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3월도 마지막으로 가는 주말이었다. 학교에서 만드는 [창의 학습장]의 원고를 마감 전에 맞추어 주어야 하기 때문에 한창 정신없이 키판을 두들기고 있을 때였다. 업무에 바빠서 정신이 없는 나에게 요란한 전화 벨소리가 어서 받으라고 독촉을 한다.
"감사합니다. 용정초등학교 교감입니다."
미쳐 용건을 묻기도 전에 저쪽에서 기관총처럼 울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었다.
"교감 선생님, 제 1학년 학부모인데요. 오늘 아이가 시간표를 가지고 왔는데에, 즐거운 시간이 7시간이나 되네요? 이거 맞는 거예요?"
사뭇 시비조인 것이 자신이 무엇인가 잘 못 알고 있으면서도 일단 따지겠다는 것이었다.
'아, 이거 또 무언가 따지겠다는 건데 왜 이러시나?'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 일단 말을 들어주어 보아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계속 이야기를 듣기로 하였다.
"그렇습니까? 왜 그게 뭐 잘 못 되었나요?"
"그럼요. 어떻게 즐거운 생활이 7시간이나 되요. 선생님이 공부는 시키지 않고 놀자고 하는 게 아니겠어요?"
"글쎄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안 되는 거죠. 왜 그랬을까요?"
"아무래도 선생님이 먹고 놀자고 생각하신 게 아닐까요?"
"어디 선생님이 시간표까지 마음대로 고쳐 놓고 공부는 안 시키고 놀자고 할 수가 있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즐거운 시간이 7시간이나 되죠?"
"글쎄요. 어머니 초등학교 공부 안 하셨습니까? 시간표도 못 짜는 선생님이 계실까요?"
"그렇지 않고 어떻게 이런 시간표를 짜요?"
"어머니, 그럼 초등학교 다닐 적에 음악시간은 몇 시간이었죠?"
"그거야 두 시간이죠."
"그럼 미술시간은 몇 시간이고 체육시간은 몇 시간이었죠?"
"미술은... 두 시간이고, 체육이 세 시간이었죠."
"어머니 그럼 모두 몇 시간이죠?"
"아, 그런 거예요?"
"예, 즐거운 생활은 어린아이들에게 나누어서 가르치기보다는 이렇게 세 교과를 연계시켜서 노래하면서 그림 그리고, 춤추고 노래하는 그런 시간으로 하는 거예요. 설마 선생님이 시간 수도 모르고 시간표를 짰으리라 생각하셨어요?"
"아유, 미안합니다."
"짤깍"
이렇게 전화는 끊어지고 말았다. 우리 어머니들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담임이 시간표를 짜면서 놀고 싶어서 즐거운 생활 시간을 더 짜 넣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님이 있는 한 어떻게 선생님이 하는 일을 믿으며, 그런 선생님에게 어떻게 자녀를 맡길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