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학생들, 다양한 문화체험 필요

2005.12.10 14:00:00

시골 초등학교 학생들, 어릴 때부터 충분한 문화적 혜택으로 아름다운 정서와 문화 사랑의 마음을 길러 주어야 하지만 문화적 빈곤 실태를 해소하기에는 아직도 요원하다. 기껏해야 텔레비전의 각종 문화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이 전부인데 학생들이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종류도 적고 시간도 짧아서 오히려 성인 프로그램을 가족들과 함께 보는 형편이다.

자라면서 연극을 보거나 음악회를 관람하는 등 문화생활을 자주 경험해야 성인이 되어서도 문화를 사랑하는 정서가 풍부해질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어쩌면 평생 동안 단 한번도 경험해 보자 못하고 살지도 모른다. 웅장한 무대와 가슴을 쿵쿵 울려주는 생음이 어찌 텔레비전 화면이나 전자음악의 소리와 같을 수 있겠는가! 자신도 모르게 분위기에 빠져 의연해지고 심신이 빨려 들어가는 듯한 심적 체험의 기회를 자주 갖게 해야 하는데…….

본교의 현악4중주단 ‘글로리아 오케스트라’ 초청 연주회는 아름다운 정서 함양을 위한 특별한 행사였다. 강당에 모이기만 하면 온통 떠들어 대고 뛰고 야단법석을 떨던 애들이었는데 검은 단복을 입은 20여 명의 단원들 모습만 보고도 이색적이고 생소해서인지 학생들의 태도가 숙연해졌다.

‘아는 만큼만 느낀다’ 는 말이 있다. 알지 못하는 것보다는 알면 그만큼 더 많은 감동이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고 알지 못하면 느낌이 전혀 오지 않는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알지 못해도 자연스럽게 젖어드는 마음의 움직임이 있다. 오케스트라의 한곡 한곡이 연주 되는 동안 모든 학생들의 시선과 귀는 무대를 향해 있었고 연주가 끝날 때마다 우뢰와 같은 박수를 쳤다. 현악4중주, 오케스트라, 음악회 등 사전 지식이 별로 없는 어린 학생들인데도…….

“아저씨 나중에 한 번 더 오셔요.” 평상시 다른 애들보다 주의가 산만하고 학습능력이 약간 부족한 학생이다. 관람석 가장 가장자리 뒷자리 쪽에 앉아서 열심히 듣고 있던 3학년 짜리다. 연주회가 시작되기 전엔 “선생님, 학교 주소가 틀렸어요.” 리플릿에 학교 주소가 잘못 된 것을 찾아내기도 했다. ‘김제시’를 ‘완주군’으로 잘못 인쇄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의기양양하여 내게 말하기도 한 학생이었다. 연주회가 끝나고 헤어질 때 단원들의 리더에게 다가가서 다시 와 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인사를 하는 것을 본 주변의 선생님들은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린 마음이지만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으리라 생각하니 너무나 흐뭇했다.

지난 11월에는 교육청 지원으로 ‘도시문화체험’ 현장학습을 실시하였었다. 4,5,6학년 150여 명을 데리고 가까운 도시의 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 스케이팅 체험활동을 하였었다. 요즘은 시골에서도 많은 어린이들이 인라인을 타고 있지만 한번도 경험하지 않은 학생들도 무척 많은 편이었다. 뒤뚱 뒤뚱 넘어지면서도 한 두시간만에 제법 타는 모습을 보고 참 좋은 경험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시골 학생들은 열악한 환경 때문에 다양한 문화체험을 하기 어렵다. 우선 금전적 지원이 절대 필요하다. 국가에서는 가정 또는 학교에서 제공해 줄 수 없는 현장체험 특히 문화체험에 대하여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문화현장에 직접 갈 수 있게 해주거나 문화단체를 직접 초청하여 체험하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물질만능의 세태 속에서 아름다운 심성을 겸비한 아름다운 사람으로 길러내기 위해서 국가의 지속적이고 창의적인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이학구 김제 부용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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