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학급경영을 되돌아보며

2006.02.09 12:57:00


2005학년도에 학급을 맡으며 그동안 해왔던 학급경영과는 조금 다른 방법을 적용했었다. 새로 발령받은 학교는 한 학년에 한 학급이었고 학급인원도 20명 미만의 소수인원에 여자어린이는 5명 남자어린이는 14명으로 성비 불균형이 심각했다. 학부모님들께서는 대부분 함께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었으며 지역적으로 문화적인 혜택이나 다양한 정보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었다.

자연히 내성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많았고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교사에게나 친구들에게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못했다. 맞벌이로 인한 가정교육 부재로 언행이나 예절이 바르지 못하며 정리정돈이나 청결상태에 신경을 전혀 쓰지 않는 어린이들이 많았고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많은 관계로 남자어린이들은 여자어린이들을 놀리거나 때리며 작은 일을 가지고도 싸우는 일이 비일비재 하였다. 인근에 학원이 없어서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는 아이들을 배려하여 학교에서는 피아노, 영어, 컴퓨터 등의 특기적성 교육을 위한 준비를 잘 갖추고 있는 편이었으나 학부모들의 무관심으로 참여하는 어린이들이 드물었다.

학교와 학급, 지역 실정을 하나, 둘 체득해 가는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며 다소 부정적인 경향이 짙은 아이들을 위하여 학급의 여러 다양한 행사에 아이들을 참여시키는 것은 필수적이었다. ,

1. 학예회
3월 학급을 맡으며 어린이들에게 매월 목요일 6교시에 우리 반만의 계발활동시간을 설정하여 3학년인 학급 어린이들에게 알토리코더를 지도하였다. 소프라노 악기와 병행하여 지도하였는데 주 1회 소프라노와 알토리코더로 간단한 2중주곡을 점차 익혀 나갔다. 개별지도를 통하여 학급 전체 어린이 모두 리코더 주법을 모두 다 익혀 박자와 독보력에 악간의 개인차를 보였을 뿐 연주 실력이 점차 향상되어갔다. 드디어 5월 학예회 때 부릉부릉 마차, 위풍당당, 대장금 등의 리코더 연주를 익숙하게 하여 많은 박수를 받으며 자신감을 키워 나갔고 또 창작극 ‘할아버지의 시계’를 아역 탤런트들 못지않게 멋지게 해내었다.

2. For 준혁!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하여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학기 초부터 늘 불협화음을 일으켰으며 개선의 여지가 없던 준혁이에 대하여 드디어 한 달 동안 ‘For 준혁!’ 을 선포하였다. 교실의 6곳에 For 준혁!이라고 쓴 팻말을 붙였다. 매일 준혁이에게 관심을 갖고 자신이 준혁이를 위하여 그 날 해 주었던 일을 공책에 적어 나가는 것이다. 이 일은 준혁이에게 하나의 획기적인 일이 되었다. 지금 준혁이는 너무나 학급에 적응을 잘 하고 있고 그 후 다른 모든 교사들이 신기해 할 정도로 일반아이들과 똑 같이 학습과 생활을 해왔다.

3. 준희의 전학
우리 학교는 1학년 때 학급이 이루어지면 6학년 졸업할 때까지 변동사항 없이 줄 곧 같은 반을 하게 된다. 그런데 작년 9월 준희가 전학을 가게된 것이다. 학급의 모든 어린이들은 서운한 마음을 어찌 표현할 바를 몰랐고 송별회를 하기로 하였다. 준희의 송별회 날, 모든 어린이들은 준희에게 줄 선물을 가지고 왔고 교사는 케이크를 준비하였다. 준희는 눈물을 보였고 모두 준희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헤어짐을 아쉬워하였다. 지금도 준희와 준희 어머니는 학급홈페이지 게시판에 자주 들어와 그 곳의 소식을 전해주며 서로 글을 주고받고 있다.

4. 매월 열리는 생일잔치
생일잔치를 하는 어린이들은 그 날 하루 주인공이 되어 친구들의 생일 축하노래를 들으며 e-카드와 친구들의 선물도 받는다. 교사는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학급 홈페이지에 올린다. 그러면 축하를 받은 어린이들은 고맙다는 글을 올린다. 간단하고 작은 행사이지만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행사이다.

