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듣는 대학 강의, 재미있어요”

2005.07.28 15:56:00

■ 교육부, AP제도 8개 지역 시범운영

학생 “틀 박힌 수업서 벗어나 새롭다”
교수 “생각보다 높은 수준에 놀랐다”


26일 고려대 교양관 111호실. 이 대학 영어교육과 어도선 교수의 ‘영어 읽기와 토론’ 수업이 한창이다. 그렇지만 5~6명씩 그룹을 지어 진지하게 수업을 듣고 있는 사람들은 대학생이 아닌 고교생들. 25일부터 교육부가 서울, 부산, 광주 등 8개 시·도와 서울대, 고려대, KAIST, 부산대 등 전국 11개 대학을 연계해 시범 운영에 들어간 ‘대학과목선이수제(Advanced Placement·이하 AP제도)' 수업시간이다.

이번에 시범 운영에 들어간 AP제도는 고교생이 대학의 교과목을 대학 입학 전에 미리 이수하면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로 미국, 영국 등에서는 널리 활성화 돼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교에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이 수준 높은 과목을 이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고, 특히 과학고 등에서는 대학 수준의 전문 교과목을 이수하고도 대학에 진학해 같은 과목을 다시 이수해야하는 등 낭비적 요소가 지적돼 평준화 보완을 위한 수월성 교육 차원에서 도입됐다.

때문에 고교생 760여명이 참가한 이번 시범운영은 특목고에서는 희망자를, 일반고에서는 학교장 추천을 받은 상위 3~5% 학생 중에 선정됐다. 과목은 대학 1~2학년의 전공기초과목인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영어, 제2외국어 등 10개가 운영되며, 강사는 주로 대학 교수가 맡고, 일부 과목의 경우 고교 교사가 협력해 지도한다.

하지만 시범운영에서는 아직 학점화를 위한 근거 법령이 없어 학점 인정은 되지 않는다. 대신 3주의 교육기간동안 과목별로 45시간을 모두 이수한 학생들은 평가를 거쳐 A~F까지 평점과 이수증이 주어지며, 학교 생활기록부 교과 특이사항에 결과를 기록 받는다.

두 달 동안 수업을 준비했다는 어도선 교수는 “주로 고급 영어 독해를 익히고, 인지적, 정서적 읽기 능력을 통한 사고력 함양에 수업의 목표를 두고 있다”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학생들의 수준이 높아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의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대학은 그 학생이 어떻게 훌륭한지 알 길이 없다”면서 “대학은 AP제도를 통해 영어능력, 사고력, 발표력 등을 다양한 검증으로 학생의 실력을 신뢰할 수 있고, AP를 수료한 학생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 파급효과를 미칠 것 같아 활성화 되면 좋은 제도라고 생각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새로운 제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창덕여고 김경하(17·2학년)양은 “처음 실시하는 제도라서 호기심도 생겼고, 보다 심층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신청했는데 고등학교와 수업방식이 전혀 달라 새롭고 재미있다”고 했다.

한영외고 신지혜(16·1학년) 양은 “좀 더 수준 높은 영어 수업을 생각하고 외고에 진학했지만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다”면서 “대학수업을 미리 듣는 다는 장점도 있고 대학수준의 영어 교육을 경험해 본다는 점에서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 시행되는 만큼 여러 문제점도 제기됐다. 대입 반영여부와 AP제도 참여대학간 수업의 질적 균등화가 이루어 지지 않아 좀 더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AP과정 이수 결과를 대학입시에 반영할 경우 사교육 과열 등의 부작용이 생길 것으로 보고 AP제도를 대학입시와 연계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교육과정 정책과 김대원 연구사는 “AP제도의 취지가 대학 입시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기 위한 것이 아니고 대학입시를 초월할 정도로 뛰어난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AP제도 실시 필요성은 많이 제기됐지만 이와 관련된 인프라가 전혀 없는 상황이어서 일단 시범운영에서는 대학과 연계해 대학에서 설치된 과목 위주로 수업을 받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AP 영어, AP 수학’과 같이 과목과 수업을 통일시켜 전국어디서나 AP 제도를 이수하면 대학이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교육부는 앞으로 별도의 AP 전담기관을 설치해 AP제도 운영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또 앞으로는 미국과 같이 특목고 등 고교에서 AP 프로그램을 설치·운영하게 하고, AP 지도자 연수를 통해 교사가 교육을 담당하도록 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이번 시범운영 결과를 토대로 내년에는 시범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학점화를 위해 근거 법령을 마련하는 등 올 하반기에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상미 smlee24@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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