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학교 교장선생님의 퇴임사

2006.08.26 09:47:00

8월 하순. 학교 교장 선생님의 퇴임식 계절이다. 그러나 요즘엔 퇴임식 초대장을 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교장이 퇴임식을 생략하고 하더라도 초대장 없이 학교에서 간단히 끝마치거나 선생님들과 점심 또는 저녁 한 끼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만다.

국가가, 사회에서 교원을 보는 눈이 곱지 않고 주변 분위기가 퇴임 교원, 나이 먹은 교원을 언제부터인가 무능시 하는 풍토가 만연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스승 존경 풍토는 구시대의 유물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세상이 이렇게 살벌하게 급변했다. 교육을, 교육자를 보는 시선이 차갑기만 하다.

그런 가운데 며칠 전, 국어과 선배님이신 용인 書院중학교 이재구(李載久.62) 교장 선생님께서 퇴임을 앞두고 인사 편지를 보내 주셨다. 후배에게까지 신경을 써 주신 그 마음에 감동하여 전화로 안부 인사 겸 감사 인사를 드렸다.

그 분과의 대화 중에 교권의 사회적 추락, 일부 언론의 교육불신을 부추기는 의도적인 침소봉대, 학부모의 자식교육에 대한 지나친 이기주의, 학교에 대한 잦은 항의와 고압적인 자세, 학부모의 선생님에 대한 무례함에 대처하는 학교장의 무기력함 등은 바로 우리 사회가 교육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알려 주고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 교육의 현주소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이 교장 선생님의 퇴임사의 일부를 이메일로 받았다. 학부모와 국가와 사회가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 들어 있다. 40년 교직에 몸담았던 교장은 교육의 문제점을 어디에서 찾고 있을까? 그리고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

이 교장 선생님께서 보내 주신 퇴임사의 일부분을 아래에 소개한다..

우리교육의 문제점을 한가지 지적한다면 그것은 교육제도가 나빠서가 아니라 '교권의 추락'에 있다고 봅니다. 해마다 학년초만 되면 몇몇학교 극히 일부교사의 촌지 수수사례를 의도적으로 침소봉대하여 TV에 시리즈로 방영하고, 신문에 대서특필을 합니다. 모든 학교의 교사 전체가 촌지를 바라는 저급한 인간으로 매도하면 교사의 자존심은 멍들고 힘이 쭉 빠지고 교권은 추락합니다.

걸핏하면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무례하게 "신문에 내겠다", "경찰서나 상부관청에 고발하겠다"고 협박하면 선생님들은 비겁해지고 비겁한 선생님에게 배우는 학생들은 더욱 비겁해지고 맙니다.

선생님들의 힘을 빼놓고 잘 가르치라는 말은 마치 지친 권투선수를 링 위에 올려 놓고 승리를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학부모의 무례한 항의에 지친 선생님에게 교장의 할 말은 "그래도 교육에 포기는 있을 수 없다" "포기를 하려거든 교직도 함께 포기해야 한다"고 독려하지만 힘이 되지 못합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는 말은 "교권이 없이는 교육도 없다"는 말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옛날의 군사부일체라는 말은 선생님에게 힘을 실어 준다는데 뜻이 있습니다. 교권은 가르치는 자의 권위이지만 교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학교교육의 제1주체는 교사입니다. 교권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의 교육은 희망이 없습니다. 학부모와 사회와 국가에 당부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에게 힘을 실어 주어야 합니다. 교사들이 긍지를 갖도록 교권을 지켜주기 바랍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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