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거 점수에 들어가나요?

2005.06.06 16:49:00


수업 현장에 이전에 흔히 볼 수 없는 풍토가 생겼다. 수업 시간에 특별한 활동이나 과제를 주면 ‘선생님, 이거 점수에 들어가나요?, 수행평가에 반영할 건가요?’...... 그 말엔 점수에 반영되지 않으면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문득 우리 학교도 학원식으로 문제은행을 만들어 문제 풀이를 집중적으로 하면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이 좋아할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우리의 교육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된 얘기다. 아니, 무너지고 있다고 모두들 한탄한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도처에서 졸속 개혁에 따른 시행착오와 그에 따른 후유증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예견된 결과다. 교육은 ‘국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교육은 국가 발전 전략 속에서도 중핵을 차지한다고 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은 조급해서는 안 된다. 쾌도난마(快刀亂麻)식으로 서둘러 해결될 문제도 아니라서 더욱 큰 것이 교육의 어려움이다. 과거 너무나도 성급히 사회 다른 분야의 개혁과 동일시한 데서 온 오류가 컸고, 시장 경제 논리의 성급한 교육 현장에의 도입이 큰 무리였다. 이제 실추된 교권으로, 교단은 사기와 의욕이 땅에 떨어져 있고, 배움의 도정에 있는 학생들은 본업인 학교 수업을 게을리 하고 입시 준비에만 골몰해 있다. 우리 교육의 총체적 위기감이 절실히 느껴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사회적 분위기이다.

이러한 때에 교육을 주도할 교사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교사는 바야흐로 교육의 본질과 원리를 터득하여 인격의 완성을 목표로 피교육자의 전인적인 발달을 조성하고 작용하는 일임을 알고 변화되는 사회에 창의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있다고 배웠는데,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묵묵히 그 길을 걸어야 하나?

아이들이나 학부모 모두에게 신뢰를 받고 싶다. 신뢰는 보이지 않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두텁지 못한 것은 정치하는 사람들의 책임이듯 불신임받는 교육 풍토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요즘 모 사립 고등학교에서 내신 성적 조작에 대한 조직적 부정이 드러나 내신 성적과 관련해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평가에 대한 신뢰감에 결정적인 상처를 입었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는 불신받아도 할 말이 없다. 마지막 자존심마저 저버린 이런 행태를 보고 우리는 분개해야 한다.

평가에 대한 신뢰 회복은 우리 교사들의 몫이다. 더 이상 식구 감싸기는 하지 말고 모든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매를 맞을 건 맞고 사죄할 일이 있으면 겸손히 뉘우치자. 그리고 교육 당국에서도 신뢰 회복을 위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여 우리 교육이 모두에게 신뢰를 얻도록 주도해야 한다.

특히 교사 우리 자신들도 전문직으로서의 교직에 자존심을 걸고 적어도 학교의 교육활동에 대해서만이라도 신뢰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무너지는 교실 현상을 탓하지만 말고 신념을 가지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면 비록 힘들더라도 함께 사명감을 가지고 이끌어 가는 지혜와 용기와 끈기가 필요할 것 같다. 그러는 가운데 학교와 우리 교사에 대한 신뢰는 쌓여 갈 것이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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