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열린 ‘학교위기 진단과 극복을 위한 현장토론회’에서는 교장공모제 확대 정책에 대한 현장의 실랄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현장 교원들은 교장공모제가 교원의 비리를 척결하고 교장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해결책으로는 적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학교를 정치의 장으로 만들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학부모를 대상으로 수업을 일년에 4회 공개토록 하고, 교원성과금의 차등폭을 확대하는 등의 최근 교원정책 방향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박용조 한국교총 회장직무대행은 이날 “정부가 사전에 공청회나 토론회 같은 협의를 거치지도 않고 정책을 추진하는 강경 드라이브를 하고 있다”며 “오늘 토론회를 통해 일방적인 정책추진의 문제점과 다양한 학교 현장의 정서를 듣고 좋은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교장공모제 확대
이날 교원들은 교장공모제가 교장의 질 향상을 담보할 수 없는데다 공모제 심사의 공정성도 확보되지 않아 교육비리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창희 서울대방중 교사는 “교장공모제 확대와 교육비리를 뿌리뽑는 것이 무슨 관계며, 교장공모제를 시행하고 경쟁률을 높인다고 교장 의 질이 높아지냐”고 꼬집었다. 이 교사는 “인근 학교 교장 발령 후보자와 통화를 했는데 9월에 발령이 안나면 공모를 해서 나가야 하는데 지금 공모를 대비해 자료를 준비해야 하냐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또 1차 중임을 하고 정년 2~3년 남은 교장은 다음 공모를 준비할텐데 어느 학교가 정년 얼마 안남은 교장을 데려가려고 하겠냐”며 학교의 정서를 전달했다.
윤완 오산고현초 교장은 “최근 초빙공모제에서 친분을 이용해 2위로 올라간 사람이 있어 논란이 됐었는데 교장공모제가 확대되면 교육감의 권한을 이용한 교원비리가 오히려 심화될 수 있고 교장공모제로 된 교장이 더 뛰어나다는 증거나 효과가 명백하지 않다”며 공모제 전면 폐지를 강하게 주장했다.
지윤섭 서울영훈고 교사는 “교장공모제로 인해 학교장이 외부 활동에 더 바쁘고 이벤트성 약속으로 교장에 따라 일관성없는 교육이 시행되는 등 교장의 역할이 왜곡될 수 있고 학운위원에 의한 심사가 학연, 지연과 연계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소위 강남 3구는 스펙이 많은 교장이 지원할테고 교육환경이 열악한 곳에는 스펙이 약한 교장이 지원하면서 지역 격차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상식 군포흥진고 교감은 "학운위원이 교장공모 심사를 실시하게 될 때, 서점이나 인테리어 등 학교와 관련된 사업자들이 학운위로 들어오려고 하거나 압력을 가해 교장이 오히려 사업자들에게 끌려다니게 되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신경호 서울 면중초 교감은 “경쟁률이 곧 유능한 교장을 뽑는 것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며 “정부가 10대 1의 경쟁률을 만들기 위해 오히려 교장자격증을 남발하면서 교장의 질이 낮아질 수 있고 기업의 공모와는 달리 학교현장은 교사경력이 비슷한 후보들이 모이기 때문에 후보를 가려낼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신 교감은 법 개정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보는 사람들에 대한 경과조치도 없이 시행되는 만큼 법적대응의 한 방법으로 가처분신청을 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희규 신라대 교수도 “교장공모제는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언급된 부분이지만 최근 교과부에서 발표한 과정을 보면 급격하게 확대조치해 단위학교에 갈등을 주고 학교장의 정치화 우려를 낳고 있다”며 “기존의 승진제가 공모제보다 나쁘다는 합리적 근거가 미확보된 상태이고 공모제 심사의 공정성 확보도 의문이다. 공모는 잘못하면 교수의 전문성보다는 경영에 대한 전문성만이 우월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교장공모제를 10%이내에서 점진적으로 실행할 것을 권했다.
◆연4회 수업공개 및 교원성과급 차등폭 확대 등
학부모나 동료교사들에게 일시적으로 공개되는 수업으로 교사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전시성 이벤트로 형식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박노철 서울교총 직무대행은 “학교에서는 거의 형식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 실제 수업평가를 하다보면 교사가 비는 시간에 들어가 평가를 하게 돼있는데 잡무와 생활지도 등으로 잠깐 들어갔다 나와서 평가서를 내고, 잘함, 못함 등으로 간단하게만 기입하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윤완 교장도 “수업의 양태를 그 순간에 봤다고 그 교사가 잘 가르친다고 할 수는 없다. 업무, 수업, 생활지도를 1년 내내 본 것도 아닌데 정확히 측정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학부모의 수업공개에 대한 부분이 4회가 돼야 하는지에 대한 정당성이 없다. 외국 사례를 보면 참관이 또 다른 일거리가 되면서 형식화되고 무용지물되는 경우가 많다. 시도교육청 간에 수업공개를 많이 하면 학부모로부터 인정받는다는 것으로 여겨져 더 늘리는 교육청도 생길 수 있다. 많이 공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교원성과상여금의 차등폭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없이 시행되는 평가로 오히려 교사들의 사기만 저하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의옥 구미초 영양교사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차등기준만 마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수업이 없는 영양교사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했는데 어떤 기준도 나오지 않고 단지 비교과라는 이유로 C등급만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성근석 세현고 교사는 “성과급 기준안이 수업시수, 교무지도 등으로 계량화만 시키고 있어 이것이 과연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발전적 방안이 되겠느냐? 현장의 갈등만 부각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교원에 대해서도 특가법을 적용하겠다는 등의 정책에 대해 최언규 서울하안북중 교사는 “우리가 범죄집단이냐, 우리를 왜 죄인취급하느냐”로 절대불가를 주장했다. 교원의 비리가 있다면 수사를 통해 해결할 수는 있지만 지나친 언론 보도로 교사에 대한 불신만 쌓이고 비리집단으로 매도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