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정보공시 1년, 근본취지 살려야

2009.06.04 16:14:16

지난해 5월 학교정보공시제도가 도입된 후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간 학교는 정보공시로 인해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도 많다. 하지만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풀어야할 난제도 산적하다.

학교정보공시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취지지만, 알권리의 대상이 ‘국민전체’라기보다는, 사실 ‘학부모’에 가깝다고 보는 좀 더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공시내용이 학교교육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고, 학부모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내용일 때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은 그렇지 않다. 많은 항목을 공시해야 한다는 발상, 체계적이지 못한 공시내용, 학부모의 알권리와 관련성이 적은 내용들을 공시항목에 무리하게 포함시킴으로써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또한 극히 일반적인 사항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함으로써, 중복되는 자료의 공시를 요구하거나 같은 자료이면서도 공시항목의 상이함으로 인해 재차 입력해야 하는 문제 등도 기본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여기에 공시제도를 통해 학교간 지나친 경쟁만을 강조함으로써 정보의 진·위를 따지는 등, 불신을 유발하고 있고 이에 부담을 느낀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간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안이한 발상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학교공시제도 시행 1년을 맞은 정책 당국은 이렇듯 다양하게 노출된 문제점들을 명쾌하게 정리하고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제도의 조속한 정착을 위한 시급한 과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정보공시제가 기본취지에 맞게 재편돼야 함은 물론, 각급학교에서의 공시자료 준비과정에 숨통을 터줄 필요가 있다.

또한 일선학교들은 선진 마케팅 전술을 습득해 학교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강구함과 동시에,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한 정확한 자료의 공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학부모들은 공교육을 신뢰하고, 공개된 학교정보를 비난과 질타가 아닌 애정과 관심, 지원의 시선으로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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