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무원들은 정말 사법시험에 못지 않은 경쟁을 뚫고 들어온 경쟁력을 갖춘 인재들이라는 데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보통 세 자릿수의 경쟁률이라면 가히 짐작이 될 만한 상황이 아닌가? 일반 행정 쪽이나 교사들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전문직은 물론 일반직도 높은 경쟁을 통해 뽑힌 사람들이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행정기관에 가서 일을 보다보면 왜 이렇게 모르고 있을까 싶을 만큼 답답한 적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공무원들에게 물어 보면 대부분이 "지난해에는 다른 업무를 보다가 금년에 새로 맡은 일이라서 아직 파악이 되지 않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즘 공무원 사회에서 사무분장에 대해서 군대에서 하는 사수, 조수제도와 같이 업무를 배우는 시기와 담당하는 기간으로 나누어서 일을 익숙하게 한 다음에 주무를 맡도록 배치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싶다.
흔히 요즘 하는 말로 멘토와 멘티로 정해서 내년에 주무를 맡을 사람이 금년 일년 동안은 주무의 일을 도우면서 일의 전후와 처리 방식이나 법률적인 문제 등을 익힌 다음에 주무를 맡아서 2년 정도 주무자로 일을 한다면 당연히 요즘처럼 답답한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며, 일의 처리 또한 순조롭고, 잘 못 처리하여 말썽이 나거나 문제가 생기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싶다.
난 교직에 근무를 하던 사람인데 초등학교 담임은 해마다 다른 학년을 맡으면 무려 10개 교과나 되는 다른 교과서와 그리고 다른 업무까지 모두 새로운 업무에다가 새로운 어린이들까지 학년초엔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 70년대 초에 근무하던 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3연임운동을 벌이셨었다. 학년과 담당 사무와 그리고 교실까지 모두 같은 것을 맡게 한 것이었다. 그러면 새 학년이 되어도 달라진 것은 오직 자기가 맡은 어린이들만 달라지는 것이다.
이 정도가 되면 새 학년이 되어도 교실 환경정리 따로 할 필요 없고, 맡은 사무 역시 작년 기준으로 가감만 하면 되니까 큰 일이 아니다. 더구나 교과서는 지난해 했던 것을 다시 가르치게 되니까 거의 교재연구를 못하여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내용을 잘 알게 되니 당연히 지도에 능숙해지게 마련이다. 이렇게 3년간을 하게 되면 이 사람은 적어도 한 가지 담당 업무와 학년에 대해서는 거의 능통하게 되어 버리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행정기관에서는 민원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1년이 되면 다른 부서로 바꾸어 버리는데, 민원인의 입장에서 보면 담당자가 일단 한 건의 사고를 치고 나면 다른 부서로 옮겨 버리고 만다는 비평들을 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허가 같은 것이 부당하다고 항의를 하다보면 허가 과정을 담당했던 사람은 이미 다른 부서로 옮겨 버리고 후임자는 "저는 잘 모르는 일인데요. 전임자가 한 일이라서 왜 그랬는지 알 수가 없군요."하고 얼버무리면 민원인으로서는 이미 엎질러진 물을 돌이킬 수 없다는 딱한 처지가 되어서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장기적인 민원을 야기 시키게 된다.
그러니까 한 건하고 나면 다른 부서로 옮겨 버린다는 욕을 먹게 되는 것이다. 행정 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런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었으면 행정적인 낭비도 적어지고 능률도 오르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교사들도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연임제도 같은 것을 활용하면 훨씬 더 효과적인 업무처리가 될수 있다는 것을 각 학교에서 적극 활용한다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