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녕?˝

2006.07.17 16:27:00


'혹시, 누가 학교 업어갈까, 학교 훔쳐갈까?' 학교 걱정에 노심초사하는 사람은 이런 쓸데없는 걱정까지 합니다. 오늘같이 집중호우가 내릴 때는 '학교 떠내려갈까' 걱정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흔히 이런 충고를 합니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학교는 그대로 있다고…."

그러나 교감·교장이 되면 노심초사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나 봅니다. 교장 자격 연수를 받고 있지만 매주 토요일은 학교로 출근합니다. 학교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출근하기가 무섭게 교장실에 들려 1주일간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교장과 대화를 나눕니다. 그래야 마음이 편안합니다.

학교가 승용차로 5분 거리에 있으니 무슨 일만 있으면 쉽게 학교로 달려 갑니다.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도 으례 학교를 한번 방문하는 것이 습관화되었습니다. 용역회사에서 나온 당직자는 아무래도 귀찮겠지요. 그러나 학교 방문의 목적이 당직자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교감을 기꺼이 맞아줍니다.

경기도 전역에 호우경보가 내린 오늘 오전, 학교를 찾았습니다. 억수 같이 쏟아지는 장대비에 학교가 걱정이 되어서 입니다. 학교 위치가 높은 곳에 있어서, 배수로가 잘 정비되어 운동장 물빠짐이 원활하고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그러나 건물의 물 홈통에서 내려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그 양의 '엄청남'을 보니 자연재해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농구 체육관을 들르니 우리 학교 농구 선수들이 자유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텃밭에 가니 방울 토마토는 무게를 못 이겨 기울어져 있고 고추는 싱싱한 열매를 매달고 빗줄기를 즐기고 있습니다. 능소화는 꽃을 활짝 피운 채 덩굴이 아래로 늘어져 있습니다. 학교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입니다. 오늘밤, 비가 더 쏟아지면 한 번 더 와 봐아야겠지요.

자격 연수 중, 강사로 나온 모 중학교 교장 선생님은 "교육감과 교원노조와의 단체협약 때문에 방학 때 근무조 인원을 최소화하여 하루 1명만 출근하는 학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소식은 교육에 대한 걱정거리를 한가지 더하여 주지만 그래도 아직 희망적인 것은 '학교 사랑', '교육 사랑', '학생 사랑'의 대다수 선생님들이, 국민들이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비록 큰소리를 내고 있지는 않지만요.

"학교, 안녕!"

마음 속으로 이런 인사를 하는 교직원과 학생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빗줄기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젖어봅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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