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2006.07.27 09:30:00

오늘은 여름방학을 하는 날이라 마음이 가볍습니다. 비가 오지 않고 화창한 날씨면 금상첨화이겠는데 그렇지 못해도 어린애처럼 마냥 기분이 좋습니다. 방학을 해도 인문계 고등학교라 학생들이 평소와 같이 아침 8시부터 보충수업을 시작하니 크게 달라지는 게 없겠지만 그래도 밤늦게까지 야자도 하지 않고 수업이 없으면 집에 가서 그 동안 ‘해야 할 일’ 때문에 하지 못했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테니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저는 오늘 아침 이번 한 학기 동안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해서 해야 할 일을 우선적으로 잘 했는지? 아니면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혼돈하면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했는지? 아니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면서 엉뚱한 일에만 관심을 가졌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해야 할 일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건강에 비상이 걸린 저로서는 무엇보다 우선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해야 하는데 아침 일찍 오고, 저녁 늦게 가고 하니 평소에 운동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남들처럼 해가 있을 때 퇴근해 산보도 하고 , 책도 읽고, 명상도 해야 하는데 현재의 위치에서 학교에서 해야 할 일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해 안타까울 뿐이죠.

그렇지만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해야 할 일을 먼저 하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날이 온다’라는 말에 위로를 받고 힘을 얻습니다. 해야 할 일을 먼저 하면 원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날이 곧 오겠죠. 그래서 능력의 한계가 오지만 인내하며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어떻습니까? 아마 대부분의 선생님은 학교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잘하고 있으리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일부 선생님들은 해야 할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더 우선시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이번 여름방학 때 학생들이 보충수업을 하는데 몇 분 젊은 선생님들께서는 보충수업을 하지 않고 그 대신 외부 강사님께서 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1정 연수를 받는다든지, 건강관리가 특별히 필요하다든지, 임신을 했다든지 하면 몰라도 제가 보기에는 얼마든지 보충수업을 할 수 있는데도 여러 가지 이유로 자기들의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학생들의 배움을 외면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네요.

학생수준을 잘 모르는 외부 강사 선생님께서 방학 동안에만 수업하시는 것 하고 지금까지 수업을 하고 계시는 선생님께서 일관성 있게 수업하는 것 하고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이겠습니까? 그런데도 해야 할 일은 멀리하고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수업을 포기하고 학생들을 멀리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더하게 됩니다. 사명의식을 갖고 조금 손해보면서 선생님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은 개인의 일보다 우선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방학을 앞둔 학생들에게도 방학이다 하면서 하고 싶은 일만 하고 꼭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학생들이 나오지 않도록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되 해야 할 일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놀고 싶다고 실컷 놀기만 하고 공부를 하지 않는다든지, 잠자고 싶다고 해서 잠만 자고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지 않는다든지 돈을 아껴야 하는데도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흥청망청 돈을 쓴다든지 하는 무절제한 행동과 정상을 벗어나는 생활을 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할 것입니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일치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혼돈하지 않도록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여름방학 동안 '내가 해야 할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명확히 구분하여 무엇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를 몇 번이고 생각하며 실천에 옮겨 성공적인 방학이 되도록 이끌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존 맥스웰, 짐 도넌은 ‘ '해야 할 일'과 '원하는 일'을 구분할 줄 아는 것, '해야 할 일'을 먼저 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며 생활의 지혜입니다.’라는 말을 되새기며 방학을 맞이하렵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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