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사세요"

2006.08.25 09:52:00

며칠 있으면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이다. 지금쯤 아이들은 밀린 방학 숙제를 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며칠 전부터 아이들이 종종 전화를 걸어와 숙제 하는 방법을 자세히 묻기도 하고 선생님께 안부편지 쓰기 숙제를 하느라 편지도 보내온다. 녀석들이 아마도 숙제가 없었으면 안부전화나 안부편지 한통 안했을지도 모른다. 그래, 그렇게 배우는 거겠지 생각하며 웃어본다.

그런데 몇 년 전에 방학숙제를 파는 문방구가 있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숙제를 만들어 판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야흐로 이제는 인터넷 정보의 시대이므로 숙제 대행도 인터넷 사이트에서 해주나 보다. 아이들이 누구누구는 인터넷에서 숙제 다 했다고 이른다.

인터넷에서 해주는 숙제는 독후감,글짓기, 각종 보고서,등 내용도 다양한가 보다. 심지어 일기나 가족신문 만들기도 해준다고 했다. 이러한 사이트들은 표면적으로는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참고자료를 준다고 말한다. 그런데 실상은 아이들의 ‘숙제 베끼기’를 조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스스로 자료를 찾거나 생각하고 고민하여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인터넷에서 쉽게 해결하려든다.

얼마 전에 어느 단체에서 실시한 독후감 심사를 맡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심사를 하면서 순수하게 아이들이 써서 제출한 글이 몇 편이나 되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역시 인터넷에서 베낀 글과 어른들이 손댄 흔적이 뚜렷한 그런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참 한심하다. 이건 분명 어른들에게 문제가 있다.

방학 숙제 베끼기를 묵인하는 어른들, 그리고 그 와중에 돈이나 벌려는 약삭빠른 장사꾼들의 장삿속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 아이들은 스스로 학습하는 법을 배우지 못할 것이며, 어려운 문제를 고민하면서 창의적으로 해결해내는 능력을 키우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런 아이들이 자라서 연구 내용을 조작하거나, 온통 짜깁기한 학위로 석사나 박사학위를 따고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연구 내용을 도용하고도 그 일로 불이익을 받으면 억울하다 할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늘 그리 해왔고 또 일반적으로 누구나 하는 일이므로.
김용숙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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