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인사 퇴진론’이 교육계에 옮겨 붙었다. 최근 교과부와 산하기관 및 단체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노무현 코드’ 솎아내기가 노골적인 사퇴 압력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김영식 대교협 사무총장에 대한 청와대의 김대식(인수위원) 교체 개입설이 언론에 보도된 후, 불거진 산하기관장 일괄 사표설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열린우리당 전남도지사 출마 전력으로 일찌감치 타깃이 됐던 서범석 사학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총선 전 이미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9월까지가 임기다. 노조 측은 “산하기관에 대한 일괄사표 요구가 있어서 이사장님이 사표를 냈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한국교원직공제회 산하사업체인 서울교육문화회관 박순보 사장도 지난달 말 공제회로부터 사퇴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 부산지부장을 지냈고 盧정부 출범 공신 모임인 ‘청맥회’ 회원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며 좌파 인사로 살생부에 올랐다는 관측이다. 박 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월 27일 공제회 모 부장이 방문해 4월 1일자로 조용히 사표를 냈으면 좋겠다고 했고 31일 재차 방문해 거듭 사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에서 관여한 것 같은데 공제회 외에 다른 쪽도 그런 식으로 자리를 비우라고 한다”고 전했다. 박 사장은 3개월여 남은 임기를 채울 생각이다.
하지만 공제회 측은 사퇴 압력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공제회는 “지난 2월 본부 조직개편 때 산하사업체도 쇄신을 추진하면서 뭐 부장이 그냥 박 사장의 의중을 물어본 것인데 마치 정권의 희생양인양 오해를 한 듯하다”고 해명했다.
정권 교체 분위기를 감지하고 4․9총선을 계기로 최소한 모양새를 갖춘 인사들도 있다. 올 6월 퇴임 예정이던 김학민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은 노대통령 후보 경기용인선대위원장과 대통령 인사수석비서관 자문위원을 지낸 이력으로 유력한 교체 대상자였다. 그는 통합민주당 용인기흥 공천을 위해 2월 사표를 냈지만 탈락했다. 또 노대통령 인수위 자문위원을 지내고 17대 총선 때 부산동래을 후보로 출마했던 노재철 사학연금 감사는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신청을 위해 3월 초 사표를 냈다. 하지만 그 역시 고배를 마신 상태다.
이와 관련 사학진흥재단은 다음 주 이사장 공모공고를 낼 계획이고, 사학연금은 현재 감사 초빙공고를 냈다.
이와 달리 참여정부 시절 농림부 장관과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을 지내 ‘노무현맨’으로 분류된 허상만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은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취임 후 정부 경영평가 실적이 좋은 만큼 12월 임기 종료 전에 그만 둘 이유가 없다”며 “이런 식이라면 이전 정부와 뭐가 다른가”라고 말했다.
더욱이 학진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 9월까지 과학재단과 통폐합이 추진되기 때문에 “굳이 지금 거취를 결정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예측도 나온다.
한편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기관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이원덕 원장(임기 내년 9월 9일), 한국교육개발원 고형일 원장(임기 올 10월 3일)도 구설수에 올랐다. 이 원장은 대통령사회정책수석비서관을 지내 청와대의 ‘퇴진 기준’을 충족하고 있고, 고 원장은 개발원장 취임 이전 경력이 거의 없어 청와대 개입설, 정동영 전 열우당 대표 후견설이 기관 내외부서 공공연히 회자돼 온 터다.
직능원의 한 인사는 “연구회 산하 기관장들이 모여 거취와 관련해 의견을 나누는 등 여기저기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 감사원 감사가 거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정부 산하 101개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에 들어갔고, 또 기타 공공기관으로까지 확대될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어서 6월 중 결과가 발표되면 타깃이 된 인사의 ‘줄하차’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임기 만료로 지난해 10월 퇴임한 윤덕홍 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전 교육부총리․17대 총선 대구수성을 열우당 후보)의 후임으로는 한중연 이사이며 고구려연구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김정배 전 고려대 총장이 15일 선임됐다. 또 한국사학진흥재단 성재도 사무총장(대통령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의 후임으로는 박영규 전 이명박 대통령 후보 공보특보(한나라당 중앙당 수석부대변인)가 17일 취임했다.
공석이 된 두 자리에 모두 전 ‘고려대 총장’ ‘이 후보 공보특보’가 앉았다는 점에서 ‘盧코드’를 대신해 ‘MB코드’ 인사의 산하기관장 점령은 점점 본격화될 전망이다.
도 선임돼 장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