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그리고 일

2006.04.22 09:08:00

교직에 있지 않은 사람들은 학교 교사는 아이들만 가르치면 되는 줄 안다. 그러나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절대 아니다. 또 학교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아이들이 잠시 거쳐 가는 곳이 아니라 지금 현재 아이들의 생활공간이고 아이들의 삶 자체일수도 있다. 그러므로 학교는 최상의 공간 이어야하고 때로는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정서적인 공간이어야 한다. 또 학교에서 교사는 지식과 지혜를 인도하는 선생이기도 하고 부모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지적인 성숙을 위해 부단히 가르칠 뿐만 아니라 신변을 보호하고 정서적인 안정까지 도모해 주어야 한다.

내가 맡은 아이들이 소인수 학급이라 6명밖에 안된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얼마나 쉽고 편하겠느냐고 부러워한다. 그러나 정작 그렇지 못한 나는 할말이 없다. 그리고 아이들 6명밖에 안 가르치면서 나는 도대체 왜 매일 바쁜가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40명 안팎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생활지도를 하고 학급관리를 하게 되면 6명보다 몇 배나 더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6명이라고 하여 가르칠 내용을 빼먹거나 건너 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가르치며 해야 할 말은 40명의 학급이나 6명의 학급이나 다 똑같이 하면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거쳐 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6명을 60명같이 가르치는 자세를 유지하고자 한다.

또 좀 다른 면에서 학교의 일을 견주어 보면 학급수가 많은 학교와 학급수가 적은 학교와 일을 비교해 볼 때 학교가 작다고 해서 할일을 빼먹거나 건너뛰는 일은 절대 없다. 규모가 작은 학교도 큰 학교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학교를 운영하게 된다. 그러므로 오히려 몇 안 되는 교사들이 큰 학교에서는 여러 사람이 나눠 할 일을 도맡아 하게 되므로 교사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일의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니다. 내가 6명밖에 안 가르치며 이렇게 바쁜 이유는 그것만은 절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도대체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거나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머리를 한 번이라도 더 쓰다듬어 줄 수 없는 이유를 찾아봐야겠다. 게으르거나 아이들에게 마음이 가 닿지 않는 무심한 교사인지 반성하면서.
김용숙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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