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이 시작 되었다. 두 명의 후배와 카풀을 하고 있는데 모두 학년초여서 그런지 매일 ‘힘들다’고 노래 부르며 다닌다. 학교의 학년초는 너무 바쁘다.
“선생님, 얘들 데리고 그냥 조용히 공부만 가르치고 싶어요. 그러면 학력도 향상시키고 열심히 교재 연구해서 재미있게 수업도 잘할 것 같아요”
“그래? 그래도 교육과정계획이나 학생들을 위한 교육활동 계획은 우리가 할일인데 할 수 없지.”
대답했지만 정말 일이 많아 힘들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가장 급한 게 학급 교육과정 운영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1년 동안 교육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교사들은 학교 교육계획이 나오기가 무섭게 학급교육계획을 세우는데, 특히 시간운영계획은 각종 학교 행사와 교과전담교사의 순방일과 이웃학교와의 통합교육활동 등을 생각하며 잘 짜야 하는데 엉킨 실타래 풀기처럼 복잡하다.
학급교육과정 운영계획은 사실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모두 짜여져야 한다. 그러나 교육의 전체적인 시스템이나 학교체제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3월초 수업이 이미 시작되고 있는데 계획을 세우느라고 난리다.
그런데 교육과정 운영계획을 세울 때마다 1년동안 아이들과 해야 할 일과 행사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 교육계획은 도교육청의 교육과정관리지침과 지역교육청의 장학관리지침을 분석하여 학교의 실정에 맞는 교육계획을 세워야 하고 이때 도교육청이나 지역교육청이 요구하는 필수 교육활동이 있게 마련이다. 또 거기에 나름대로 학교특색 교육활동과 각계에서 요구하는 계획까지... 그러다 보면 교과교육활동 이외에 해야 할 학교행사가 엄청나게 늘어난다.
그런데 학생들과 연관된 각종 학교의 행사나 할일이라는 게 하나하나 짚어보면 모두가 다 꼭 필요한 듯하고 교육적 효과를 기대해 볼만한 것들이다.
문제는 그렇게 많은 행사나 일을 하다보면 교과교육과정 시간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는 거다. 행사의 양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어떤 행사 하나를 치루기 위해는 계획과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교과시간이 침해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2006학년도부터 주5일제 수업을 한달에 2번 시행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연간 수업시수 충족에 부담을 주어왔던 연간 학교행사를 시간 면에서나 내용면에서 가다듬고 줄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행사나 일은 줄이지 않고 수업일수와 시간만 줄여 놓으니 허덕거릴 수밖에 없다. 앞으로 주5일 수업이 전면적으로 시행되면 지금처럼 많은 학교 행사를 하면서 학교 교육과정을 정상적 운영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므로 그동안 학교에서 이루어져 오던 행사들을 대폭적으로 줄이고 정선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교육적 효율성이 떨어지는 운동회 총연습이나 졸업식 예행연습 등은 폐지할 수도 있고, 체험학습, 과학행사, 백일장, 각종대회, 공모, 수련활동, 유적답사활동 등은 관련 교과활동과 연결시켜 수업시수로 인정하고 기존의 수업내용을 줄여주는 방법도 고려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