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

2005.11.19 10:02:00

직원회의석상에서 교사를 대상으로 ‘학교교육력제고(교원평가)를 위한 시범운영’ 공모에 대한 찬반 투표를 했는데 ‘100%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이미 대세는 짐작했지만 이렇게 일방적인 결과가 나온 것은 다소 의외였다.

학교에서 시범운영 공모 때마다 투표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만은 시범운영 신청이 없자 궁색한 교육청도 일선 교원이 50%만 찬성하면 공모 신청하도록 관리자를 독려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매스컴마다 잠정 통계가 달라 정확한 신청교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전국적에서 시범운영을 신청한 학교 대부분은 아마도 자율적이 아닌 강압과 설득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며 앞으로의 험난한 시범운영 여정이 걱정된다.

역대 교육정책 중에 이번처럼 교육주체의 절대적인 반대를 무릅쓰고 일방적으로 강행하려는 정책도 없는 듯하다. 설령 강행되는 이번 시범운영이 어렵게나마 진행된다 하더라도 시범운영의 본래 목적인 ‘일반화’까지는 많은 갈등과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 뻔하다.

교육부는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일선 현장 40만 교사의 호응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했다가 실패했던 역대 교육정책 실패의 역사를 교훈삼아 졸속 교원평가 시범운영을 전면 철회하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원단체의 요구대로 필요한 제반 교육여건을 조성한 뒤에 추진해야 할 것이다.

‘시범운영 강행 전격철회!’라는 카드가 정부의 교육개혁 의지에 상처를 주는 자존심 상하는 일일지라도 이제라도 ‘가장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기 바란다.

학교는 효율성과 경쟁을 강조하는 시장경제 중심의 ‘경제적 측면’보다는 기다림과 느림의 미학을 배우는 ‘교육적 측면’을 고려하는 인간교육의 장이어야 한다. 아무리 씨가 좋은 선진국형 교육개혁의 씨앗이라도 우리나라 학교현장의 토양에는 적합하지 않아 착근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경험도 중요하지만 모두 직접적인 경험을 할 필요는 없으며, 지금이야말로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들을 단번에 해내려고 서둘다가 실패했던 역사의 교훈을 겸허히 배워야 할 때이다. 모르면 차라리 역사에서 배워라.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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