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음악회

2006.01.26 09:57:00

딸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유달리 음악에 관심이 많아 피아노 치기를 좋아하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었다. 아무래도 음악적인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나름대로 노력한 데 기인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아이가 어렸을 때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인터뷰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언제부터 피아노 치는 것이 좋은가 물으니 대성하려는 마음을 먹는다면 5세 때 시작하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딸아이가 5세 되기를 기다려 드디어 5세 되던 날 갓 잠에서 깨어난 아이를 업고 대망의 꿈을 안은 채 피아노 학원 대문을 노크했던 웃지 못 할 일도 있다. 그 뿐인가? 결혼도 하지 않았던 시절 만약에 딸을 낳으면 꼭 피아노 공부를 시키려고 학교에 찾아 온 외판원에게 바이엘 - 체르니 50번까지 테이프와 소나티네 테이프를 사 놓았으니.(그 귀중한 테이프를 딸아이가 2살 때 모두 풀어 망가뜨렸다.)

어느 날 초등학교에 다니던 딸이 “엄마, 그림 보세요. 선생님이 잘 그렸다고 칭찬해 주셨어요.” 하면서 그림 그린 것을 보여 준다. 얼른 보니 한적한 바닷가 모래 변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그리고 모래밭에 무대를 만들어 커튼을 살짝 열어놓고 예쁜 드레스를 입은 어떤 한 소녀가 커다란 피아노 앞에 앉아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그림이었다. 알고 본 즉 선생님께서 장래 희망을 그리라고 했는데 자신은 피아니스트가 될 것인데 대도시 화려한 무대에서 피아노를 치지 않고 음악을 잘 들어보지 못하는 섬마을 사람들을 찾아가서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는 그런 사람이 되겠다고 그런 그림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순간 놀랍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느냐고 물으니 엄마가 이 다음에 크면 무엇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하라고 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세월이 많이 흘러 까마득히 그 일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오늘 그 일을 떠올리는 일이 있었다. 아침에 서울시향 정명훈 상임지휘자가 나와서 인터뷰를 하는데 사람들이 찾아오는 음악회도 좋지만 시민을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고자 한다는 내용이었다. 1월에 열리는 ‘신년음악축제’에 모두 7회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데, 그 중 4회가 구민을 위한 공연이고 4월에는 서대문 문화체육회관, 7월에는 광진구 나루아트센터 등 자치구 구민들을 위한 공연이며 병원 및·복지시설 등을 찾아가는 시민공연을 통해 클래식 음악이 시민들과 좀 더 친숙해 질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하였다.

여러 가지 생활환경이나 지역여건 등으로 인해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 등 대규모 공연장을 찾을 엄두도 못내는 사람들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TV자료화면을 보니 음악회가 끝나고 나오는 남녀노소, 각계각층 사람들의 얼굴에는 아직도 수준 높은 클래식의 감동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저마다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린아이에서부터 동네 아주머니, 소아암을 앓고 있는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정성껏 사인을 해주며 사진도 함께 찍는 등 지체 높은 세계적인 명지휘자 정명훈의 명칭보다는 진정 대한민국 인으로 다정한 이웃으로 다가가기를 원하는 그 분의 낮아지고 겸손한 마음 안에서 켜진 등불이 우리 사회 곳곳에 어둔 곳을 비춰주는 밝은 빛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이러한 공연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문화수준이 업그레이드되며 평생교육 측면에서도 큰 전환점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은실 가능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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