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캐럴-‘루돌프 사슴 코’를 듣다가 불현듯 교육 현장이야말로 산타와 같은 교사와 학부모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원래 이 노래 가사는 로버트 메이의 ‘빨간 코 루돌프(1938)’라는 미국 동화에서 유래한다. 당시 저자의 아내는 암 투병 중이었다고 한다. 다른 엄마들과 달리 매일 병상에만 누워있는 엄마 때문에 그의 어린 딸 바바라는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메이는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바탕으로 이 동화를 지었다고 한다. 반짝거리는 빨간 코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따돌림 받던 루돌프 사슴이 그 빨간 코 덕분에 안개 낀 성탄절 날 산타의 썰매를 끌게 되었고, 결국 친구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는 아빠의 이야기는 딸에게 용기와 자긍심을 심어 주었다. 그리고 ‘남들과 다른 것은 나쁜 게 아니라 특별한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주었다.
캐럴에 등장하는 산타는 교육적으로 중요한 점을 시사하고 있다. 남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소위 왕따 시키는 또래문화의 부정적 기능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빨간 코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단점이나 놀림감에 불과한 것에 대해 적정한 역할을 찾아주면 남이 부러워하는 장점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교육적 노력에 의해 결점이나 단점으로 여겨지던 것들이 장점으로 바꿔지는 ‘루돌프 효과(Rudolph effect)’야 말로 잠재적 능력의 발현이라는 본래적 교육목적 실현을 위해 가장 요구되는 기능이라 하겠으며 교사들의 제일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된다.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에서 BBC 카메라 기자인 ‘흑인’ 여성 마크라는 다음과 같은 어머니의 한 마디 가르침 때문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네가 누구인지 숨기려고 하지마라. 네가 숨기려고 하는 날이 네가 죽는 날이다. 똑바로 서서 밝게 웃어라. 그래서 어떤 비밀이 너를 그렇게 웃게 만드는지 사람들이 궁금해지게 만들어라.’
요즘 대학별 합격자 발표가 진행되면서 많은 아이들이 실망과 좌절을 겪고 있다. 그러나 고교 졸업자의 80% 정도가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남들처럼 무작정 대학에 들어가고 보자는 외길 선택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학 진학은 삶의 한 단계에 불과할 뿐이다. 이번의 실패로 외톨이 루돌프 사슴처럼 풀죽어 있을 아이들에게 산타와 같은 지혜로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 남다른 선택을 통하여 실제 4년 후에는 산타보다 더 멋진 자신만의 눈썰매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주고 싶다.
공부가 제일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에 대해 똑바로 서서 밝게 웃을 수 있으며, 남들과 다른 것은 특별한 것이라 깨닫도록 바바라의 아버지나 마크라의 어머니처럼 우리 아이들을 가르칠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