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삼굴(狡兎三窟), '지혜로운 토끼는 굴을 세 개 준비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이것은 위험이 닥치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해놓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 소개한 우리 학교 빠삐용 토끼도 슬기로운 토끼인지 이와 같이 토끼 굴을 여러 개 만들어 놓았습니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중국의 산둥반도에 위치한 제나라에 전국 4군자 중의 한 사람인 맹산군이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설(辥)이라는 봉읍이 있었는데 제나라의 재상을 지내고 있을 때 영지의 작황이 나빠 빌려준 돈의 이자조차 거두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맹상군은 그의 식객 풍환에게 빌려준 돈을 모두 받아오게 하였습니다. 그의 명령을 받고 영지로 간 풍환은 부채가 있는 자들을 불려 모아 부채의 증서를 가져오게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한 곳에 모아 모두 불태워 버리고 빈손을 되돌아왔습니다. 맹상군이 이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기자 그가 맹상군에게 한 말입니다.
그 뒤 맹상군은 제나라 민왕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 재상 자리에서 물러나 영지인 설 땅으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설 땅의 사람들은 앞을 다투어 마중을 나와 그를 따뜻하게 맞이했으며 그로 인해 맹상군은 다시 일어설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것이 풍환이 준비한 첫 번째 굴입니다.
풍환은 그 뒤 강국인 진(秦)나라로 가서 진나라 왕에게 "지금 제나라의 민왕은 사소한 일로 맹상군을 정승 자리에서 해임시켰습니다. 지금 맹상군이 제나라에 대해 매우 섭섭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이 때 그를 불러들이실 좋은 기회입니다. 맹상군이 진나라의 정승이 된다면, 진나라는 최고 강국이 되어 천하를 통일할 것입니다"라고 설득하였습니다.
오래 전부터 맹상군의 명성을 들어오던 진나라 왕은 크게 기뻐하며 풍환에게 크게 상을 내리고는 그의 사자에게 황금 천근과 마차 백량을 주어 맹상군을 정중히 모셔오라는 분부를 내렸습니다. 그 사이 풍환은 재빨리 제나라로 가서 이 소식을 제나라 민왕의 귀에 들어가도록 하였습니다.
진나라에서 맹상군을 재상으로 앉히려고 한다는 소식을 들은 제나라 민왕은 만약 그렇게 되면 큰일이라고 생각하여 얼른 사자를 맹상군에게 보내 자신의 처사를 사과하고, 다시 맹상군을 재상으로 불러들었습니다. 이것이 풍환이 맹상군을 위해 마련한 두 번째 굴이었습니다.
세 번째 굴은 풍환이 제나라 왕실의 종묘를 맹상군의 영지인 설에 세우도록 했습니다. 왕실의 종묘가 맹상군의 영지에 있는 한 민왕은 맹상군을 어떻게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게 세 번째 굴입니다.
그리하여 토끼는 굴을 세 개 판다는 고사성어 '교토삼굴'이 탄생하였습니다. 이것이 고사에만 나오는 이야기인 줄로 알았는데, 우리 학교 빠삐용 토끼도 맹상군의 지혜 못지않게 굴을 세 개도 넘게 파서 생활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일반 산토끼는 야행성이라 밤에 주로 활동하고 낮에는 풀숲이나 덤불, 바위그늘 같은 곳에 몸을 숨기지만 우리 토끼는 아직 야성에 덜 길들어졌는지 아침에 많이 활동합니다. 우리에 갇혀 있는 친구들을 보러 내려오기도 하고 가파른 언덕을 뛰어다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보이지 않으면 잘 있는지 숲 속을 찾아 나서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최근의 배설물을 보고 토끼가 잘 살아 있음을 확인합니다. 어느 정도 적응이 잘 된 것 같습니다. 이제 배우자만 한 마리 찾으면 보다 좋은 생활을 할 것 같습니다.
살아 있는 생물은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하더니 빠삐용 토끼도 그런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