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따르는 피해들

2005.10.31 09:46:00

2년 동안 재학생 40명 이하의 시골학교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1개 면의 3개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한 학교였다. 당시 3개교의 재학생 수가 100여 명 정도였으나 통폐합하던 해에 40여 명이 인근 도시 학교로 전학하고 그 뒤에도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은 줄지 않았다. 결국 결손 가정 및 가정형편이 비교적 어려운 학생들만 주로 남게 되었다.

없어진 학교의 학구 내에 살고 있는 학생들은 도보로 통학하기에는 먼 거리라서 2대의 통학 버스를 운행할 수밖에 없었다. 가까운 거리를 걸어서 통학하던 학생들의 자유로운 통학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정해진 시각에 버스를 타야만 하기 때문이었다.

아침 일찍 등교하여 아침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친구들과 어울릴 자유로운 시간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친구들과 뛰어 놀면서 건강한 신체를 가꾸고, 교실에서 조용히 책을 볼 수 있는 시간도 사라졌다. 부진 학습에 대한 보충학습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버스로 학교에 도착하면 곧바로 1교시 수업을 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교육과정 이수 시간이 끝나면 방과 후 활동을 할 수도 없다. 정규 수업이 끝나는 시각에 맞추어 하교 버스를 타야 되기 때문이다. 오전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특별활동의 기회가 없는 것이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사회성을 기르거나 취미활동을 할 수 없다. 물론 특기적성을 신장시킬 여가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담임교사와의 특별한 대화 시간마저 없어져 버린 것이다. 여유 있는 인성교육이나 상담을 할 수 없게 됐다.

좀더 학교에서 머물고 싶은 학생들도 어쩔 수 없이 귀가할 수밖에 없다. 마을에 가봐야 놀이 시설이 부족하고 가정의 빈약한 문화생활 때문에 적극적인 여가 활동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또래보다는 몇 살씩 나이 차이가 나는 친구 아닌 친구끼리 놀 수밖에 없다. 마을에는 초등학생이래야 겨우 서너 명 또는 너댓 명도 채 안되기 때문이다.

이제 100명 이하의 학교는 통폐합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시골 대부분의 학교들이 통폐합의 대상이 된다. 현재는 1개 면에 1개교의 존치학교를 두고 있다. 앞으로는 1개 면에 1개 학교만 두거나 2개 면을 통합하여 1개 학교를 두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통학버스에 의해 등하교를 하여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우리나라 시골의 대부분 학생들은 통학버스에 의해 통학하게 된다. 교육과정 정규 시간 외의 또래집단 사회경험이나 취미활동 및 특기 적성 계발활동은 물론 독서활동을 통한 지성 및 인성 그리고 정서 순화에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초등학교는 학생들의 배움의 터전이기도 하지만 시골의 피폐화를 막는 유일한 문화적 공간이다. 교육을 경제적 논리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경제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더 큰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떠나는 시골이 아니라 돌아오는 시골이 되게 하기 위해서도 시골 소규모 학교의 존치는 필요하다.
이학구 김제 부용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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