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홈스쿨링 확산

2014.11.07 15:32:26

공교육 불만 가진 학부모 중심으로 관심
기존 교과와 고전읽기·예술교육 등 병행
학력 인정 등 제도 미비로 질 담보 한계


쓰촨성 청두시(四川省 成都市)에 사는 롱롱(7·蓉榕)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닌 적이 없다. 네 살 때부터 어머니의 체계적인 가르침 아래 공부를 해왔다. 학령기인 6세가 되고 나서도 초등학교 입학을 하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고 있다. 교사는 어머니다.

롱롱의 일과는 다음과 같다. 오전에는 수학과 영어를 매일 1시간씩 공부한다. 이 시간에는 롱롱의 어머니 대신 가정교사가 집에 와서 가르친다. 오후에는 그 외의 과목들을 배운다. 월요일은 피아노와 연극, 화요일은 피아노, 수요일은 영어, 금요일은 미술과 피아노, 토요일 오전은 영어, 오후는 미술, 일요일은 오전에 바둑, 오후에는 영어 등이다. 결코 여유롭지 않은 일과임에도 불구하고 롱롱은 많은 시간을 독서로 보낸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최근 롱롱처럼 초·중등학교에 입학하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중국식 홈스쿨링인 ‘짜이지아상수에(在家上學)’가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의무교육법상 이를 합법적인 교육 형태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 각지에서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정부가 관련 통계를 발표하지 않았으므로 홈스쿨링 아동의 규모를 추측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21세기 교육연구원’이 발표한 ‘2013년 중국 홈스쿨링 연구보고서’를 통해 홈스쿨링 실태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애용하는 메신저 프로그램인 QQ나 웨이씬을 통해 홈스쿨링 협력단체에 가입한 회원과 ‘전국홈스쿨링연맹’ 재적 회원을 집계한 결과, 현재 지속해서 홈스쿨링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인구는 1만 8000명에 달한다.

또 실제로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243명의 학생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 결과 75.4% 이상의 학부모가 전문대 이상 학력을 갖고 있었다. 30.3%의 가정은 월수입 5000~1만 위엔(약 90~180만 원) 정도였다. 이는 중국에서 홈스쿨링을 하는 대부분이 공교육에 이의를 가진 학생과 부모로 구성돼 있음을 말해준다.

이들이 홈스쿨링을 하게 된 이유는 현재 공교육의 교육이념과 자신의 이념 불일치(54%)가 가장 많았다. 학교 교육내용의 획일성(21%), 자녀의 교육환경 적응 어려움(4.4%) 등이 뒤를 이었다.

현재 중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홈스쿨링의 형식은 주로 초·중등학교 교과를 병행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존 교과 병행과 함께 많은 가정에서 사서오경 등 중국 고전 읽기 붐이 일어 홈스쿨링의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학생들의 진로에 대해서는 35.8%가 유학을 시킬 것이라고 했고 32.1%는 국내 대학입시에 응시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처럼 홈스쿨링이 사회의 주목을 받고 어느 정도 성과도 거뒀으나 문제 또한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홈스쿨링이라는 교육방식의 정체성 문제다. 중국정부는 현재 홈스쿨링 관련 정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규 교육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교육자의 자격, 교육과정, 교육내용 등에 대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교육의 질 보장이 어려운 것이다.

둘째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황에서 홈스쿨링 단체 내에서의 정보교환과 교육내용 교환 등도 부족하다는 문제다. 셋째 과제로는 홈스쿨링을 하는 아동-청소년들의 사회성 발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노하우가 요구되고 있다.
강영민 북경사범대 국제비교교육연구원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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