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호텔학교의 인기가 높지만 수준 이하인 것도 적지 않아 학교 선택시 옥석을 가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호텔학교가 난립하면서 무분별한 모집 경쟁과 과장 광고, 형편없는 교육의 질에 대한 불만이 높아져, 100년이 넘는 빛나는 전통과 명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이 몇년전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호텔학교 경영자들은 허름한 호텔을 임차한 뒤 외국인 유학생을 합숙시키고 숙박료를 징수하는 것은 물론 무자격 강사를 채용하고 단기 학위를 남발하다 학생들로부터 고발당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드러나고 있다.
독일어로 발행되는 스위스의 시사주간지 팩츠 최신호(1일자)에 따르면 아인지델른(Einsiedeln)에 위치한 이글 칼리지(Eagle College)는 현재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 때문에 정문에는 '관계자외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이 들어서 있다는 것.
예전의 호텔을 개조한 이글 칼리지 건물엔 약 50명의 학생이 머물고 있다. 대부분은 주로 동남아시아 출신 유학생들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자 이곳에 왔지만 도착 첫날부터 실망하기 일쑤라고 팩츠는 전했다.
건물이 낡은 데다 식당 한구석이 전산실로 사용되며 '자유공간'은 어두운 조명에다 찢어진 소파가 놓여 있다. 등록금도 저렴한 수준이 아니다. 학생들이 2년간 공부하는 데 내는 돈은 약 1만3천500달러.
열악한 교육환경에 실망한 이글 칼리지의 학생 12명은 입학한지 4개월만에 꿈을 포기했다. 당초 호텔경영 MBA 또는 학사 학위가 약속되었으나 실제로는 자격증 코스만 제공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팩츠는 이 학교의 경우, 11개 과목을 운영하고 있지만 교재는 4권에 그쳤으며 추가로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을 이용해 다운받도록 하는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온 시바샨타 쿠마(25.여)는 사기를 당한 기분이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그녀는 부모에게서 거액의 등록금을 지원받았는데도 막상 학위를 받지 못하고 귀국할 생각을 하니 골치 아프다고 말했다.
스위스 슈비츠 칸톤(州) 경찰은 이글 칼리지 호텔학교에 대한 고발이 잦자 최근 내사에 착수했다. 이글 칼리지가 제공하는 교육의 질은 수준 이하라는 것이 슈비츠 칸톤 경찰측의 판단이다.
이글 칼리지 창립자 안토니우스 에르브는 지난 90년대 호텔학교를 운영해 말썽을 일으킨 바 있다. 경찰은 범법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브는 학생들의 불만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좋은 정보를 접할 수 있으며 현재 다른 학교들도 이와 같은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의 영어실력도 문제가 많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팩츠는 실제로 스위스를 찾는 해외 유학생들의 영어수준은 학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스위스로 몰려드는 이유는 출세와 돈에 대한 욕심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엉터리 호텔학교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중국과 동남아, 인도와 방글라데시 출신이며 브로커를 이용한다고 한다. 브로커들은 수고비 명목으로 1인당 최고3천400달러를 챙기고 호텔학교에 학생들을 넘긴다는 것.
브로커들이 12개월만에 MBA학위를 비롯 스위스의 호텔들에서 현장실습을 할 수 있다며 감언이설로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실상은 딴판이다. 스위스 호텔학교협회의 마틴 키세레프 회장에 따르면 학사 과정을 마치는 데만 90주간의 풀타임 과정은 물론 현장실습을 완료해야 한다. MBA의 경우 추가로 약 2년의 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스위스 호텔학교협회측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며 이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다만 "협회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며 답답해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사설 고등교육 기관을 관장하는 연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손쉽게 전문학교나 대학을 설립하고 학위를 발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호텔학교협회 조차도 스위스 칸톤(州)이나 연방정부로부터 공인을 받지 않고 있다.
협회는 매우 엄격한 조건을 충족하는 호텔학교에 한해서 회원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다른 호텔학교들도 이에 준하는 요건을 갖추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스위스 교육당국은 자유로운 영리활동을 보장하고 정부의 간섭을 최대한 배제하는 전통과 정치적 특수성을 들어 사립교육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