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교육이 달라져야 할 이유

2026.10.15 09:58:46

2031년까지 학생 17.4% 감소 전망
AI시대, 세계로 뻗어가는 교육기회 확대가 과제

강원지역 초등학교 10곳 중 약 6곳은 학생 수 60명 이하의 작은학교다. 앞으로 5년 동안 초·중·고 학생은 2만 명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학교의 규모는 작아지고 있지만 학생들이 살아갈 세계는 오히려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앞에서 강원교육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학력 향상과 대학 진학도 중요하지만 AI문명사회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으로 세계 어디에서든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의 목표를 확장해야 할 때다.

 

강원교육청의 ‘2027~2031학년도 중장기 학생 추계’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 학생 수는 2026년 13만113명에서 2031년 10만7522명으로 17.4%(2만2591명) 감소할 전망이다.

 

초등학생은 같은 기간 5만8433명에서 4만5661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도교육청의 2026년 3월 1일 기준 자료에서도 초등학교 355개교 중 202개교(56.9%)가 학생 수 60명 이하의 작은학교로 나타났다.

 

문제는 학생 수 감소 자체보다 학교 규모와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교육기회다. 농산어촌 작은학교에서는 다양한 심화과목과 전문적인 진로교육을 제공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규모가 작은학교의 교육적 가능성까지 작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학생 개개인의 성장을 세밀하게 지도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리면서 부족한 교육자원을 학교 간 협력으로 보완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대학 진학은 여전히 중요한 선택이다. 그러나 특정 대학의 합격자 수만으로 지역 교육의 성패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OECD의 ‘한눈에 보는 교육 2025’에 따르면 한국 25~34세 청년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71%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지만 고등교육 이수 청년의 고용률은 80%로 OECD 평균 87%보다 낮았다. 대학 졸업장만으로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AI의 발전은 교육에 더욱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식을 검색하고 글을 작성하며 자료를 분석하는 활동까지 AI가 지원하는 시대에 인간은 과연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유네스코(UNESCO)는 2024년 발간한 「학생을 위한 인공지능 역량체계(AI Competency Framework for Students)」에서 인간 중심적 사고방식, 인공지능 윤리, 인공지능 기술과 응용, 인공지능 시스템 설계 등 4개 핵심영역과 12개 역량을 제시했다. 특히 학생들이 AI를 단순히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인간의 가치와 윤리적 책임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AI시대에 요구되는 교육의 방향을 시사한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을 기억하고 재현하는 능력만이 아니라 충분한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근거를 분석하며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해결하는 능력이다. 앞으로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을 기억하는 능력뿐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근거를 분석하며 스스로 판단하고 해결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교육의 방향은 새로운 주장만은 아니다. 블룸 등이 1956년 제시한 교육목표분류학은 지식의 습득을 넘어 이해·적용·분석·종합·평가에 이르는 인지적 성취를 체계적으로 구분했다. 이후 2001년 개정된 분류체계에서는 기억·이해·적용·분석·평가·창조의 여섯 범주로 발전했다.

 

존 듀이 역시 1910년 저서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How We Think)」에서 지식이나 믿음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와 결론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반성적 사고’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두 이론은 서로 다른 학문적 배경에서 출발했지만 AI시대에도 중요한 교육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학생들이 기초지식을 충실히 습득하는 동시에 이를 분석·평가하고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며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원 학생들의 미래를 국내 대학입시와 지역의 직업시장에만 한정할 이유는 없다. 해외 대학에 직접 진학하거나 국내 대학을 거쳐 해외 대학원에 도전할 수 있다. 국내에서 전문성을 갖춘 뒤 세계의 기업과 연구기관에서 활동하는 길도 있다.

 

물론 외국 대학 진학이나 해외 취업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언어, 경제적 여건, 학위 인정과 취업제도 등의 장벽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공교육이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학문적 능력과 국제적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강원 글로벌 교육기회 보장정책’을 제안한다. 초등학교에서는 문해력과 수학적 사고와 탐구능력을 충실히 기르고 중학교에서는 교과 심화학습과 국제 공동탐구를 확대하며 고등학교에서는 국내외 대학과 직업세계에 대한 전문적인 진로지도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작은학교가 많은 강원의 특성을 고려해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과 전문교사 공유, 대학·연구기관 연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서 배우되 학문적 수준과 진로의 범위는 세계로 확장하는 교육이다.

 

초등학교 입학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12년의 교육과정이 이어지는 동안 교육감과 교육정책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학생의 배움과 성장은 중단되지 않는다. 교육정책 역시 단기적인 성과보다 학생의 지속적인 성장과 미래의 삶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강원교육은 학생 수 감소를 학교 운영의 효율성이나 교육재정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학교의 규모와 지역적 여건에 관계없이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국내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에게는 높은 수준의 학업역량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려는 학생에게는 국제적 소통과 협력 능력을, 새로운 직업과 진로에 도전하는 학생에게는 전문성과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은 서로 다른 목표가 아니라 모든 학생의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한 하나의 교육적 과제다.

 

궁극적으로 교육의 성과는 어느 대학에 얼마나 많은 학생을 진학시켰는가에만 있지 않다. 학생들이 배운 지식과 능력을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며 변화하는 사회에서 경제적·사회적으로 자립하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에 있다.

 

교육의 성과는 학생이 어느 대학에 진학했는가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역량을 바탕으로 스스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변화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얼마나 실현해 나가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이것이 앞으로 강원교육이 지향해야 할 미래다. 학생이 태어난 지역이나 학교의 규모, 가정의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충분한 배움의 기회를 누리고 세계 어디에서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주체적이고 자신감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의 규모는 작아질 수 있다. 그러나 학생이 배울 수 있는 세계와 미래의 가능성까지 작아져서는 안 된다.

김홍식 교육컨설턴트 hl2sd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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