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성, 교육격차 등 극복과제 많아
학제, 교육과정 등 차이 파악 필요
교원 교류, 교육과정 개발 등 제안
각 교과에도 통일교육 내용 늘려야
박근혜 대통령이 연초 발언한 ‘통일 대박론’과 함께 통일준비위원회가 출범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남북한 교육교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북한 교육법의 변천과 남북교육법 통합의 과제’를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주제발표에 나선 한만길 한국교육개발원 석좌연구위원을 만났다.
- 수많은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실제 북한의 교육 현실은 얼마나 어려운가.
“북한은 90년대 경제난, 식량난, 에너지난 등을 겪으면서 교육현실이 매우 피폐해졌다. 낮은 급여로 교원들이 학교를 이탈하고 있으며 낮은 출석률, 실험․실습실의 부족과 낙후된 시설, 책걸상․학용품 부족 등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교과서 보급률은 30% 수준에 불과하고 옥수수 껍질로 펄프를 만들어 인쇄하기 힘들 정도의 종이로 교과서를 제작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 북한교육의 피폐한 현실을 알 수 있다.”
- 남북한 교육법이나 학제는 어떻게 다른가.
“북한은 우리보다 한 달 늦은 4월에 새 학기가 시작된다. 또 남한은 고교과정에 특성화고나 특목고를 통해 직업교육을 분화시키고 있는 반면 북한은 중등교육 단계에서 직업교육 계열에 대한 구분이 없다. 북한은 무상의무교육을 강조하기 때문에 교육법에 학생들로부터 입학, 수업, 실습, 답사와 관련한 비용을 받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은 국가가 모든 학교를 운영․관리하며 사립 형태의 학교는 없다.”
- 북한의 교육동향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교육법제를 정비하고 있다. 99년 ‘교육법’을 채택했고 2011년에는 ‘보통교육법’을 제정, 2012년에는 의무교육 추진에 대한 법령을 마련했다. 올해부터는 학제를 개편하고 11년제였던 의무교육을 12년으로 연장했다. 기존 유치원 1년, 소학교 4년, 중등학교 6년이었던 것을 유치원 1년에 소학교 5년, 중등학교는 초급과 고급을 나눠 각 3년씩 분리한 것이다. 남북한 교육통합 시 학제에 따른 괴리가 큰 고민이었는데 유치원 1년을 제외하면 아직 11년이지만 북한 스스로 국제적 표준에 부응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 통일을 대비해 교육현장에서는 어떤 준비가 요구되는가.
“교육교류나 교육과정 개발 등 지금부터 단절됐던 남북한 교육교류를 재개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남북관계에 따라 통일교육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교사 연수를 늘릴 필요가 있고 각 과목에서도 통일교육 관련 내용을 추가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통일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늘려 줘야 한다. 예를 들어 국어에서는 남북한의 언어비교라든지 북한의 문학, 통일을 소재로 한 작품 등을 다룰 수 있고 사회과목에서는 북부지방의 지리나 자원을 소개한다든지 통일시 발생되는 경제적 효과 등을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 교육통합 시 많은 문제점들이 예상된다. 어떤 것들이 있으며 해결 방안은.
“통일교육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북한 교육의 이질성에 따른 문제’와 ‘남한의 우월의식에 따른 갈등’을 가장 우려했다. 통합모형에 대해서는 남북한 양 체제를 병존하다가 제3의 대안형으로 교육통합을 추진하는 것을 가장 바람직한 모형으로 제시했다. 통합 초기 단계에서는 북한의 부족한 교육기간을 보충할 수 있도록 ‘보충 교육기관’을 설립해야 한다. 지역사회 및 산업체와 연결하거나 기존의 평생학습기관을 활용할 수 있다. 남북 간 교육이념과 교육과정, 산업기술의 차이 등을 고려해 진로적성교육을 강조하는 등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남북 학교 간 협정을 기반으로 교환학생제도를 활성화 해 통일 이전에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