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에게 받은 따뜻한 선물

2006.02.19 14:14:00


교사들에게 2월은 어떤 달일까? 무엇인가 다 채워졌다는 느낌보다는 부족하거나 덜 익은 것 같으며 어떤 물건을 잡으려고 하는데 손에 닿지 않고 한 치 정도 차로 자꾸만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랄까?

매일 6시간 이상 함께 생활하며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던 아이들과 헤어짐과 동시에 정든 교사들과도 이별하는 달이며 새로 맞게 될 학년에 대한 막연함과 기대, 또한 어느 곳에서 오실지 모르는 새로운 교사들에 대한 궁금함과 기대 등으로 일년 중 가장 마음이 허전하고 뒤숭숭한 달이 2월인 것이다.

종업식이 끝나고 아이들이 모두 돌아가고 난 뒤 교실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일년간 정들었던 교실도 이별해야 하니 정리정돈을 제대로 하고 물려줄 준비를 하기 위해서이다. 부산하게 손을 움직이는데 교실 문이 열리면서 교무부장님께서 들어오셨다. 손에는 예쁘게 포장된 선물이 들려 있었다.

6학급 교무업무의 일이 워낙 바쁘신지라 옆 교실인데 불구하고 그동안 이야기도 얼마 나누지 못하였다. 교무부장선생님께서 바쁘신 것은 당연한 일인 양, 그동안 수고하신다는 말씀도 변변히 못 드렸는데 교무부장선생님께서는 “그동안 여러모로 고마웠어요. 이 선생님과 만난지 일 년밖에 안 되었는데 헤어지려니 너무나 섭섭해요. 송별회 때 만날 시간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여유롭게 전해 줄 시간이 없을 듯 하여 작은 선물을 준비했어요.” 하시면서 선물을 내미셨다.

"교무부장선생님, 그동안 너무나 애쓰셨어요. 별로 일을 도와드리지도 못하였는데 이렇게 선물까지 주시다니요. 제가 먼저 선물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교무부장선생님께서 교실을 나가신 뒤 포장지를 열어보았다. 너무나 예쁘고 고급스러운 실크 머플러였다. 거울 앞에서 머플러를 둘러보니 입고 온 옷과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책꽂이에 쌓인 먼지를 털며 게시판에 붙어 있는 전시물을 떼어내고 있었는데 조금 후에 또 문이 열리더니 김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우리학교에 첫 발령을 받아 3년 동안 근무하시다가 이번에 다른 시 군에 있는 학교로 가시기 위해 발령 대기 중인 선생님이셨다.

“선생님, 그동안 선생님께 여러모로 감사했어요. 어디 가더라도 잊지 않을게요.”하고 내미는 손에는 향내가 물씬 풍기는 한지봉투와 선물이 들려있었다. 선배로서 먼저 준비하지 못한 미안한 감에 어렵게 선물을 받고 편지를 읽어보았다.

편지에는 “.......작은 일, 작은 업무라도 정성과 열정을 아끼지 않으셨던 선생님, 아이들을 지도하시는 것에 최선을 다하시던 모습이 정말 큰 도전이 되었답니다. 선생님을 통해 기쁘게 살아가는 모습의 진지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선배로서 주셨던 충고와 조언들을 가슴에 새겨 모나고 부족한 것 투성이인 나약한 존재지만 더욱 넉넉한 마음을 가진 큰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사회생활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사람과의 관계지만 그래도 희망의 근원은 바로 사랑이 아닌가 싶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을 감사하며 행복한 기억으로 길이 간직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라고 적혀있었고 전통 향과 향꽂이가 함께 들어 있었다.

머플러 만큼 따뜻한 마음과 전통 향만큼 향기로운 마음에 감동하여 책상위에 머플러와 향을 놓고 사진을 찍었다. 교무부장선생님과 김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이은실 가능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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