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과 대학이 함께 사는 길을 찾자

2005.12.30 08:57:00

오늘 대학별로 정시모집 원서가 마감됨으로써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본격적인 막바지 입시열풍이 시작되었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 수능 결과나 입시제도 등에 대하여 이러쿵 저러쿵 말도 많고 떠들썩했겠지만 갑자기 불거진 황우석 교수 논란과 호남의 폭설피해, 사학법 진통 등으로 세간의 관심이 줄어 심각한 입시 문제에 대한 논란이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서울 지역 주요 대학이 1학기 수시모집을 2008학년도부터 폐지키로 결정한 것은 일선 학교 교사로서 크게 환영할 일이라고 본다. 2002년 당시 이해찬 교육부장관 시절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 갈 수 있다”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입학전형 다양화를 강조하면서 도입되었던 수시모집은 5월∼6월 사이에 뽑는 1학기 수시모집과 9월 이후에 시행되는 2학기 수시모집으로 나뉘어 올해도 전체 모집인원의 28.8%에 해당하는 학생을 선발했다.

당초 특기·적성을 고려한 신입생 우선선발의 취지로 도입되었던 이 제도가 본궤도를 탈선해 오용되고 악용되면서 지금은 제도 도입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나아가 고등학교 공교육을 심하게 훼손시키는 기형적인 제도로 변질되었음은 이미 많은 지적을 받아온 사실이다.

현행 수시1, 수시2, 정시 등 세 차례로 나뉘어 시행되는 대학입시제도는 1년 내내 입시행정에 묶어둬 시간적·물질적 비용을 증가시키면서 대학과 고교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면서 오히려 공교육 정상화에 크게 역행해 왔다. 더욱이 수험생들은 대학마다 다른 전형일정과 방법, 준비사항이 다르니 입시에 대한 정신적·물질적 부담과 시간 낭비로 학교 수업에 충실할 수 없는 폐해를 낳고 말았다.

현재의 수시모집제도는 일부 몇 안 되는 상위대학의 우수학생 선점의 도구로 전락했을 뿐 아니라 높은 경쟁률로 인한 막대한 전형료를 챙기는 기회로 악용됨으로써 대학별 빈익빈 부익부 현상까지 고착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여기에다 어쩔 수 없이 고등학교에는 상위권 대학이나 인기학과에 많이 합격시키려는 과열 경쟁으로 본래의 도입 취지였던 특기·적성을 살리는 목적은커녕 고교 3학년의 교육과정을 일년 내내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면서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하는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대도시의 상위권 대학은 어떠한 입시정책이 결정되어도 결코 망하지 않는다는 세간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동안 교육부의 입시정책은 소수의 상위권 대학의 이해관계에 맞게 결정된다는 오해를 면하기 어렵다.

차제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가져온 수시모집 자체를 아예 폐지하거나 대신 수능시험을 조금 앞당겨서 실시한 뒤 그 이후에 본격적인 대학 입시가 시작되도록 함으로써 고교 교육과정 운영의 파행을 최소화하는 등 공교육과 대학이 함께 사는 적극적인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라도 교육부는 수도권 등 중앙 여론에만 의존하여 여건이 좋은 수도권 대학과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방대학 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키지 말고 지방에서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와 공교육의 입장을 깊이 헤아리는 교육정책을 펼치길 바란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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