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에도 저작권 보호 바람이 불어야 한다

2005.07.20 00:56:00

교사들이 학교의 기출문제 보호에 적극 나서기로 함에 따라 앞으로 입시학원들의 일선 학교 기출문제 공개가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현직 고교 교사44명은 14일 인터넷 업체와 사설학원, 출판사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문제를 불법으로 도용, 무단 배포하고 있다며 법적인 대응에 나섰다.

교총 한재갑 대변인은 "기출문제전문사이트인 ''족보닷컴''(www.zocbo.com)을 상대로 서울 중앙지법에 학교 기출시험문제 출판 및 판매를 금지하는 ''저작물 반포 등 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실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인간의 존엄성측면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미술 수업시간에 학생이 풍경화 그림을 잘 그려서 각종 대회에 나가 상장을 받았을 경우, 다른 학생들이 그것을 보고 그대로 모방하거나 표절해도 지금 현 시점에서는 특별한 법적인 근거나 대응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즉, 교사·학생·학부모는 한 인간으로서 그 자신의 인격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며, 존엄성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것이 분명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인식시키고 이해시키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둘째, 타 학교간·타 교사간 교육계의 발전 측면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A초등학교의 독자적인 운동회 프로그램을 그대로 모방하여 B초등학교에서 모방하여 사용했을 경우, 물론, 교육적인 차원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좋은 일이나, 교육의 발전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는 적합하지 못하다. 교육이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A초등학교의 운동회 프로그램을 B초등학교에서 분석하고 좋은 것은 받아들이되, 나쁜 것은 버리는 등 취사 선택하여 교육의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A초등학교 운동회 프로그램을 B초등학교의 경제적 여건, 교육 여건, 학부모 실정 등을 고려하여 수정·보완해서 적용해야 한다. 또한, 교사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A초등학교 교사가 만들어 낸 시험문제를 B초등학교 교사가 표절하여 그대로 사용한다면, B초등학교 교사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누워서 코푸는 것밖에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것도 교육의 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 A초등학교에서 만들어 낸 시험문제를 B초등학교 학생의 수준, 교육열, 교육 여건, 교육 환경 등을 고려하여 실정에 맞게 수정·보완·개선해야 한다.

셋째, 학교와 학원의 차별화 측면을 고려할 수 있다. 학원은 상업적 측면이 강하지만, 학교는 상업적 측면보다 교육적 측면이 강한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학원은 문항개발, 교육용 프로그램 및 학습자료 개발, 학습지 개발 등과 관련된 사안들을 돈과 결부지어 생각하지만, 학교는 학생의 올바른 교육과 국가적인 학업성취 차원에서 크게 생각한다. 즉, 학원에서 학교의 문항이나, 학습자료, 학습지 등을 표절하고 모방하여 사용하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으나, 오히려 학교에서 학원의 문항, 학습자료, 학습지를 사용할 경우 큰 문제가 되는 것처럼 사회에서 인식을 한다. 따라서 학교도 학원과 차별화하여 나름대로의 자존심을 가지고 교사는 교육활동을 전개하고, 차별화해야 한다.

이러한 세 가지 이유에서 교육계에서도 저작권 보호 바람이 불어야 할 것이다. 물론 교사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법적인 대응도 중요하지만, 교사 혼자서만 노력해도 되는 것이 아니고, 교사·학생·학부모·교육계 종사하는 모든 전문직들이 모두 다함께 자기 일처럼 교육에 대한 애착이 있어야 하며, 교육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가 있어야 가능하다. 끝으로 앞에서도 말했지만, 상업적 차원의 입시학원, 인터넷 사이트 등과 비교하여 학교가 차별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인 것 같다
신재한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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