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선택 아닌 필수, ‘돈의 주인’이 되는 교육을 하자

2026.01.06 10:00:00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기업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 우리나라에 왔다. 그가 우리나라 기업의 대표들과 치킨에 맥주를 즐기는 모습이 큰 화제가 되었다. 이후 AI와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젠슨 황의 기사가 언론을 뜨겁게 달군 다음 날, 어느 중학교의 사회 시간이다. ‘글로벌 경제활동과 지역 변화’라는 단원을 배우고 있었다. 이보다 더 찰떡같은 수업자료가 있을까 싶어 젠슨 황의 치맥 회동 이야기를 꺼냈다.

 

‘글로벌 경제’라는 교과서 속 글자가 갑자기 살아 움직였다. 엔비디아의 주가 차트, 삼성전자·현대자동차의 주가 차트를 보며 아이들은 탄성을 질렀다. 1학기에 배운 환율과 경제성장, 수요와 공급 개념이 폭죽처럼 터져 나왔다. 매시간 영혼이 빠져나간 눈을 하고 졸기만 하던 아이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선생님, 근데 주식이 뭐예요?” 모든 아이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변하지 않는 학교 경제교육
필자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수차례 교육과정 개정이 있었다. 사회과 교육과정은 내부 또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조금씩 그 성격이 변화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의 경제교육 내용은 필자가 1990년대에 배우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초등학교 고학년 사회 시간과 중학교 사회 시간에는 희소성, 기회비용, 수요와 공급, 가격의 형성, 국내 총생산 개념 등을 배운다. 학생들은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을 보면서 사회 공부가 왜 이리 어렵냐고 한다. 교사는 한정된 시간에 수많은 개념을 다루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학생들은 차가운 경제 용어의 벽에 부딪힌다.


기획재정부의 ‘초·중·고 학생 경제 이해력 조사’(2024)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6학년)의 점수는 61.5점, 중학생(3학년)은 51.9점, 고등학생(2학년)은 51.7점으로 나타났다. 경제와 관련한 질문에 대한 정답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경제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학교교육은 여전히 국·영·수로 통칭되는 주요 교과에 집중되어 있다. 경제교육은 사회교과에서 거의 전담하고 있으며 사회교과 내에서도 다른 영역 및 내용들과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경제교육을 위한 시수와 분량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경제 단원이 학기 마지막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아 중요한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중학교에서 경제를 배우는 기간은 길어야 두 달을 넘지 못한다. 고등학교 1학년 통합사회에서 다시 경제를 다루지만, 그 분량은 통합사회 전체 아홉 개의 대단원 중 단 하나에 불과하다. 고등학교 2·3학년 때 선택과목으로 ‘경제’를 택하는 학생이 극히 일부임을 감안하면 학생들은 초·중·고 12년 중 단 몇 달 동안 기초적인 경제 개념을 접해 본 후 성인이 되는 셈이다.

 

경제적 불평등과 경제교육
사회수업을 하다 보면 학생 간 경제 지식과 경험의 격차를 실감하게 된다. 교실에는 ‘주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처음 들어본 학생과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학생이 함께 앉아 있다. ‘엔비디아’가 뭐 하는 회사인지, 주식이 오른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를 전혀 모르는 중학생과 ‘삼성전자에 물려있다’라거나 ‘설날에 받은 돈을 미국 ETF에 넣어서 많이 올랐다’라고 말하는 중학생의 미래는 어떻게 다를까.

 

해외여행을 자주 경험한 학생은 환율이 올랐을 때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왜 불리한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한다. 가정에서의 소비 경험, 투자 경험,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금융 지식 등에서 드러나는 격차는 학생들의 경제 지식에 대한 이해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이 경험의 차이는 미래의 경제적 격차를 더 크게 벌릴 수밖에 없다. 


