 통찰하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인지, 정서, 행동적 차원의 유의미한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
-교원의 상담 경험은 교육 과정에서 어떤 도움이 되나.
“선생님은 학생의 심리적 재양육 주체다. 선생님의 마음 건강은 학생의 마음 건강과 직결된다. 마음 건강의 지표로 인지적 긍정성과 유연성, 정서적 안정성과 일관성, 행동적 일치성과 윤리성을 꼽을 수 있다. 상담은 이러한 지표 충족을 지향한다. 문제가 생길 때만 상담은 받는다는 것은 편견일 수 있다. 성장과 성숙의 생애적 관점에서 편안하고 당연하게 상담을 활용하길 바란다. 또 학생들에게 상담을 권유하기 전에 상담이 어떤 것인지 먼저 경험한다면 내담자로서의 학생 이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학생 상담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교사로 재직 시기에 전문적인 상담 교육과 수련을 받을 수 있었다면 교직 생활이 훨씬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도 담임 교사로서 지도하기 어려운 학생을 매번 만났고, 그때마다 생활지도의 어려움으로 번번이 좌절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생활지도는 상담을 통한 접근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심리상담을 통해 교사로서의 나의 모습과 대상으로서의 학생을 새롭게 이해하고, 각종 문제를 풀어가는 통찰과 ‘생활지도 효능감’ 상승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 배치된 전문상담교사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가.
“1명의 전문상담교사가 소속 학교 학생 전체를 전담하며, 개인 혹은 집단 상담을 운영하는 현 상황은 개선돼야 한다. 또 이들에 대한 슈퍼비전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한국상담학회도 학생생활지도와 상담 사례에 대한 정보 제공, 컨설팅, 연수 등의 형태를 빌린 전문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특히 교총 종합교육연수원과의 협업을 통해 필요한 맞춤식 연수를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현장 교원들을 위한 응원 메시지는.
“‘선생님을 지켜야 학교가 산다’는 교총 슬로건이 유독 설득력 있게 들리는 요즘이다. 오늘날 여러모로 위기에 처한 선생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선생님은 학생과의 만남과 교육의 길에서 얻는 보람과 기쁨을 생의 가치와 의미로 여기는 분이다. 하지만 실상은 자괴감으로 고개를 떨구는 일들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수업학생분리지도법’을 계기로 교권이 회복되길 바란다. 교육 현장에서 다음 세대 교육에 묵묵히 헌신하고 있는 선생님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선생님, 뜨겁게 응원합니다.”
한국상담학회는.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이하며, 현재 회원 수 4만2000명에 1급 전문상담사 2000여 명, 2급 전문상담사 7600여 명을 배출했다. 산하에 15개 분과상담학회, 9개 지역상담학회, 4개 연구회, 410여 개의 교육연수기관을 두고 있다. 상담학연구, 상담학연구 사례 및 실제, 국제학술지(JPAC) 등 3종의 한국연구재단 등재 학술지를 정기적으로 발간한다. 심리상담 분야의 대표적인 학회로서 각종 사회적 재난으로 인한 피해자와 유가족의 트라우마 상담, 국가기관을 포함한 각종 단체와의 협업을 통한 심리상담 서비스 제공 등 대국민 상담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