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의 소중한 글, 학교문집에

2005.12.30 10:22:00


요즈음 대부분의 학교는 일년에 한 번 정도 문집을 내는 것으로 안다. 문집을 내는데 많은 예산이 소요되지만 그만큼 아이들에게 추억으로 남는 중요한 일이기에 학교에서도 이에 많은 관심을 두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리포터도 20년 전 문집을 담당하여 추진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는 종이의 질도 좋지 않았고 컴퓨터가 없던 시절이어서 아이들의 글을 모아 문집을 편집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차가 없던 시절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면서 인쇄소를 몇 번이고 찾아서 오타를 수정하거나 맞춤법을 교정하곤 하였다. 더구나 문집을 만드는데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을 학교에서 감당할 길 없어 지역유지나 동창회의 도움으로 문집을 펴내기도 하였다. 요즈음은 컴퓨터나 인쇄기술의 발전으로 문집을 만드는 일이 다소 간편해진 듯 하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그동안 근무했던 학교와 학교문집을 내는데 있어서 차이가 있다. 그것은 모든 어린이들의 글을 싣는 것이다. 학생수가 많다 보면 모든 아이들의 글을 한정된 페이지에 모두 실을 수가 없다. 그러니 일기, 독후감, 동시, 기행문, 기록문 등으로 나누어 각 학급마다 나누어서 한두 편씩 내게 된다. 그동안 근무했었던 학교에서는 담임한 아이들의 글 중에 너무나 좋은 글이 많은데 그 중 한 두 편만 문집에 싣게 되는 것이 무척 안타깝기까지 하였다.

오늘 그동안 위즈클래스 학급홈페이지 자료실에 올렸던 아이들의 글 중에서 문집에 실을 글을 뽑아 보았다. 제목만 보아도 아이들의 예쁜 마음들이 보이는 것 같다. 사물에 관심이 많은 용석이가 쓴 동시 ‘고추잠자리’, 컴퓨터 실력이 좋은 승환이가 멋진 컷을 넣어 쓴 ‘은행잎’, 선생님과 함께 모범조에 뽑혀서 코엑스에 다녀와 연경이가 쓴 ‘서울국제문구전시회’를 다녀와서, 사진작가인 할머니를 따라 중국을 3박 4일간 다녀와서 쓴 ‘중국여행기’, 게임을 하다가 경품에 당첨되어 덕분에 아버지와 함께 4박 5일간 유럽에 다녀와서 쓴 ‘유럽여행기’, 조용한 성격의 주현이가 가을에 바람과 벼가 대화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쓴 ‘바람과 벼’, 매우 감성적인 진주가 쓴 동시 ‘낙엽’ 과 독후감 ‘분홍색카드’ 를 읽고, 장난기가 무척 많은 성천이가 쓴 독후감 ‘40명의 도둑과 알라딘’을 읽고, 무척이나 글쓰기를 싫어하지만 선생님이 준 크리스마스 선물이 너무나 좋아서 기분 좋게 몇 자 적은 ‘크리스마스 선물’......

이렇게 소중한 글을 하나하나 정리하다가 보니 어느새 아이들의 마음이 내 마음에 들어와 맑고 깨끗한 마음이 되어 그동안 찌들었던 마음을 정화시켜주었다. 내년 2월이면 모두가 한권씩 가지게 되는 ‘갈매아이들’이란 학교문집이 탄생된다. 이 얼마나 귀한 일일까? 학교문집으로 자기 자신과 친구들, 선후배, 또 선생님의 글들을 오랫동안 보존하면서 아름다운 정을 늘 간직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은실 가능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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