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학생들의 향학열

2005.11.17 09:13:00


11월 15일(화)에 원평초등학교(교장 한일랑)에서는 전라북도교육청 지정 ‘평생교육’시범학교 운영 보고회를 열었다. 지난 4월부터 지역주민 대상 14개 취미활동교실을 열어 190여 명의 수강생들이 주 2회씩 학습한 결과를 공개하였다.

학교가 학생들만이 이용하는 시설이라는 전통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긴밀한 연계성을 가지고, 학교 시설과 인적 자원을 개방하여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잠재능력을 최대한으로 신장시키며,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돕는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학교중심의 평생교육의 필요성에 따라 지난 4월 취미활동 14개 반을 편성하고 지금까지 학습하였다.

주로 한글 미해득자 중심의 ‘우리글 공부반’ 할머니들의 학습 참여도가 가장 모범적이어서 참관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모두 30명의 할머니들로 조직되었는데 학습열기가 너무 적극적이어서 늦깎이 할머니 학생들에게 끊임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네모 공책에 반듯반듯 쓴 한글은 학습에 얼마나 성실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손녀딸 같은 지도강사의 설명에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듣고 있었으며, 토속어로 구성된 교과서를 보면서 낱말 따라 말하기를 하는 모습은 천진난만한 소녀들 같았다. 숫자를 몰라서 전화조차 하지 못했던 할머니도, 시내버스 행선지를 읽지 못해 탈 때마다 옆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던 할머니도 이제는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김서주(72세) 할머니는 “손이 너무 떨려서 글자인지 그림이지 분간이 안되었당게. 근디 나만 그렁게 아니라 내 짝꿍도 그러더라고. 지금은 떨리지 않고 쓸 수 있는디. 배운 것 다는 몰라도 상당히 알게 되었지.” 생전 처음으로 학교에서 공부를 하게 돼 너무 좋다는 말씀도 덧붙였다.

또 대부분이 할머니들로 이루어진 활동반은 수영반이다. 100여 명이 등록했으나 농사일에 바빠 평균 50여 명이 물살을 가르면서 걷기도 하고 수영을 하기도 했다. 대부분이 어깨, 허리, 무릎 등이 아파 물에서 걷기만 해도 낫는다는 소문을 듣고 찾으신 할머니들이다. 강사의 구령과 시범에 맞추어 준비운동을 하고 꽤 능숙한 솜씨로 입수하는 모습이 할머니들이라고 하기에는 어색할 것 같았다.

수강생 할머니 절반 이상이 수영을 하여 아팠던 곳이 좋아진 것 같다고 하였다. 이원래 주민수강생은 “우리 학교에 수영장이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학교에서 문을 닫지 않는 한 계속 수영장에 다니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서예반에서도 그동안 전서체를 꾸준히 쓰신 김정길(65세)씨는 “예전에 붓글씨를 쓰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는데 이런 기회를 준 학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모두 10명으로 조직되었지만 벽면에 걸린 많은 습작들을 보고 그 노력을 참으로 많이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도자기반, 한지공예반, 전통매듭반, 글짓기반, 미술반 등의 작품 전시회도 있었다. 아직은 서툰 솜씨가 드러나 보이지만 바쁜 생활에서 틈틈이 취미활동을 하는 수강생들의 평생교육 의지가 대단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0명으로 조직된 사물놀이반의 연주와 음악줄넘기반의 시연 등은 상당한 수준에 이른 솜씨임을 알 수 있었다.

원평초등학교에서는 내년까지 계속 운영하게 된다. 시범학교 운영기간이 끝나도 몇 개 부서만큼은 지속적으로 운영하여 평생교육의 메카가 되게 하겠다고 한일랑 교장은 포부를 밝혔다.
이학구 김제 부용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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