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급 세계 최고니 평가 받아라?”

2008.03.26 14:38:39

‘인사․보수 연계’ 방안의 일단 드러나
“시범운영 더 하고 교육여건 개선해야”
새 정부 교육정책 어디로…① 논란 부르는 교원평가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직생활 11년차인 이 모 교사(35․여). 이 교사는 24일 언론에 보도된 ‘한국교사 상대임금 세계최고 수준’의 기사를 보고 분통을 터트렸다. 21호봉인 이 교사의 2월분 급여명세서를 보면 그럴만하다.

본봉 185만9500원에 가족수당(8만원), 시간외근무수당(8만6390원), 교직수당가산금4(11만원) 등을 모두 합한 급여총액은 307만1420원. 여기에 소득세․주민세 12만7760원과 일반기여금, 건강보험료 등을 공제한 실 수령액은 259만6640원이다. 연봉 3000만원 남짓을 손에 쥐는 이 교사 “아이들 가르치는 보람으로 버틴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심심치 않게 터지는 교사봉급 이야기는 교사들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당연히 숨겨진 ‘의도’가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교총은 최근 성명에서 “비교대상 선진국에 비해 교육환경이 열악한데 보수는 세계 최고라고 하는 것은 교직에 대한 일반인의 잘못된 시각을 고착화시킬 우려가 크고 교원들에게 허탈감을 준다”고 지적했다.

일선 교사들은 “정부는 결국 이러한 잘못된 인식하에 교원평가를 밀어 붙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교원뿐 아니라 어떤 조직이든 평가가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교원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교과부 업무보고에서는 새 정부의 교원평가에 대한 변화된 입장을 읽을 수 있다. 정부는 “오는 6월까지 동료교원․학생․학부모가 교원의 수업 및 학생지도, 학교경영 활동을 평가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겠다”며 시한까지 못 박았다. 평가결과를 연수 및 학습연구년제와 연계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근무실적 및 교원평가 우수 교원에게는 전문성을 심화할 수 있는 학습연구 기회를 부여하고, 개인별로 ‘미흡한 영역’에 대해서는 집중연수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교원단체에서 평가와 관련해 우려했던 ‘인사․보수 연계’ 방안의 일단이 드러난 셈이다.

교총은 교원평가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고 있다. 동료교사나 학생의 평가를 수업개선에 활용, 전문성을 신장시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학부모의 교사평가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이 부분은 학교나 교육청 평가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항원 교총 정책교섭국장은 “평가의 내용과 방법에 대한 교원다수의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시범운영 기간을 연장하고, 개별학교의 실정을 고려한 평가모델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학급 당 학생 수와 교원 1인당 학생 감축, 수업시수 법제화, 교원증원 등 교육여건 개선이 함께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홍섭 교과부 학교정책국장은 “교원평가는 교원의 능력개발을 위한 것으로 평가결과는 맞춤형 연수, 학습연구년제 등에 활용되겠지만 일선에서 우려하는 인사․보수와의 연계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과부도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흔히 교원들의 노력 대가는 보람뿐이라고 한다. 평가 회오리에 보람마저 날아가 버리지 않을까하는 일선 교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낙진 leenj@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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