불평등의 정도가 커지고 있음은 비단 경제교육만의 문제는 아니다. 요즘 학생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경제적 계층이 얼마나 공고한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노동 소득만으로는 자산을 가진 사람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무기력도 팽배하다. 경제 지식과 투자 경험 역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계층에 쏠려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체념하는 것은 교육적 태도가 아니다. 교육을 통해 계층 이동이 가능하다는 믿음은 학생들의 무기력을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특히 학교 경제교육의 활성화는 실질적으로 불평등의 정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자의 의미와 복리 효과를 알게 되고, 장기투자의 방법을 배운다면 소득을 자산으로 쌓아 나가기 위한 한 발을 내딛는 데 현실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지혜롭게 소비하고 저축과 투자를 하면서 생애주기에 맞는 재무설계를 시작하는 시기가 청소년기가 된다면 학생 개인뿐 아니라 나라의 미래 역시 밝을 것이다. 교육이 미래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면, 지식이 단지 교과서 속에서 잠자는 흰 바탕의 검은 글씨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힘이라고 느낄 수만 있다면 학생들은 교실에서 미래를 향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교과서 속 ‘개념’과 학교 밖 ‘현실’의 괴리
그러나 학교에서 경제교육을 할 때에는 실제 돈과 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경제학 원론의 개념과 이론은 실제 경제 현상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학생들의 경제 경험은 교과서 속 ‘개념’ 이상을 필요로 한다. 학생들이 실제로 부딪히는 경제 문제가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이미 온라인으로 쇼핑을 하고, 구독 서비스를 이용한다.

 

자신의 계좌를 가지고 있으며, 스마트뱅킹을 통해 돈을 송금한다. 간편결제시스템을 활용하고 게임 내 결제를 하기도 한다. 청소년 대상 금융 사기에도 쉽게 노출된다. 급격히 변화하는 경제·금융 환경 속에서 학생들이 직면하는 경제적 의사결정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경제적 경험이 그만큼 확대되었음에도, 이를 뒷받침해 줄 학교 경제교육은 여전히 소극적인 입장에 서 있다.


필자는 새로운 단원에 들어가기에 앞서 경제를 공부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한다. “쉽게, 가볍게 생각해 보자. 우리는 무엇에 대해서 공부하는 걸까? 경제하면 생각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몇몇 아이들이 자신 있게 대답한다. “돈이요!”


학생들은 돈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고,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한다.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지 알고 싶어한다. 그리고 막연하게 건물주가 되고 싶다거나, 로또에 당첨되고 싶다거나, 밑도 끝도 없이 100억 원을 벌 것이라고 말한다. 


학교는 돈에 대한 욕망을 애써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학교 경제교육의 목표가 부자가 되는 법을 가르치는 재테크 교육과는 달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교과서 속 경제 개념은 차가운 반면 현실 속 돈을 향한 열정은 뜨겁다. 교실에서 돈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고 이것을 건강하게 다루는 것은 어떨까. 돈 앞에서 허황된 욕망만을 드러내거나 너무 빠른 포기를 내비치는 학생들에게 돈이 가지는 속성을 가르치면 어떨까.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이 아니라 돈을 활용하는 주인이 되는 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수요와 공급, 환율 개념이 어렵다고 하던 학생들도 주가 차트와 연결되면 힘들이지 않고 내용을 받아들인다. 결국은 개념과 이론은 실제 삶과 연결될 때 그 의미를 지닌다. 위로부터의 전통적 경제학 개념이 아래로부터의 돈에 대한 관심과 만나면 그 화학작용으로 인해 불꽃이 튈 것이다.

 

경제교육의 과제는 무엇인가
경제교육에 대한 중요성은 이제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경제 지식과 금융 지식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것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한 과제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교육의 실질적인 시수 확보와 교육과정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사회교과뿐 아니라 관련 교과 및 창의적체험활동, 지역 금융기관 및 공공기관과의 연계 등 범교과 활동과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학생의 삶과 관심사가 반영된 현실적인 주제를 다루어야 한다. 사회교과에서 배우는 경제학 개념뿐 아니라 실질적인 금융교육이 연계되어 자산 배분, 저축과 투자, 청소년 소비, 디지털 금융, 금융 안전 등의 다양한 주제가 폭넓게 다루어져야 한다.


셋째, 교사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 경제 이론뿐만 아니라 금융 분야의 지식 등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역량을 기르기 위한 연수, 교사공동체 활동, 교육자료 공유, 연구활동 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실적인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경제교육은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자극하고 다양한 활동을 이끌어내기 좋은 분야이기도 하다. 지금의 과제를 디딤돌로 삼아 경제생활과 시민성을 아우르는 실질적 경제교육 체계를 마련해 나간다면 우리의 경제교육은 학생의 삶을 지키고 사회 문제해결에 기여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신정아 서울강명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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