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웃는 한국 학생들이 좋아요”

2008.04.21 11:56:05

‘미수다’ 출연 원어민 교사 애나벨 앰브로스

“전주의 맛있는 한국음식을 경험하면서 한국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매일 10시간 이상 계속되는 학원수업 탓에 제대로 된 한국을 경험할 시간이 부족했어요. 서울에서 생활하고 싶었는데 마침 원어민 교사 자리가 생겨 2년 전부터 동산초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에 대해 이야기하는 KBS 토크쇼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하는 애나벨 앰브로스(Annabelle Ambrose). 지난달부터는 EBS 영어교육채널에서 ‘EBS lalala Happy School’ 진행도 맡고 있다. 애나벨 교사가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서울 동산초를 방문하자 이미 대중스타가 된 그녀는 수줍게 기자를 맞았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 4년 됐다는 애나벨 교사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봤다.

애나벨 교사가 한국을 찾게 된 것은 아시아 문화에 대한 호기심 때문. 대학 졸업 후 회사원 생활을 하던 그녀는 따분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던 중 강사를 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한국행을 택했다. 첫 직장은 전주의 한 영어학원이었다.

애나벨 교사는 동산초에서 근무하면서 한국문화도 경험하고 예의바른 아이들을 만나 가르치는 재미도 늘었다고 했다. “영국은 학생들이 교사를 무시하고 심지어 욕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비록 혼이 나더라도 복도에서 만나면 웃으면서 인사를 해요. 또 영국 학생들에 비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언제나 밝은 표정이어서 참 예뻐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힘든 일이 생기면 영국에서 초등교사를 하고 있는 어머니한테 전화를 한단다. 어머니는 “처음엔 좀 엄하게 대한 뒤에 친절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지만 웃는 것이 습관이 된 그녀는 어머니의 충고를 따르지 못했다고 했다.

방송에 출연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방송을 본 아이들이 학교에서 사인해 달라며 조르는 모습이 너무 귀엽단다. 다만 촬영이 주말에 있어서 한국인 남자친구를 만날 시간이 줄어든다며 아쉬워했다. 유명해져서 불편하지 않은지 물었지만 “TV 속 모습이 못생기게 나와서인지 사람들이 몰라본다”고 쑥스러워 했다.

애나벨 교사는 한국에서 불고 있는 영어교육 열풍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영국 초등학생 중에는 영어를 읽지 못하는 학생도 있지만, 한국 학생들은 공부를 잘해서 모두 잘 읽어요. 하지만 부모님의 과도한 기대 때문인지 즐겁게 배우지 못하고 영어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원어민 교사는 2006년 4월 1909명에서 2007년 9월 3808명으로 늘어날 정도로 그 수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애나벨 교사는 원어민 교사가 더 늘어야 한다고 했다. “원어민 교사는 학생들에게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발음과 억양을 교정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한 반에 30~40명씩이나 돼 제대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원어민 교사가 더 늘어나 영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영어 교육에 큰 도움이 될 거에요.”

인터뷰 말미에 그녀는 한국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내비쳤다. “가족들은 영국으로 돌아오라고 하지만 계속 한국에서 살고 싶어요. 지금 한국생활이 너무 행복하거든요.”
엄성용 esy@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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