5. 매월 열리는 모범 조 이벤트
아이들에게 보상은 동기유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지역적으로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하기 힘든 점을 고려하여 현장체험학습위주의 보상을 실시하였다. 그 예를 들면 화랑대 육사현장학습, 서울과학관의 아인슈타인전, 어린이날 부대행사참가, 코엑스 서울국제문구전시회, 크리스마스 페스티발 참가, 파이프오르간연주회 참석(실시 바로 전 시아버님 위독 전화 받고 취소), 롯데월드 놀이공원 가기 및 교내에서 열린 미니올림픽 등이 그것이다.

6. 매월 모둠 및 짝 바꾸기
학습과 관련하여 매월 모둠 및 짝 바꾸기는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행사 중의 하나! 예를 들면 설날 등의 절기와 하는 일, 옛날 물건과 오늘날의 물건 짝짓기, 같은 도형끼리 모이기 등으로 짝 바꾸는 전날 교사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이렇게 바꾸니 모둠이나 짝에 대하여 아이들은 일체 다른 말을 하지 않고 한 달 내내 잘 생활하였다.

7. 한자 6급 자격시험 도전
틈틈이 익혔던 한자를 정리하여 익힌 다음 한자 6급 시험에 도전했던 일은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일이 될 것이다. 모두 10명이 참가하여 3명만이 6급 자격증을 따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였지만 경험이란 귀한 보물을 얻었을 것이다. 세 명 중 한 명은 성적우수상까지 타서 기쁨을 주었고 두 명의 어린이는 아까운 점수로 합격하지 못하였다. 그 외 어린이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백분 발휘하지 못함을 후에 깨닫고 후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후로 차기 한자급수 자격시험을 꼭 보도록 지도하며 계속 독려 하에 있다.

8. 학급문집 CD 및 나의 마음 나의 노래
아이들 자신이 일년 동안 만들었던 여러 가지 작품, 글 등이 가득히 모아져 있는 나의 마음 나의 노래, 사진이 가득 들어있는 학급문집 CD는 아이들이 평생 간직하는 너무나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요즈음 학급문집 CD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이들에게 정말 멋진 CD를 선물하고 싶다.

여러 가지 학급행사를 실시하며 지내온 날들이 아득히 여겨진다. 모둠 짝 바꾸기를 실시하던 첫 날, 사전 준비를 못하여 노래하면서 빙글빙글 아이들을 돌게 하다가 여자 어린이 한명, 남자 어린이 3명 짝짓는 놀이를 하였는데 모둠이 잘 못 이루어졌다고 불평하는 아이 어머니가 항의 하는 글을 홈페이지에 띄워 3월부터 당황 했던 일, 아이들을 태우고 모범 조 이벤트 행사를 위해 가다가 아이들이 차에서 소리 지르고 풀쩍 풀쩍 뛰는 바람에 차가 휘청거려 사고의 위험이 있었던 일, 또 뜨거운 떡볶이를 차에서 먹다가 엷은 화상을 입어 집에 데려와서 찜질하느라 고생하며 부모님께 가서 백배 사죄 했던 일과 차 시트가 엉망이 된 일, 서울국립과학관 견학을 갔는데 마침 아인슈타인특별전을 하고 있어서 모범 조 4명의 아이들에게 아인슈타인 특별전을 관람하도록 해 주고 싶어서 입장료 500원을 예상하고 갔다가 일인당 6,000원, 어른 10,000원의 도합 34,000원을 입장료를 내고 ‘아인슈타인특별전’과 서울 국립과학관을 함께 관람하였던 일, 작년 크리스마스를 즈음하여 일기장과 독서록 및 백두산 달리기 등을 점수화 하여 롯데월드 가는 아동 네 명을 선정하였을 때 H가 너무나 가고 싶었던 나머지 점수를 허위로 계산하여 결국 다녀왔는데 우연찮은 기회에 밝혀진 일, 파이프 오르간연주회 참석차 모범 조를 토요일 오후 2시에 모아 막 출발하려는데 시아버님의 위독 전화를 받고 모든 것 취소하고 경주 시댁으로 출발했던 일 등 일일이 다 기록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제 아이들과 일주일여 생활을 남겨두고 있다. 세월이 지나가도 아이들과 있었던 이 많은 일들이 잊혀지지 않고 언제나 마음속에 살아 있을 것이다.
이은실 가능초등학교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