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쟁반 노래방'

2005.11.25 21:52:00


"얘들아, 오늘 즐거운 생활 시간에는 배운 노래를 쟁반 노래방으로 계명창을 하자."
"야호, 신난다. 선생님, 몇 마디씩 해요?
"처음엔 한마디씩 부릅니다. 틀린 사람에겐 가벼운 알밤을 이마에 선물하기입니다."

우리 반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즐거운 생활 시간입니다. 복식 학급의 어려움이 드러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두 개 학년 교육과정의 정신을 살리면서도 수업 결손을 막는 일. 그러면서도 예능 과목에 대한 즐거움을 심어주는 시간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음악은 리듬과 박자 개념에 은연중에 계이름 지도까지 되어서 악보를 보는 능력을 길러 줘야 상급 학년에 가서 애로를 느끼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계명창을 즐겁게 하면서도 흥얼거리며 입안에서 자기도 모르게 계이름으로 노래를 부르게 할까 고민합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자아내게 했던 '쟁반 노래방'이었습니다. 전체 노래를 틀리지 않게 다 불러야 쟁반으로 맞지 않는 풍경이 익살스러웠습니다.

나는 그 쟁반 노래방을 음악 시간에 도입하면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답니다. 1, 2학년 노래를 차례로 배운 다음 계이름으로 익힙니다. 그 다음에는 쟁반 노래방으로 들어갑니다. 아이들은 자기 차례에 틀리지 않으려고 열심히 책을 보고 계이름으로 노래를 부르게 됩니다. 물론 책에다 계이름을 적지 않고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힘들어 합니다.

자기 차례에 틀리거나 박자를 놓치면 이마통에 '알밤까기'를 날리게 됩니다. 그 대신 아프게 하지 않으며 웃으며 받아 줄 수 있는 정도로 알밤까기를 합니다. 그 때마다 웃는 아이들도 즐겁고 덕분에 빨리 외우는 아이들도 스스로 놀라곤 합니다.

공부란 즐거워야 한다는 기본 명제를 깔고 의도된 학습 목표까지 이루며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이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랍니다. 그렇게 계이름을 외운 다음에는 쉬는 시간이나 과제로 각자 멜로디언을 이용하여 가락을 연습하게 합니다. 놀랍게도 아이들은 금방 악기를 다루게 됩니다.

오늘은 음악에 취미가 있어서 1학년 아이들보다 먼저 외우고 악기를 다룬 2학년 나라가 피아노를 이용하여 가락을 연주합니다. 나는 지휘자가 되어 아이들의 쟁반노래방을 이끌어 가며 참 즐겁게 공부를 했답니다.

1학년 동생들을 노래시키면서 처음으로 반주자가 된 2학년 나라도 매우 즐거워 하고 계이름을 외우며 다른 친구에게 알밤을 맞지 않으려고 뚫어지게 악보를 보며 자기 차례가 되면 큰 소리로 계이름을 외우느라 상기된 아이들의 표정도 압권입니다.

바이올린을 전교생이 배우면서 악보를 보는 능력도 빨라지고 거기다가 전교생에게 멜로디언을 사 주어서 건반 악기를 배우지 못하는 아쉬움까지 해결하고 있는 음악 시간을 참 좋아한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일은 아름다운 정서를 갖게 하는데 스스로 악기를 다루면 그 기쁨은 배가 됩니다.

이제는 배운 노래는 뭐든지 멜로디언으로 외워서 칠 줄 알게 된 꼬마 음악들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 지 모릅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큼 소중한 재산이 어디 있을까요? 즐거움과 자신감으로 날마다 새로운 지식의 장을 열다 보면 어느 날엔가 지혜의 언덕도 슬기롭게 넘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쟁반 노래방을 끝내고 이번에는 악기 만들기를 하던 서효가 갑자기 중얼거립니다.
'나는 토요 휴업일이 싫은데...'
그러자 아이들도 약속이나 한듯,
"나도 싫은데..."
"왜, 싫은 거지?
"집에 있으면 재미도 없고 선생님도 볼 수 없잖아요."

12월을 준비하는 내 마음은 다시 단풍이 들고 있었습니다. 초보 1학년 담임으로서 1년 동안 시행착오를 많이 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늘 미안했는데 그래도 크게 잘못하진 않은 모양입니다. 이 꼬마들이 나를 날마다 그리움에 젖게 합니다. 그들은 모두 시인이며 천사들이기 때문입니다.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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